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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작 대표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작년 30개 코로나19 임상시험 왜 제대로 안됐냐면..."

이영작 대표
이영작 대표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주요 국정과제에 바이오·디지털헬스 산업발전을 포함하였다.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메가펀드 조성, 의사과학자 등 융복합 인재양성, 바이오헬스 관련 규제개선, 차세대 첨단의료기술 확보, 공적 임상연구 확대, 규제과학, 규제전문가 대거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바이오 헬스 수출을 2021년 257억 달러에서 2030년 6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일자리는 2021년 98만개에서 2030년 150만개로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마다 바이오 헬스 수출이 평균 10% 성장을 목표로 하며 일자리도 해마다 평균 5%씩 늘린다는 계획이다.

요약하면, 혁신신약 개발에 정부가 투자를 할 것이고, 바이오 산업에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다수 확보하여, 새로운 바이오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자는 것이다. 

하나의 신약(여기서 신약의 의미는 혁신신약(革新新藥), 영어로는 noble new drug을 의미한다)이 태어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고, 1만개의 신약물질 가운데 하나가 신약으로 태어난다. 신약개발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고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실패를 용납 못하고 책임 추궁에 익숙한 우리 정부와 사회가 과연 신약개발의 험난한 길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필자가 미국에서 경험한 신약개발과정을 요약하여 보자. 

질환과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역학 연구가 선행되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 연구를 한다. 평균 1000개의 물질이 개발되어 실험실과 동물실험을 거쳐서 그 가운데 하나를 후보물질로 선택한다. 의사과학자와 기초과학자의 영역이다. 이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신약으로 태어날 확률은 10% 미만이다.

임상시험에 앞서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제조된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안전성을 동물실험 등 각종 실험을 통하여 1차 검증한다, 이들 자료를 근거로 임상시험 승인을 정부에서 받는다. 정부는 의약품 제조 관련 규정, 동물실험 관련 규정, 임상시험 지침 등으로 신약개발 임상시험 참여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고,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도록 가이드한다.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마치면 신약판매허가신청을 정부에 제출한다. 

허가가 나오면 생산판매단계에 들어가며 약물의 안전성 관찰과 후속 연구가 계속된다.

신약후보물질 연구,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은 신약이 판매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발생한다. 국산 신약 2개가 세계시장에서 판매에 실패한 경우가 있다. 

신약개발에는 단계별로 다른 전문 인력이 요구되고 진행하면서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 정부는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며 우수한 과학자들에 의한 후보물질의 연구는 활발하다. 그러나 임상시험 경험과 전문 인력은 부족하며 특히 세계시장을 상대로 판매할 수 있는 경험과 인력은 취약하다,

혁신신약 개발의 성공 실패 사례를 보자.

미국의 의사과학자 Roscoe Brady 박사는 국립보건원(NIH)에서 1952년부터 희귀병인 고셔병 연구에 전념하여 고셔병이 특정 enzyme(효소)의 결함으로 생기는 치명적 질환임을 규명하고 enzyme 대체요법 (ERT: enzyme replacement therapy) 개발에 1990년 성공하였다. 그후 많은 유사한 질환의 치료가 가능해 졌다. 미국정부는 40년간 ERT연구에 투자 지원하여 ERT라는 새로운 의학을 창출하였다.

세계 최대 제약사 화이자는 1990년 HDL은 올리고 LDL은 내리는 의약품 개발을 시작하였고, 2004년 임상시험을 시작하였다. 토세트라핍(Torcetrapib)이라는 의약품이다, 그러나 2006년 12월 3상 임상시험을 중단하였다. HDL은 올리고 LDL은 내리지만 동시에 사망률을 높였다. Torcetrapib 성공을 확신한 화이자는 제조공장까지 2005년 완공하는 등 당시 3조 이상의 돈을 투자했으나 실패했다.

임상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고비용 과학적 실험이다.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의약품으로 승인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다. 항암의약품이라면 성공률이 5% 미만이고 치매의약품이라면 2% 미만이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비용은 2000억에서 1조원까지 소요될 것이다. 실패 가능성이 성공 가능성보다 9~48배가 높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더라도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결정은 대단히 어려운 비지니스 영역이다. 신약은 개발 중에도 시장성과 경제성 연구를 계속한다. 동종 신약을 개발하는 경쟁자와 시간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신약 후보물질은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임상시험단계에 들어간다. 공식통계는 없지만 필자의 추정에 의하면 해마다 2~3조원 정도의 국내 신약 임상시험비용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의약품이 주로 화학제품이었던 과거와 달리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 신약은 화학제품뿐 아니라 생물학적 제제, 유전학적 제제, 항체, mRNA 제제, DNA 제제, 줄기세포 제제, 세포치료제 등 다양하게 첨단 과학화하였다. 식약처에는 다양한 신약의 임상시험 계획을 심사검토하고 가이드 할 수 있는 첨단의약품 임상시험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약처의 도움이나 지도(guidance)를 받기는 어렵다. 국내 바이오·제약업계는 첨단신약 임상개발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선진국 주로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FDA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신약개발을 지도한다. 비용은 제약·바이오 기업(스폰서)이 부담한다. 미국 FDA에는 1만8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2/3이상이 과학자다. 2022년 예산이 8조6000억원에 달한다. 세계 최고의 의약품 규제 전문기관이다. 첨단의약품 개발을 위하여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다. 

둘째, 인구 5000만 국내 시장만으로는 첨단의약품 시장규모가 너무 작다. 불가피하게 미국 또는 유럽연합(EU)을 타깃으로 정하고 신약개발을 하지만 임상시험 경험이 취약하고 미국 대형 제약사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약회사들과 바이오 회사들은 미국 임상시험 진행에 차별과 어려움을 겪는다.

 

첨단의약품을 갖고 미국으로 향하지 않고도 우리나라에서 첨단의약품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는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작년 30여개 코로나19 임상시험이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된 것이 왜 없는지 정부는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 식약처는 첨단의약품 임상시험을 지도할 능력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약처의 기능은 과학기능과 규제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과학기능이 취약한 것이 큰 문제다. 과학기능을 국내의 유수 의과대학이 책임지게 하는 방법을 건의한다. 첨단의약품의 초기 임상시험이 호주에서 가능한 이유는 과학기능과 규제기능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IRB가 첨단신약 임상시험의 과학적 검토 승인을 책임진다. IRB가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하면 정부기관은 규제를 점검하고 임상시험을 승인한다.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병원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의사들과 의과학자들이 차고 넘친다. 이 전문가들에게 식약처의 과학기능을 이관하고 식약처는 규제와 절차문제만 관리책임 지면 될 것이다. 호주가 인구는 한국의 1/2 정도지만 초기 임상시험은 세계적 수준인 이유는 우수한 의과대학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호주가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은 인구가 3억350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 국가이며. 신약의 50%를 창출하는 리더다. 일본인구는 1억2500만 명이고 신약개발이 가능하다. 일본 의약품 시장규모는 세계 3위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으로 의약품 시장 순위는 13위 정도로서 신약을 자체 개발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유럽 각국도 나라별로 보면 독립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전체인구는 5억3400만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뿐 아니라 스위스,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인구가 작은 나라에도 세계적인 제약사가 있는 이유는 5억3400만명의 제약영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런 제약영토가 필요하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을 합치면 인구 1억4000만 명의 제약영토가 확보되어 자체적으로 첨단신약 개발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들은 의약품 구매력도 갖춘 나라들이다. 정부는 이 나라들과 Asia Medicine Agency를 추진하여 신약개발을 유럽의약품청(EMA)처럼 협조하는 체계를 만들 때가 되었다.

셋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통해 분명해진 것이 있다. 우리나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신약 임상시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2021년 봄 30여개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되었지만 대부분이 결과를 보기도 전에 포기했다. 다국적 임상시험이 아니고는 백신이나 치료제 3상 임상시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다국적 임상시험은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시작부터 복잡하고 어렵다. 각 국가별로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절차도 다르다. 결국은 시간과 절차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포기해야 했다. 언제 또 제2 제3의 코로나19가 올지 모른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아시아 제국이 연합하여 감염병 연구와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주축이 되어 Asia Infectious Disease Study Alliance(AIDSA)를 구축하여 공동연구와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Asia Medicine Agency와 달리 AIDSA는 아시아 제국을 포함하여 감염병 공동연구를 하고 공동 임상시험을 위한 신속대응 합의를 하여, 새로운 감염질환에 대해 아시아 전체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은 일본의 보수성, 중국의 배타성 때문에 이런 국제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진취성, 적극성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임상시험 중에 자금 부족으로 병원이나 CRO에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에 의한 임상시험 스폰서 보험 제도를 마련하였는데 도움이 안 된다. 3년 이상 매출이 없는 기업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신약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바이오텍사들은 매출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는 보험이 필요한 회사에는 도움이 되는 보험기금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정부가 취할 조치를 제안하였다. 정부의 꾸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보완과 제약영토의 확장 이상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이영작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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