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 받은 엔허투... 바이오 업계는 ADC 기술에 반해
레고켐·알테오젠·에이비엘, ADC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릭스테칸). 사진=Fiercepharma.com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릭스테칸). 사진=Fiercepharma.com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 임상 3상(DESTINY-Breast04)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HER 저발현 환자에서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DC 의약품은 항체, 링커, 페이로드(Payload, 세포독성약물)로 구성돼있는데, 각각의 요소는 의약품의 효능 및 부작용에 모두 중요하다. 항체, 링커, 페이로드 구성요소 각각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의약품보다 기업 간 협력이 더 필요한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의 'MSD는 Seagen을 살까?'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씨젠(Seagen)의 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Adcetris)를 시작으로 현재 11개의 ADC 의약품이 출시됐으며, 약 90개의 ADC 치료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2021년 ADC 의약품 매출액은 62억 달러(약 8조630억 원)로 2028년 260억 달러(약 33조813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자료=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서미화 연구원은 "지난 6월 ASCO 2022서 엔허투의 드라마틱한 결과가 발표됐다"며 "HER2 음성(Negative) 환자군에서도 ORR(객관적 반응률), PFS(무진행 생존기간), OS(전체 생존기간)가 대조군 대비 의미있게 향상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엔허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ADC 치료제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우수한 ADC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텍에 구애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이달 미국 머크(MSD)의 씨젠(Seagen) 인수설이 흘러나왔다. 씨젠의 시가총액(28일 기준)은 326억6100만 달러(약 42조47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서 연구원은 "만약 MSD가 이 가격에만 인수를 한다면, 2015년 이후 5번째로 큰 규모의 딜이 될 것이다. 씨젠은 지난해 15억7400만 달러(약 2조470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영업손실이 6억8200만 달러(약 887억 원)로 적자다. 현재 이익보다는 R&D 가치가 충분히 높게 평가되고 있는 곳"이라며 "기존 대형 M&A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딜이 될 것으로 보이며, ADC 기술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국내서 ADC 플랫폼 기술을 개발 중인 바이오텍으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있다. ADC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빅파마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서 ADC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텍의 기술이전(L/O) 추진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텍이 ADC 치료제의 기술이전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갖춰야할 역량은 무엇일까? ADC 치료제 개발 기업 한 관계자는 "L/O를 목적으로 한다면 성공적인 임상 1상 수행능력이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ADC는 비임상연구에서 그 효능과 독성이 명확하게 나타나는 편이어서 물질 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며 "비임상 단계에서는 성공적인 L/O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기술과 에셋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임상 1상의 성공적인 완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환자를 모집해 임상 1상을 수행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성공적인 임상 1상의 수행은 여러가지 기술적 요소에서의 성공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임상 1상의 결과에서는 임상 2상의 성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임상지표들이 관찰되어야 하고, 객관적 반응률(ORR)이나 환자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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