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갈고닦은 K제네릭 솜씨 내수 썩히기는 아까워
낮은 약가 제네릭도 세계가면 신약못잖은 비즈니스 

미국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가 18일 '2021년 제네릭 의약품 상위 10대 제약사 매출(revenue)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스라엘 테바(Teva)가 10조2883억 원(89억9000만 달러)의 제네릭 매출을 올려 단연 으뜸이며,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 산도스(Sandoz)가 8조5832억 원(75억 달러)으로 2위에 올랐다. 미국 비아트리스(Viatris)는 6조4431억 원(56억3000만불)으로 3위를 차지했다. 비아트리스는 화이자(Pfizer)의 업존(Upjohn)과 2016년 잠시 테바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던 마일란(Mylan)이 합병한 제약사다.

인도의 선파마(Sun Pharma)가 5조3101억 원(46억4000만 달러)의 제네릭 매출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6위 아우로빈도(Aurobindo, 31억8000만 달러)와 7위 시플라(Cipla, 26억5000만 달러), 그리고 9위 닥터레디스의 래버러토리(Dr.Reddy’s Laboratories, 21억7000만 달러) 등 인도는 세계 10대 제네릭 제약사 4곳을 배출했다.

독일의 프레제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는 4조2572억 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남아공 아스펜 파마케어(Aspen Pharmacare)와 영국의 히크마(Hikma)는 각각 22억 달러(2조5177억 원), 18억8000만 달러(2조1515억 원)로 8위와 10위에 올랐다.

일본의 니치이코(Nichi Iko Pharmaceutical, 日医工)도 주목할만한 회사다. 

니치이코는 1965년 창업됐으므로 대부분의 한국 제약사들과 역사가 엇비슷하고, 인정이 통하는 동양적 기업정서도 유사하며, 신의 가호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 큰돈과 노력을 들여 당위적으로 매달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 신의 결제를 이미 받아 낸 신약의 제네릭으로 승부를 걸고 있으므로, 우리 한국 다수의 제약사들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니치이코는 일본에서 1~2위를 다투는 제네릭 최강자다. 묵묵히 제네릭에만 전념해 왔다. 니치이코의 글로벌 위치는 2014년 20위에 오른바 있다(피어스파마 보고서). 올해 3월말 결산기준 2021년 제네릭 판매 실적은 1조3619억 원(11억9천만 달러)으로 산출됐다. 연결 매출액이 1790억6천만 엔(¥)인데 제네릭 매출 비중이 73%이기 때문이다(니치이코 2021년 사업개요).   

글로벌 톱10 제네릭 제약사들과 니치이코 등의 2021년 제네릭 매출 면면을 보면 하늘처럼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10위인 히크마의 고지는 불과 2조원 언저리다. 니치이코는 그보다 훨씬 낮은 1조3619억 원이다. 발을 힘껏 굴러 뛰어올라 손과 팔을 쭉 뻗치면 머지않아 곧 닿을 거리 아니겠는가.

만약 우리 한국의 어떤 제약사가 제네릭만으로 1조40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다면 이 제약사는 세계 15대 안팎의 제네릭 제약사로 등극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코리아의 국위까지 높일 것이 분명하다.

제네릭(Generic)이란 최초 개발된 신약의 재심사 종료 및 의약품 유효성분의 특허기간 만료 후 다른 제약사가 동일성분으로 당해 정부당국의 승인을 받아 제조 판매되는 의약품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original) 약품과 동일한 유효성분이 같은 분량 포함되므로 기본적으로 동일한 용법ㆍ용량, 동일한 효능ㆍ효과를 갖는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신약에 비해 △소규모 임상시험(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간소한 신청 데이터 △짧은 연구개발 기간 △저개발비용의 4가지 특징이 있다.

일본 니치이코 제약사의 사업개요(事業概要)에 오리지널 신약과 제네릭의 연구개발 비용을 비교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2010년 의약산업정책연구소 자료에서는 신약 1개 품목당 개발비용은 자본코스트(자본 조달에 소요되는 비용, 배당금 및 이자 등) 10%인 경우, 자사 품목이 484억 엔이다. 그런데 자사(니치이코)의 (그 제품) 제네릭 개발비용은 5000만~1억 엔."

(2010年の医薬産業政策研究所資料では新薬1品目あたりの開発コストは資本コスト10%の場合、自社品目で48,400百万円である。一方、同社によればジェネリックの開発コストは50百万円~100百万円)

이를 보면 제네릭 연구개발 비용은, 오리지널 약 연구개발비의 '968분의1~484분의1'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제네릭(Generic)의 오리지널 약에 대한 4가지 특징과 제네릭은 지극히 낮은 신약 성공확률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은, 제네릭 약값이 오리지널 신약 값보다 아주 훨씬 더 저렴해야하는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제네릭은 아주 낮은 약값으로 국민 호주머니를 지켜줌으로써 후생을 드높인다. 때문에 제네릭도 신약 못지않은 국민 먹거리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제네릭의 존재 가치와 육성해야 할 이유가 된다. 만약 오리지널 신약만 존재하고 제네릭이 없다고 가정 해 보자, 국민(환자) 호주머니가 천정부지의 높은 오리지널 약값 때문에 얼마나 가벼워질까 끔찍하지 않나.

오히려 신약의 경우 국민 먹거리 차원에서 치명적인 약점과 단서가 있다. 국가와 사회가 신약에 열광하는 이유는 고부가가치 창출 때문이다. 창출된 고부가가치가 국민 먹거리를 늘려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혁신신약 우대 제도의 근저에도 이러한 고부가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고부가가치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하면 마냥 무조건 좋게만 볼 일은 아니다. 고부가가치는 높은 독점약가가 보장될 때 창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약이 국민 먹거리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 땅이 아닌 해외에 나가 벌어 들여와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만약 신약을 연구개발한 제약사가 그 신약을 해외로 나가서 팔지 않고 국내에서만 판매를 할 경우, 신약이 창조한 고부가가치는 높은 약가를 부담하는 우리 국민(환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므로 국민 먹거리에 기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고부가가치의 두 얼굴을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한국에서 이제 제네릭은 하도 많아 천덕꾸러기가 된지 오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회와 정부가 한 일이 '1+3' 등 제네릭 숫자 억제하는 규제뿐이다. 제네릭이 천더기로 대우 받고 있는 데는 제약업계의 책임이 몹시 크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업계 스스로가 제네릭을 콩나물시루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 및 제약업계의 제네릭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네릭'에 대해 신약과 동등함을 입증하기 시작한 것은 33년 전 1989년부터다. 신약 개발사의 권익을 일정 부분 보호하여 신약 개발을 장려함과 동시에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해 1989년 이후 허가된 전문의약품 신약과 동일한 품목을 허가받고자 하는 경우 생동성시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2006.10.10. 국정브리핑, '제네릭의약품 품질 신뢰성 높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청 문병우 의약품본부장). 

그 이후 의약분업 등 환경 변화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약사들 모두 제네릭 개발에 올인함으로써, 제네릭 연구개발 업무가 가장 익숙하게 잘 하는 업무로 굳어졌고 그 덕에 제약업계가 오늘까지 먹고 살며 성장ㆍ발전해 왔다.

이 업무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지난 30년간 집중해온 제네릭 연구개발 노하우(know-how)가 세계화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쌓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발맞추려는 듯 제네릭 생산시설도 한 곳에 앉아 온라인으로 통제되는 최신식 스마트 자동 공장으로까지 발전됐다.

제네릭에서 우려되는 진짜 문제는 같은 종류의 약품 숫자 많음이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을 하지 못하고 국내에서만 북적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제약사들마다 자신 있는 제네릭을 들고 국외로 나가 전 세계 200여 곳이 넘는 국가를 돌며 돈을 벌어 오는데도 국회와 정부가 굳이 1+3제도를 도입했을까.

제약업계는 이제 한국이라는 우물을 벗어나 세계로 나가야만 미래가 있다는 새삼스런 각성과 적극적인 실천이 긴요한 시점이다. 정부 당국과 국회는 혁신 신약이 중요하여 육성책을 펴고 있는 것처럼 제네릭 세계 진출을 촉진시키는 제도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으면 한다. 가능한 더 늦지 않도록 제네릭 수출 드라이브(export drive) 정책을 강력히 펼쳐야 한다. 

다만, 신약으로 갈 것인가, 제네릭으로 끝장을 볼 것인가. 양자 공히 취할 것인가는 오로지 제약사 자신들이 역량에 맞춰 선택할 몫이다. 외부에서 왈가왈부 할 사안이 아니다. 세상은 꿈을 꾸며 그것을 줄기차게 실천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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