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알츠하이머 발병 관련 논문' 조작 의혹
업계 관계자 "Aβ 가설 자체 타격보다 신뢰도 저해 우려"

알츠하이머 발병의 핵심 원인으로 알려졌던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이 조작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 21일(현지시간) 2006년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발표한 알츠하이머 발병 관련 논문의 조작 의혹에 대한 과학계의 의견을 보도했다.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매슈 슈래그(Matthew Schrag) 교수는 살뱅 레스네(Sylvain Lesné) 박사의 논문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나증권의 '알츠하이머 관련 논문 조작 이슈와 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은 2006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A specific amyloid-β protein assembly in the brain impairs memory'다. 제목처럼 논문은 뇌의 특정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집합체가 기억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논문은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Aβ oligomer)의 한 종류인 Aβ*56(56kDa 크기의 Aβ oligomer, Aβ42의 12량체)을 쥐에 주입했더니 인지 장애를 보였음을 관찰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 신경손상 과정. 사진 자료=Nature reviews neurology(2019), 하나증권.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 신경손상 과정. 사진 자료=Nature reviews neurology(2019), 하나증권.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1991년 이후 여러 논문을 통해 제기돼 왔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당 논문이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 중 가용성 올리고머(Soluble oligomer)가 신경독성을 가진다는 가설(AβO 가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AβO 가설과 관련해 4000건 이상의 논문이 게재됐다. 다수의 독립적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Aβ oligomer)의 종류는 해당 논문의 주제인 아밀로이드 베타*56(Aβ*56) 외에도 다양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논문의 결론 전반이 바뀐다고 해도 이번 이슈를 근거로 아밀로이드 베타(Aβ) 가설 전반과 관련 파이프라인을 부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히트뉴스는 이번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이슈에 대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기업 한 관계자는 "해당 논문 자체의 연구자 윤리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논문 하나 때문에 전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등장한 이후에도 관련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가 나왔기 때문에 가설 자체가 완전히 뒤짚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이슈의 영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의 주식 시장이 흔들릴 수가 있다"며 "과학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번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탈(VC) 바이오 투자심사역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56(Aβ*56) 관련 논문이다. 당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레퍼런스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만큼 많이 인용됐지만 실제 Aβ*56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는 별로 없었다"며 "최근 개발되고 있는 약물의 대부분은 특정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깃이기 보다는 단백질 응집 조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높은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 1-42"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논문의 조작 판명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알츠하이머병 연관성 관련 연구가 진행 및 발표되었고, 임상적으로도 분명한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연구자 집단에 대한 신뢰도에는 제법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다른 VC 심사역 관계자는 "이번 논문은 이미지 조작에 해당된다. 연구자가 이미지를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세월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다시 연구를 진행해 그 가설을 검증했다"며 "2006년의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이슈가 가설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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