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스펜서 남(Spencer Nam) KSV GLOBAL 대표

"미국 생태계, 시장 주도로 투자와 회수가 자연스럽게"
"미국 생태계는 첫째도 결과, 둘째도 결과 셋째도 결과"

한 두 기업의 난항이 전체 투자에 타격을 주지 않는 미국
연구와 결과에 자신 있으면 도전해 볼 만한 시장도 미국

"곰보다 빨리 뛸 필요가 없고 친구보다 빨리만 뛰면 된다"
"미 시장 진지하고 폭넓게 분석하고 미 금융계와 접촉을"

 좁은 문 앞에 선 K바이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에게 IPO 문턱은 매년 자라나 높아지고 있다. 이는 M&A가 전무하다시피한 환경에서 돈 가뭄의 발원지로, 임상개발 등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개발 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바이오 30주년을 맞아 금단의 언어를 꺼내어 보고, 미국과 일본의 상황을 거울 삼아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① 역사로 보는 K바이오의 내일, 창세기 편
② 바이오기업들, IPO 기우제 언제까지
③ 미국의 바이오 생태계는 어떻게 다른가
④ 케이스 스터디 | 다이이찌산쿄 ADC 연구

[끝까지HIT 3호]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어려운 시기에 놓여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로 번지기 시작한 인플레이션과 지난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말미암은 국가간 분쟁 위험 등이 전 세계의 주식 시장에 큰 부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후반기 경제 축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비관적인 전문가들의 커지는 목소리와 지정학적 분쟁들이 유발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위험 요소가 높은 부문의 주식을 매각하여 포트폴리오의 위험 노출을 감소시키고 있다.

바이오 분야의 주식들은 매출이나 수익보다 신약 물질 또는 기술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로 가치를 평가받기에 주식의 위험도와 변동성이 최상위권인 부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주요 바이오 시장 지수(NASDAQ, S&P)는 지난 12개월 동안 30~50% 하락하였으며 특정 주식들은 12개월 최고 가치의 80% 이상 감소된 상황이다.

상장 기업 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단기적으로 급증함은 비상장 회사들과 창업 회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이나 한국 시장이나 기업 공개(IPO)의 문이 당분간 닫힌 것으로 보이고 회복도 빨라야 올해 후반기 정도로 예상되기에 투자 유치가 필요한 비상장 바이오 회사들은 2022년이 고난의 한 해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국 바이오 시장의 경우 지난 4~5년간 몇몇의 상장 바이오 회사들이 임상 3상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이런 비보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를 식히는 작용을 하였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하락세는 자칫하면 이미 위축된 바이오 시장의 장기적 침체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에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스펜서 남(Spencer Nam) KSV GLOBAL 대표
스펜서 남(Spencer Nam) KSV GLOBAL 대표

 

① 한국 VS 미국 바이오 기업 생태계의 차이점

한국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바이오 기업들도 상장기업이나 비상장 기업이나 어려운 6~12개월을 직면하고 있으나 미국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전반적 자세는 "이 고비만 넘기면 더 큰 희망이 보인다"는 상당히 긍정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은 이런 어려운 시기도 일시적일 뿐 분명히 호황기가 다시 찾아올 것임을 확신하는 느낌이 강하게 배어 있다.

어디서 이런 확신이 오는 것인가? 왜, 미국 바이오 시장에선 장기적 침체나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에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가? 답은 간단하다. 미국의 바이오 생태계의 성장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시장의 주도로 투자와 회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이 주도하는 생태계에선 첫째도 결과요, 둘째도 결과이며 셋째도 결과다. 두 생태계가 겉으론 비슷한 모습과 구조를 갖고 있고 NASDAQ과 KOSDAQ은 마치 사촌지간 증권시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두 생태계의 엔진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본체는 근본적 요소에서 차이가 있다.

이 요소들을 간단히 정리한다면, ①한국은 금융시장의 질서와 안전을 중요시하는 관리적 절차 중심의 운영제도를 사용하고 ②미국은 결과 중심으로 자본 조달을 가능케 하는 창의적 해법 중심의 운영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두 운영제도는 장기적으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호황기에는 한국의 제도가 더 깔끔하고 공평한 제도로 보일 수도 있으나 미국 제도의 저력과 그 가치는 불황기에 명백히 드러나고 미국의 금융·투자 문화가 지난 100~150년 동안 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였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② 미국 바이오 투자의 근본 목적은 수익성이다

얼핏 들으면 납득이 어려운 주장이다. 대부분의 수익성 중심의 투자는 모든 것을 수익과 바꾸는 방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바이오 투자에 그런 비윤리적인 자세가 적합한가? 미국도 아마 100년 전에는 이런 의견들이 투자자들과 사회 전체에 팽배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100여년간 이런 수익을 위한 무분별한 운영에 대한 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쳤고 그로 인해 바이오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과에 주목하는 자세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문화를 뜯어고쳤다고 인간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가능성을 부풀리고 결과를 속여 투자를 받고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은 존재한다. 미국 시장도 이런 폐단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부정하는 것은 어제 어떤 기업이 특정한 방법으로 서민들과 투자자들을 속이려 하였다 하더라도 그런 부정행위는 그 기업의 잘못으로만 인정하지 연대적으로 분야의 모든 기업들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런 의문이 없으니 한 두 기업의 난항이 부문 전체의 투자에 타격을 주지 않는 것이 미국 투자 시장의 특징이다. 오히려 이런 어려움으로 부문의 가치가 저하되면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그 분야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 왜? 그 부문이 투자하기에 더 매력적이 되었기에.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바이오 투자자들은 예를 들어 치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치매 분야는 아직도 임상 2상이나 3상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는 분야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과거사를 갖고 있는 분야도 투자자들이 희망적이고 유망한 물질 또는 연구에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이는 이런 분야에서 성공적인 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경우 그 가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수익 뿐만 아니라 인류가 치매를 불치의 병에서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탈바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의 근본 목적이 인간의 위대함과 질병을 정복하는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황이다.

 

③ 수익성 중심 미국 바이오 시장, 다수의 가치창출 방법 존재

이런 수익성 중심의 미국 바이오 시장에서 거래는 수익 중심의 거래가 아닌 학문적 연구 결과와 임상 결과 중심의 거래장으로 탈바꿈한다. 바이오 분야의 특성상 매출이나 수익이 없는 점이 결과 중심의 거래로 변이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 추측이나 실제로 결과와 수익의 연관성은 생태계의 모든 참가자들이 "좋은 결과 없이는 수익이 불가능하다"는 믿음과 "좋은 결과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거래를 진행하기에 도출되는 현상으로 설명이 된다.

한국의 정부나 기업들은 임상 3상을 직접하고 싶은 의지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바이오 기업들의 대부분은 그런 꿈을 갖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 임상 3상은 그런 능력을 보유한 대형 기업들이 전담하고 기업의 규모에 따라 임상 1상 또는 2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물질을 라이선스 아웃(L/O) 또는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대형 제약사들은 이런 매각을 원하는 기업들이 존재하기에 내부적으로 R&D를 하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법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파이프라인 전체를 구매하여 기존 포트폴리오에 병합시키는 것이다.

이런 자유로운 M&A 문화는 임상 비용이나 운영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겐 상당히 중요한 가치 창출의 목표가 될 수 있고 투자자들도 이런 매각을 목표로 투자를 감행하게 된다. 물론 성공적인 상장을 한다면 그 가치가 투자의 수백 배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엑시트(exit)를 하는 것이라 M&A는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의 문이 닫혀 있을 때 투자자들의 생태계가 활동할 수 있는 값진 비상구인 것이다.

원활한 M&A 시장의 존재는 비단 투자 엑시트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M&A가 가능한 생태계에선 기업들이 무리하게 기업공개를 감행하거나 무모한 임상 3상 도전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과 정부 기관들은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신약을 직접 판매를 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임상 3상을 성공하는 관문보다 뚫기가 더 어려운 관문으로 볼 수 있다. 신약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보통 관리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생태계는 M&A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간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시키고 오히려 서로가 협업을 통해 더 좋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쏟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수익 중심의 모델이 바이오 생태계에 부여하는 또 하나의 축복인 것이다.

 

④ 다양한 기업공개 방법도 맞춤형 상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면 바이오 기업이 우린 꼭 상장을 해야만 한다 할 경우 미국 시장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국의 코스닥 상장에 사용되는 기업 공개 절차와 유사한 방법이 바로 Initial Public Offering(IPO)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한국과 본질적으로 다른 방법이다.

그 본질적 차이의 중심에는 주관사의 역할과 거래소의 역할이다. 미국은 주관사가 기업공개의 가능성을 결정하지만 한국의 경우 거래소가 결정을 한다. 아마도 거래소의 인증 중심의 모델은 상장사들에게 기본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거래소 질적 최소값을 유지하는 목적일 수도 있는데 미국 증권 시장의 경우 그 임무를 주관사에게 부여하고 이런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상장을 유도하는 주관사는 명성실추 및 법적 소송을 피할 수 없기에 오히려 한국의 거래소가 받는 압력보다 더 심한 압력 안에서 기업공개를 관리하게 된다.

주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증권 시장에 기업공개를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미국에선 이런 방법을 직접공개(direct listing)라 하는데 증권사의 도움 없이 기업공개를 회사가 거래소와 직접 진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거래소가 상장을 허가한다는 것보다 거래소가 회사의 기업공개 의지를 받아들이고 회사의 기업공개가 성공할 경우 상장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직접공개는 상당히 위험도가 높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회피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주관사를 선임하는 방법이 높은 비용의 기업공개 방법이라 그런 중재 기관의 도움 없이 더 저렴하게 기업공개를 하는 방법이 직접공개 방법이다. 대부분의 직접공개 방법은 기업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자산 운용사들이 있어 이들이 직접 공개시 발행되는 주식을 구매할 의향을 보일 때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미국 증시 시장에 존재하였지만 지난 5년간 큰 관심과 성과를 보인 기업공개 방법은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IPO이다. SPAC은 미국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할 때 전문성을 보유한 중개 기업(SPAC)을 통해 적절한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여 상장을 하는 방법이다.

지난 2~3년간 외국 회사들이 미국 자본시장에 진입하려는 방법으로 이 전략을 많이 시도하였고 그런 폭발적인 관심 때문에 미국 금융관리 기관들의 검토가 좀 더 높은 수위로 진행되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회사들, 특히 유망한 한국 바이오 회사들의 경우 SPAC IPO가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

 

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국이나 미국에서 바이오 시장의 투자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보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의도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오히려 한국 시장보다 더 어려움이 클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일각에선 "한국에서도 성공을 못하는 기업이 미국에서 인정을 받겠는가?" 같은 의견을 내기도 한다. 분명히 틀린 분석은 아니고 정석으로 본다면 바른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 바이오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친구와 등산을 하다 곰을 만나는 농담과 비슷하기도 하다. 곰을 피하려면 곰보다 빨리 뛸 필요가 없고 친구보다 빨리만 뛰면 된다는 해석은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지만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최고의 기업들과 경쟁해서 승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와 결과에 자신이 있으면 한 번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 미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정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이면 미국 같이 유연한 시장에선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나 투자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안전하게 시장에 침투를 할 수 있으면 미국의 투자 생태계는 법인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시장을 좀 더 진지하고 폭 넓게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고 미국의 금융계와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다수의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SPAC IPO를 계획하였으나 코로나 사태로 중도폐지를 해야 했었다. 미국에서 중국 시장의 수요를 중심으로 계획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한국 기업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타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 경쟁을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이렇게 시장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기회가 보이지 않는가? 한국에선 한길 밖에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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