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책을 위한 정책토론회

간납사 원인이 실거래가 상환제도?
가격경쟁 제한·갑을 명확한 시장..."부작용 당연한 형태"
"해외에선 GPO 정착 했다던데"...우리나라 도입 방법은?

종류도 많고, 제조·유통업체도 많은 의료기기 시장에서 업체와 의료기관 간 거래를 중개하는 간접납품업체인 이른바 간납사의 역기능을 집중 조명됐다.

12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책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는 간납사의 구조 및 순기능·역기능과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방법이 논의됐다.

발제자·패널들은 간납사 역기능이 순기능을 월등히 넘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는 의료기기 시장 원리 측면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역기능이 순기능을 뛰어 넘는 유통형태인 만큼 철폐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토론회 패널(왼쪽부터), 성균관대학교 의료기기 산업학과 류규하 교수(좌장),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의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영철 고문,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소장, SBS뉴스 한성희 기자,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하태길 과장
토론회 패널(왼쪽부터), 성균관대학교 의료기기 산업학과 류규하 교수(좌장),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의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영철 고문,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소장, SBS뉴스 한성희 기자,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하태길 과장

 

간납사는 어떻게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나?

간납사는 업체 의료기기를 구매에 의료기관에 공급(판매)하는 유통업체로, 의료기기법이 정한 바에 따라 판매업 신고를 통해 설립이 가능하다. 

수요 수익은 거래중 발생하는 수수료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합당하지만, 의료기기산업협회 운종구 자문위원은 △시장 경제를 따르지 않는 지불방식(실거래가 상한제) △간납사와 의료기관의 관계(특수관계자) △의료시장에서 의료기관의 지위 등 요소로 간납사는 의료기기 유통질서 혼란을 야기하는 업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간납사는 어떻게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나?
윤종구 자문위원은 '의료기기 유통구조 문제점과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에 따르면 간납사는 의료기관에 독점적으로 의료기기를 제공하는데, 간납사는 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업체간 가격경쟁을 유도하며 낮은 가격에 의료기기를 구매한다.

간납사가 낮은 가격에 들여온 의료기기에 일정 수수료를 붙여 의료기관에 공급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나라 의료기관이나 약국에는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에 상한을 정하는 '실거래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치료과정에서 사용되는 치료기기로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로 이렇게 의료기관이 구매한 치료재료 비용은 건강보험공단 재정으로 충당된다.

실거래가 상한제에 따른 1만원짜리 의료기기를 7000원에 들여온 간납사가 의료기관에 이를 1만원에 공급하면 간납사는 3000원의 중개수수료를 얻게 되는데, 여기서 의료기관과 간납사의 특수관계로 수수료 일부가 의료기관에게 돌아가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납사-업체 대금 결제지연 △일단 구매하고 사용한 만큼만 결제하는 '가납' △과도한 마진율 책정 등 폐단은 덤이다.

간납사는 의료기관의 의료기기 구매시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제조·수입 업체에게는 안정적인 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제발표자 3인(왼쪽부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임종규 자문위원,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 이재현 소장, 인제대학교 경영학부 배성윤 교수
주제발표자 3인(왼쪽부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임종규 자문위원,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 이재현 소장, 인제대학교 경영학부 배성윤 교수

 

제도개선, 약사법 반영, 한국형 GPO 도입에서 그냥 "철폐하자"
간납사 해결책은?

 해외에는 GPO제도 있어 
주제발표에 나선 인제대학교 경영학부 배성윤 교수는 현행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형 구매대행업체(GPO)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성윤 교수는 △GPO 관련법령 제정 및 자격요건 강화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사후관리 실태조사 정례화 △적정 마진율 설정 △실거래가 상한제도 도입 취지에 따른 제도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조달방식 도입과 포괄수가제 확대 위험공유제도 등 다각적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GPO이름에 걸맞는 서비스를 위해 독점계약권은 금지해야 하며, 간납업체 매입을 대비한 의료기관 공급 상한을 새로 설정하거나 마진율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주의적 방식이라는 우려가 따르지만 공인중개 시장에 중개수수료 상한 등 사례가 없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약사법이 정한 만큼은 따라갑시다 
윤종구 자문위원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관리제도 상향 △치료재료 관리료 신설 △치료재료 공급내역 보고 심평원 일원화 등 약사법과 관리제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의약품 공급업체는 약사법에 따라 도매업 허가를 획득해야 하는 반면, 치료재료 공급업체는 의료기기법에 따라 판매업 신고로 운영이 가능하다"며 "규제기관이 업체의 인적·행정적 요소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허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의약품 관리에 수가를 인정하고있는 것 처럼 치료기기 관리에도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약국과 의료기관은 의약품 구입, 재고비용 등 관리비용을 인정하고 건보재정으로 지불한다"며 "이를 치료재료에도 이식해 의료기관의 수익을 일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위원은 공급내역 보고 역시 의약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의무화 돼있는데 이를 심평원으로 일원화 해야 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그는 "업체는 공급을, 의료기관은 청구하고 관리당국은 이를 비교하면 유통질서를 투명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형 GPO 도입하고, 상급종병 시범사업해야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이사는 해외 의료기기 유통에는 GPO들이 개입하고 있으나 보험제도 등 배경 차이로 나타나는 결과물이 다른만큼 한국형 GPO 모델을 개발하고 상급종합병원부터 시범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간납사 역기능 시작은 의약분업과 저수가로 인한 의료기관 이익제한"이라며 "선진화된 GPO는 도입하되, 상급종합병원 유통구조 선진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종합병원, 전문병우너 순 확장이 연구돼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악역향 더 크고 대안 있는데...이럴바엔 없앱시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전영철 고문은 간납사 행태가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어지럽히고, 의약품 유통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약사법 수준 개선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간납사 철폐가 답이 아닌가 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는 주제발표에 나선 이재현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장 '의약품 유통 투명화 제고를 위한 노력-의약품 유통구조 사례를 중심으로'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재현 연구소장은 법인 지배구조를 예시로 들며 약사법이 정하고 있는 제도 역시 간납형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지적했다.

그는 "약사법상 법인을 지배하고 있다는 기준은 지분의 50/100이지만 현재 업체들은 49의 지위를 가지고도 시장 특성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약사법에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도매상 개설 금지, 특정 의료기관과 독점적 영업행위, 의료기관 특수관계자 도매상 개설 금지가 이뤄지고 있어 어느정도 투명성은 확보했지만 실거래가 상한제를 무의미하게 할 수 있는 편법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전영철 고문은 "의료기기 시장은 기존 제조·수입사가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직접 판매하거나 대리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만큼 실거래가 상한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간납사 철폐가 필요할 것"이라 설명했다.

 

복지부 "간납사, 의료기관 이기로 생겨...근본대책 필요"

보건복지부는 현행 간납사 등장이 의료기관의 과도한 이익보전으로 탄생한 기형적 업체라고 일축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하태길 과장은 "20원에 생산한 의료기기를 100원에 팔면 마진이 생기는데, 이 마진을 의료기관이 갖고 싶어서 생긴 기형적 형태가 현재 간납사"라며 "그렇지만 실거래가 상환제 문제로 접근해 이 마진을 없앤다면 간납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갑을이 형성되지 않는 투명한 거래 제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하태길 과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간 제도 불균형이 확인된 만큼 수준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특수관계 등 친인척 등 관계보다 유통구조적 문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