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연구개발비 투자 소극적, 신제품 개발 소홀
② 판관비 지출 높은데다, 인건비 편중도 심각

명문제약 배철한 대표이사는 지난 8일 회사 홈페이지에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올렸다.

"회계 상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매각설이 나온 지도 2년째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식 시장 내에서 기대감과 실망감의 반복으로 주가반등의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공시한대로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철회하고 명문제약의 정상화에 매진하기로 하였습니다."

명문제약은 왜 이토록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내 몰렸을까?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자료 중 그래도 믿음이 가는 금감원DART의 '외부감사관련 정기공시'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명문제약은 서울약대 출신 조경일 현 하나제약 회장이 1983년 9월 '명문제약공업사'를 설립한 것이 시발점이다. 1985년 멀미약 키미테 패치가 개발됐으며 이듬해(1986년) 7월 명문제약주식회사로 법인 전환됐다. 2001년, 명문제약 주식지분 49.55%를 소유하고 있던 '조경일' 최대주주는 '우석민' 현 명문제약 회장(당시 지분율 47.5%, 현 지분율 20.03% 소유, 최대주주)에게 지분을 넘긴 후, 1996년 우천제약을 M&A해 재탄생시킨 하나제약(당시 지분율 81.72%)에만 전념하고 있다. 

명문제약 '우석민' 회장의 선친인 고 '우동일' 회장(서울약대)은 1996년 하나제약의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01년2월부터 2016년10월까지 명문제약의 집행부를 이끌었던 '이규혁' 회장(대표이사)도 우석민 회장이 명문제약을 인수하기 전, 하나제약의 대표이사를 역임한바 있다. 이처럼 명문제약은 하나제약과 1996년부터 형제지간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2001년 이후 남남으로 헤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명문제약은 한때 아주 잘 나갔다. 2007년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 영업이익률)이 16.0%에 달했다. 당시 이 비율의 제약업계 평균(표준이라고 봐도 무방함, 기업경영분석 한국은행, 이하 같음)은 10.6%에 지나지 않았다. 

그 여세를 몰아 명문제약은 2008년 과감하게 기업공개를 했다. 같은 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도 업계 평균 4.5%와 유사한 4.0%나 쓰면서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단꿈은 단기간으로 끝났다. 2012년 매출액은 전년(2011년) 1256억 원보다 20.0%나 감소된 1005억 원으로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해 영업이익도 매출액 대비 3.7% 적자를 봤다. 2013년 1037억 원, 2014년 1054억 원, 3년간이나 매출액이 1000억 원대 전반 근처에서 정체됐다.

명문제약은 그 까닭을 본능적으로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리베이트쌍벌제 ▷약가일괄인하 등 굵직굵직한 제도적 환경 변화 탓으로 돌리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당시 제약업계 전체의 매출액 성장성을 보면 (물론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명문제약처럼 심각한 상태까지는 아니었다. 2012년, 2013년, 2014년 업계의 평균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각각 2.5%, 3.6%, 8.2%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명문제약과 달리 매출액 회복의 강한 탄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왜 명문제약은 다른 제약사들보다 환경적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았을까? 코로나19가 창궐해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안 걸리든가 걸려도 가볍게 지나가는 것처럼, 기업체에게도 체질의 강약이 분명히 있다. 명문제약의 체질을 상대적으로 약골로 만들었다고 판단되는 증거물 2가지가 있다.

첫째, 제약사로서 연구개발비 투자의 중요성과 효율성 등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지 못해, 그 투자가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비는 영업 전쟁에 쓰이는 무기(제품)를 개발하는 비용이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기본적으로 무기의 성능이 독보적(신약 또는 개량신약)이거나 타사보다 더 우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자금이 더 들어가게 돼 있다. 돈을 별로 쓰지 않고 우수한 무기를 개발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제약사들마다 나름대로 제품(무기) 연구개발에 돈과 노력을 퍼붓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명문제약의 경우, 그러한 영업 무기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상대적(타사들)으로 돈을 별로 투자하지 않았다.   

기업공개 전 2007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당시 제약업계 평균 3.4%의 3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2008년 기업공개를 하면서 연구개발비를 업계 평균(4.5%)에 근접한 4.0%로 높여 집행했지만 1년 단발에 그쳤다. 2009년 연구개발비 비중은 3.2%로, 업계 평균 4.2%와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2010년 2.4%(업계 평균 4.9%), 2011년 2.0%(업계 평균 5.4%)로 대책 없이 삭감됐다. 

이러한 실상을 볼 때, 명문제약이 급박한 제도적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제품(무기)을 미리 개발ㆍ준비해 놨을 리 만무하다. 

그 1차적 결과로, 2012년 이후 3년 동안이나 매출액이 1000억 원대 중반 아래서 헤매게 됐고 2012년에는 영업이익까지 매출액 대비 3.7% 적자를 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된 것은 명문제약이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명문제약은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무려 6년 동안 연구개발비를 매년 평균 매출액 대비 겨우 1.5%밖에 쓰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업계 연평균은 6.2%로 확대됐는데도 말이다. 2007년 이전 1.2%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그에 따른 2차적 결과가, 2019년에서 2021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적자 금액이 무려 2019년 242억 원, 2020년 290억 원, 2021년 59억 원이나 됐다.  

둘째, 판관비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그 중 인건비 편중 현상이 유난히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명문제약은 지난 14년간(2007~2020) 매출액 대비 판관비를 매년 평균(단순) 49.0%씩 지출해 왔다. 2007년 40.8%로 비교적 낮았던 판관비율은 2020년 자그마치 60.1%로 치솟았다. 제약업계 평균(단순)은 같은 기간 매년 34.0%이었는데 말이다. 업계 전체의 평균 판관비 비중이 2007년 36.7%에서 2020년 29.4로 떨어진 것과 명문제약의 것을 비교해 보면, 명문제약의 판관비가 얼마나 높은지 금방 알 수 있다.

명문제약의 판관비가 높아진 이유는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평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보면 연 평균 11.9%로 나타나고 있는데, 명문제약은 23.4%에 달했다. 명문제약이 업계 평균보다 11.5%나 더 높았다. 이 인건비 비율 차이 11.5%와 판관비 전체 차이 15%(업계 평균 49.0%-명문 34.0%)가 엇비슷한 것을 보면, 그렇게 판단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리해 보면, 오늘날 명문제약이 매우 어려워진 원인은 '△영업무기 연구개발에 대한 정도(程度) 이상의 지나친 소홀 △높은 인건비 비중으로 인한 과도한 판관비 부담'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분석 과정에서 명문제약의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상식을 뒤집는 미스터리(mystery)가 발견됐다. 상식은 상품매출원가율(상품매출원가÷상품매출액×100)이 제품매출원가율(제품매출원가÷제품매출액×100)보다 훨씬 더 높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인데, 명문제약의 경우 영업이익 적자가 크게 시현된 2019년과 2020년 및 2021년 결산서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 

2019년의 제품원가율과 상품원가율을 보면 각각 53.7%, 54.9%로 근접하고 있으며, 2020년에도 제품원가율 65.3%와 상품원가율 65.7%가 서로 엇비슷해졌다. 특히 2021년에는 제품원가율 63.5%가 상품원가율 44.5%보다 오히려 20%가까이나 더 높아졌다. 상품원가율이 수직 하락한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됐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스터리 차원을 넘어 자료에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명문제약 사례는 제약업계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 하다고 본다. 명문제약 '배철한' 대표이사의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속의 제반 대책들이 필히 실천되어 명문제약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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