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한국로슈 닉 호리지 대표

변화 필요한 업계... 기업이 아닌 환자 집중한 '애자일' 문화 
맞춤정밀의료를 위한 시작... 진단과 제약을 '한번에' 
"매출 줄더라도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높아져야"

"스스로가 리더로서 '국내 의료 생태계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한국의 헬스케어 생태계에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각국에서 제약·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지만 이미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익, 연구개발, 다시 수익의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로슈 또한 항암제 분야 선두 그룹으로 다양한 암종에서 혁신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는 등 시장을 리딩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슈는 이에 멈추지 않고 기존 기업문화를 변화시켰으며 제약과 진단이라는 분리된 영역을 하나로 합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한국로슈 닉 호리지 대표

히트뉴스는 이와 같은 로슈의 변화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국로슈 닉 호리지 대표이사를 만나 2020년부터 도입한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현재 모습과 앞으로 변화해 나갈 로슈의 미래를 들었다.

 

 #Chap. 1 변화 필요한 제약 업계... 기업이 아닌 환자에게 집중한 '애자일' 문화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 구상 후 2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정착이 됐나요.

헬스케어 기술과 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로슈의 포트폴리오 역시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성장하며 꾸준히 진화했습니다. 과거의 비즈니스 방식이나 운영 모델로는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는 로슈의 목표를 이뤄내기 어렵다고 판단, 그로벌 차원에서 추진한 게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한국로슈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이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과 과정을 대폭 축소하고, 직원 개개인이나 소규모 팀 단위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업무 추진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해 임직원들의 마인드셋 등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도모했고, 이후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업무 방식과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했습니다.

 

구체적인 변화가 궁금합니다.

지금은 치료 영역 또는 환자군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환자의 치료 여정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으로 진화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안과질환 등 로슈에게 생소한 분야에서 진단과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야 했는데,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 이후 신속하게 파악, 이해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짤 수 있었습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일을 통한 보람이 가득한 회사를 만들고, 임직원들의 지속적인 자기 계발 니즈를 채워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외부를 막론하고 생태계 전반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비즈니스의 성공은 절로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변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임직원의 반응은 어떤가요.

적응의 과정을 거쳐 이제 서서히 열매를 맺고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느꼈던 가장 큰 어색함은 자율적인 의사 결정 체계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리더로서 '국내 의료 생태계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했던 셈이었습니다. 

물론, 자율적인 의사결정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개인에게 많은 권한과 자유도 함께 주어지므로 이제는 이를 즐기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충분한 권한과 자유로 다른 직원, 부서와 협업을 추진하는 등 자연스럽게 변화를 즐기게 되면서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적응을 못해 회사를 옮긴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로슈에 몸담았던 분들이 다른 자리에서 헬스케어 업계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이라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표현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몇몇 직원들과는 아쉽게도 이별하게 됐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과정에서 젊은 직원들이 새롭게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됐고 로슈의 비전 달성을 돕는 신선하고 새로운 관점들이 성공적으로 조직에 녹아 들 수 있었습니다.

 

실질적인 성과는 있었나요.

회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정도 성장했는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전과 비교해 로슈의 의약품과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환자가 3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사실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한국의 헬스케어 생태계에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로슈는 헬스케어 전문가 및 보건의료 정책의 주요 의사 결정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에 우리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며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다른 다국적제약사분들이 늘어났습니다. 로슈가 새로운 접근의 선구자라는 것이 매우 뿌듯합니다.

 

 

 #Chap. 2 맞춤정밀의료를 위한 시작... 진단과 제약을 '한번에' 

글로벌 차원의 One Roche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의 One Roche 전략은 어느 정도 단계인가요.

제약과 진단사업부가 나름대로의 개별 비즈니스 전략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두 사업부의 업무가 중첩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영역에서 두 사업부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 것입니다.

현재 기본적으로는 두 사업부의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앞으로 알츠하이머, 안과질환 등 진단과 치료가 결합한 여러 질환에서 시너지 발생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며 실제로 이를 위해 두 사업부의 리더십팀들이 워크샵 등을 통해 꾸준히 논의 중입니다.

 

협력 사례가 있을까요.

과거에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치료제로는 알레센자가, 동반진단 검사법으로는 벤타나 ALK 검사법이 활용되며 두 사업부가 협력한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두 사업부가 맞춤의료(Personalized HealthCare) 기반의 통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과 함께 KOSMOS II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약사업부는 다양한 치료제 옵션, 진단사업부는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NGS) 등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진단 관련 측면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정 암이나 질환의 치료 과정에서 분석, 진단, 검사 등 모든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자종양보드 시스템 도입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최종 목적은 로슈의 의약품 사용일까요.

로슈의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면 신규 후보물질 발견 등의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로슈는 이미 종양학 R&D 영역의 리더이기 때문에 기여하고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며, 궁극적으로는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맞춤의료를 위해 NGS 검사 결과를 단축이 큰 과제입니다.
로슈 그룹은 이와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 별도의 분석기관을
국내에 설립할 계획이 있나요.

유전체 분석 결과에 대한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은 제약뿐 아니라 이에 특화된 진단사업부에서도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전체를 분석하더라도 기존의 방대한 데이터와 비교해 그 환자만의 특성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유전체 분석 검사에 대한 데이터의 주체가 누구인지, 이 데이터가 저장/보관되는 장소는 어디인지 등에 대해 법률적인 문제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데이터 관리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에 제약기업의 대표로서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새 정부가 내세운 헬스케어 정책에 대해서는 기대가 큽니다. 로슈의 경우 다수의 희귀·중증 질환 관련 혁신 의약품을 개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 등재 제도 등 한국 국민의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매우 반갑습니다. 혁신 신약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폭넓은 접근성 확대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랍니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35%로 미국(87%), 영국(59%), 일본(51%) 등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급여 등재까지 평균 601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약제비 지출 중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내외에 불과합니다.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체 약제비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관련 공약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로슈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입니다.

 

혁신 의약품에 대한 약제비 지출 비중을 늘린다면
로슈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텐데 이를 감내하고 혁신 의약품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로슈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혁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 신약에 대한 외부의 인정과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수십년 동안 조금의 수익도 내지 못하거나 임상 연구에 실패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얻게 되는 결실입니다. 

로슈 그룹은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20% 이상에 달하는 16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R&D에 투자했습니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을 통틀어도 상위 20개 기업에 속합니다. 말로만 혁신을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투자는 사회 발전에 중요한 가치를 불러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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