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대웅·한미 등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펼쳐

지난 5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 폐암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 소식이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사의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은 공동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신약은 다국적 제악사에 기술 수출을 이뤄 해외 임상,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6일 히트뉴스 취재결과, 먼저 유한양행은 바이오 기업 제넥신, 파멥신, 굳티셀, 브릿지바이오 등과 함께 파이프라인 확충과 공동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제넥신에는 약 200억원을 투자하며, 약효지속성 약물 플랫폼 기술 hyFc 플랫폼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약물의 체내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고안된 hyFc는 체내 항체작용을 하는 다양한 면역글로불린(Ig)의 장점만 융합해 약효 지속성을 늘린 플랫폼 기술이다.

HyFc 의 구조[출처=제넥신]

이 기술은 구조적으로 우리 몸 속 항체와 동일한 아미노산 서열로 구성돼 있어, 면역거부반응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유전자 재조합 과정이  간소화 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은 파멥신에는 30억원을 투자해 항체신약 파인프라인을, 굳티셀에는 50억원 투자해 암?면역질환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또 브릿지바이오에는 2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 강스템바이오 등과 신약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와는 안구건조증 치료제(HL036)를 공동 연구 중인데, 현재 임상 2상을 마친 상태다.

HL036은 염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항 종양괴사인자(anti-TNF) 단백질로 구성된 약물이다. 항 종양괴사인자는 염증과 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α(TNF- α)가 활동하는 것을 막아,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TNF- α 를 억제하는 물질(TNF- α blocker)들은 분자구조가 크기 때문에, 국소적으로 투여하면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안과용 약제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HL036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기존 단백질 크기를 줄여 아미노산 치환 기술을 적용해 안구에 침투가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올해 7월 발표한 HL036 임상 2상 결과를 살펴보면, ▲의사가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 모두 위약군 대비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 자이라드라도가 1일 2회 12주 투약인 반면, HL036은 1일 2회 8주 투약으로 투약 기간을 줄였다.

HL036의 2상 데이터. (그림17)의사가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와 (그림18)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 모두 위약군 대비 HL036 데이터가 높게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한올바이오파마] 

또 대웅은 강스템바이오와는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Furestem-AD), 크론병?건선 치료제 퓨어스템-씨디주(Furestem-CD) 등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퓨어스템 에이디주는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에서 임상 3상이 진행됐으며, 19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1월 중 투약이 완료될 예정이다. 2상 연구 결과는 저널 <Stem Cells>(IF=5.587)에 실렸다.

강스템바이오 측은 “1/2a임상시험 결과 줄기세포 치료제 투여 후 2주 간격으로 12주까지 아토피 피부염의 임상 증상과 혈액검사 결과 증상이 개선됐고, 아토피 피부염의 중요 지표인 혈중 면역글로불린(IgE) 농도와 호산구 숫자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해외 기술 수출의 물꼬를 튼 한미약품도 결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김재익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의 주요 R&D 파이프라인은 HM12525A, 롤론티스, 포지오티닙일 것”이라며 “특히 롤론티스는 올해 생물학적제제로 허가신청(BLA) 예정이며, 내년 FDA 허가가 기대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전망했다. 또 “연내 롤론티스의 추가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며 “현재 임상 2상 진행 중인 포지오티닙은 긍정적인 2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FDA가 혁신치료제로 지정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곧 3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롤론티스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Neulasta)의 바이오베터로, 2014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 했다. 현재 임상 3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제품 출시는 2019년 말에 2020년경으로 전망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스펙트럼은 현재 두 건의 임상 3상을 통해 뉴라스타 대비 임상 비열등성을 증명한 상태”라며 “추가적으로 시장에서 경재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올해 4분기 추가 임상을 실시해 뉴라스타 대비 우위성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스펙트럼이 뉴라스타 대비 부작용에서 우위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3주 1회 제형이라는 강점과 낮은 부작용이라는 경쟁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미국 혁신치료제 지정이 기대되는 항암제 포지오티닙은 2015년 3월 스펙트럼에 기술 이전된 약물이다. 현재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으로 혁신치료제 지정 신청이 기대된다”고 했다.

포지오티닙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엑손(exon) 20 변이에 대한 높은 반응률 때문이다. 지난 9월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스펙트럼이 발표한 임상 결과를 살펴보면, 포지오티닙을 투여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엑손 20 변이가 나타나는 환자에게 기존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TKI) 치료제보다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 43%)이 나왔다. 기존 EGFR TKI 치료제는 엑손 20 변이 환자에게 8% 미만의 객관적 반응률을 보인다.

김 애널리스트는 “EGFR 엑손 20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타겟으로 하는 치료옵션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이 결정될 것”이라며 “올해 말 스펙트럼은 혁신치료제 지정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 임상 2상 종료 후 조건부 허가로 출시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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