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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배달, 화상투약기 등 도전에 데이터 대응 나선 약사들

데이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보건의료 현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치료요법이나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방식이 문헌 고찰이라는 오랜 의료행위로 축적된 근거 탐색 만큼이나 현장에서 확인되는 실제 데이터(RWD 혹은 RWE)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데이터 중심 사고는 실질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외에도 개인이나 특정집단 입장의 근거로도 활용되고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굳이 이런 밑밥(?)을 까는 데에는 최근 보수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보건의료계, 특히 약사사회 현안을 대하는 약사단체 대응에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상투약기, 비대면진료, 공적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 약사/한약사 면허범위, 동일성분명조제 등은 최근 약사사회의 가장 큰 과제다. 특히 화상투약기, 비대면진료, 공적 전자처방전은 비교적 최근에 발생하고있는 약사사회 위기요소로 꼽힌다.

이 세가지 현안은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ITC와 헬스케어 융합이라는 점에서 약사사회가 주장하는 '약사는 약의 전문가' 혹은 '이대로라면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흔히 보였던 약사사회의 입장을 데이터로 반박하고있는데, 약사들의 대응전략이 흥미롭다.

약사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확보하며,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2022.05.28~2022.05.29) 열렸던 대한약사회 임원·지부장 워크숍에서 약사들은 약의 전문가, 보건의료 최일선, 동네 건강 지킴이라는 판에 박힌 이야기 답습 대신 데이터를 통해 약사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겠다고 선언했다.

 

약배달은 국민보다 플랫폼을 돕는다

약사 관점에서 약배달이라는 것은 국민 편의성 확보 수단이라기 보다 사기업 중심의 플랫폼 사업 편의성 확보 수단이다. 

약사들을 통한 안전한 의약품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비용, 시간, 제도적인 접근보다 이미 우수한 인프라를 갖고있는 배달시장 대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즈니스식 접근법 타파를 위해 약사들은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들이 자행하고있는 불법 요소 수집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병예방관리에관한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의약품 전달 방식(약사와 환자가 협의)은 약사법상으로 논의해야하는 면에서 위임한계를 이탈했다는 법리적 접근과 전립선 질환 처방으로 실제로는 탈모약(탈모치료제로 알려진 대부분 약들은 현재 모두 전립선에 대해서만 급여가 허용되고 있다)을 처방하는 사례, 처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기관간 담합 등 구체적인 사례 수집 등 여러 관점에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공적' 역할 해야하는 전자처방전 전송시스템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의 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주도의 플랫폼 운영, 즉 데이터가 모이는 중앙서버 관리자로 정부를 선택하고 있다.

플랫폼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들어서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은 플랫폼에 종속되게 되는데 플랫폼을 쥐고 흔들 권한을 민간에게 줄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자처방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보건의료기관의 데이터 및 전달방식 표준화 △표준화된 데이터의 저장소 △제반비용 분배 등 조건이 필요한데, 이미 국민 마이데이터 사업 등 대국민 보건의료사업을 진행한 바있는 정부부처 노하우와 신뢰를 인프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ICT 규제샌드박스 진입을 노리고있는 화상투약기는 규제샌드박스 진입여부를 가름하는 실증사업 실익이나 혁신성 관점에서 반대 논리를 펴고 있고, 약사/한약사 문제에서는 면허범위와 개설기관, 취급품목, 관리약사 고용, 양도양수 등 면허 취득과정은 달리 이뤄지나 관리과정에서 모호한 부분(Gray zone)을 찾아 명확하게 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있다.

동일성분명조제는 의약품 관련 사고가 터질때마다 '아무튼 상품명 조제 때문임'이라는 접근보다 약국 현장에서 쓰이는 약봉투만이라도 국제일반명(INN)을 부분적 도입하고자 하는 실행 가능한 방안들을 구상하고있다.

 

근거 중심 대응, 처음부터 할 수는 없었나?

다만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타이밍이다. 최근 흐름에 맞는 적절한 해법을 구상하고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그 시작이 적절했는가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등 현안에 대해 '국민 건강에 위협', '보건의료체계 붕괴' 등 사업진행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짚으며 반대만을 외치고, '약사법에는 이렇게 써 있다'며 한시적 고시, 규제샌드박스 등 기존법을 우회하며 찾아오는 새로운 도전들을 해결하겠다며 막기 바빴던 그 시간들이 지금 되돌아보면 아쉬울 따름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는 약사들에게 약사법 그 넘어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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