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건기식 시장, 약사도 플레이어일 뿐
약사의 경쟁력은 안전장치...안전한 건기식 니즈 분명
후배 약사 위해 약국산업 파이 키워야

 

"(건강기능식품을) 잘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사가 개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칭찬할 일이죠. 다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기에 약사들이 건기식 시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건기식 시장은 2020년도 규제 실증특례 시범사업을 통해 소분판매가 진행됐고 올해 안으로 정식 허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헬스케어 트렌드가 상시적인 건강관리라는 점에서 지속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5조원을 돌파한(2021년도 통계청 기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약국 건기식 비중은 5% 남짓이다. 

오원식 위원장은 ①대면 투약 ②면허 범위 등 지켜야할 것이 많은 약사사회에서 건기식 만큼은 95%시장을 공략해야하는 공격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히트뉴스는 28~29 이틀간 열린 2022년 대한약사회 임원·분회장 워크숍 현장에서 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위원회 오원식 위원장과 만나 건기식 소분사업과 향후 건기식 시장 공략에 대한 약사회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대한약사회 오원식 건강기능식품위원장
대한약사회 오원식 건강기능식품위원장

약국 건기식은 인터넷 보다 비싸지 않나요?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적인 온라인몰에서 파는 가격보다 고가다. 유통마진, 온·오프라인 차이에 따른 기타비용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플랫폼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고 밝혔다. 그보다 그는 꼭 가격 경쟁력으로 약사 건기식 시장 진출 성패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비쌀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사회가 관련 부처, 국회 등 정부와 구성하려는 플랫폼 모델을 통한다면 약사가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지 않고 이해관계자가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이 생깁니다."

"가격경쟁력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물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저렴한 건기식을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잘 복용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을 겁니다. 그 소비자들을 타깃하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효과 좋은 건기식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서 복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억지로 약사 상담을 권할 필요는 없습니다. 칭찬하면 될 뿐이죠.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겁니다. 오메가3, 루테인을 먹어도 인터넷 홍보문구에 나오는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의약품이 많아 건기식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전한 의약품 복용과 더불어 약력, 질환에 맞는 건기식을 추천받기 원하는 수요가 분명합니다. 약사들은 여기에 집중하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약사 중심으로 건기식 판 짜자는 의견 답습은 아닌지?

건기식 시장이 약사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약사단체 학술대회에는 꼭 건기식 관련 섹션이 마련됐으며, 약국 프렌차이즈들은 독자적인 PB상품이나 시리즈, 패키지 등을 구성하며 건기식 시장 약국 파이 확보에 주력하기도 했다.

오원식 위원장은 이번 건기식 사업 전략은 '약 전문가는 건기식도 잘 안다', '건기식은 국민건강과 밀접한 만큼 약사가 주도해야 한다'는 답습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저가제품들과 경쟁할수 있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약사의 경쟁력은 일반인이 아닌 환자들과 건기식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약품 성분과 함께 먹었을 때 위험한 성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최근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이 시작되면서 병용금기약물 28종이 공개됐습니다. 그중에는 시중에서 처방없이 구매할 수있는 일반의약품도 포함됐죠. 팍스로비드 만큼 극단적인 이상반응은 아니겠지만 환자들이 복용하는 의약품 중에도 다른 성분과 충돌이 우려되는 성분들은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5% 시장이 마땅치 않아 약사 중심으로 새 판을 짜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남은 95% 시장에서 약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저가 경쟁을 하고있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독자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이 사업 아이템을 들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국회 관계자들, 플랫폼 관련 IT기업, 제약사, 건기식 업체 등 향후 사업에 관계될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대기업 중심 플랫폼 사업과 약사 중심 플랫폼 차이점
대기업 중심 플랫폼 사업과 약사 중심 플랫폼 차이점

 

솔직하게 말해서 약사들 건기식 없어도 먹고 살잖아요?

오원식 위원장은 약사들이 건기식 시장 중요성에 비해 소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처방전 중심 수익구조, 기성세대 약사들에게는 아직 건기식 시장이 두려움이 있는 미지의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6년제 약사 배출, 미래 약사 먹거리를 위해서라도 건기식 시장은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건기식 시장 진출은 약사사회 내부적으로도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입니다. 저는 이제 기성세대 약사입니다. 소위 '목 좋은' 약국에 대다수는 선배약사들의 자리죠.

후배 약사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선배로서 이 불안감을 해소시켜 줘야 합니다. 약사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사들의 강점은 대기업 중심, 플랫폼 중심으로 제공되는 AI가 흉내내고자 하는 지성의 오리지널이라는 것입니다.

건기식 사업 확대나 소분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침들에 가장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물론, 약사들의 건기식 소분사업 진출은 약사사회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분야임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선배약사로서 그 근간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약사들은 안정장치로써, 건기식 시장 경쟁자로써 시장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약사는 상담 열심히 하고, 돈은 업체가 버는 것 아닌가요?

오원식 위원장은 약사 주도의 플랫폼 구축으로 건기식 시장 전체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플랫폼에서 데이터화 된 복약이력들은 정부정책 설계에 반영되는 등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사 중심 플랫폼을 구축해 약사가 상담을 제공하는 형태가 시작입니다. 상담내역, 소비자 구매 내역 등은 모두 플랫폼에 저장되죠. 추후 소비자들은 복용 건기식을 바탕으로 복용을 유지할 수 있고 제품을 변경할 수 있겠죠. 상담약사들 역시 기존 소비자들의 구매내역, 상담내역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건강 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발생하는 약사 서비스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 비싼 가격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안전한 건기식 복용에 니즈가 있는 소비자들, 그 니즈를 타깃한 업체가 있다면 그들에게 약사 서비스에 대한 비용지불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추후 약료서비스와 연계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건강보험 보상체계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이 모든 것들은 단일 플랫폼에서 생산된 규격화된 데이터로 남게 될겁니다. 규격화된 데이터는 부가적인 사업모델이나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죠.

진정한 의미에서 4차산업은 인간 가치가 상품이 되는 겁니다. 약사들의 가치는 안전이며 건기식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중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타깃층에게 약사는 최고의 솔루션입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