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아이씨엠 김대원 대표-명제혁 사장

"할아버지, 할머니들 닳아버린 무릎연골 되살려놓고 싶어"
"기술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서 산업화 등떠밀리면 안돼요"
"'네 연구 경쟁자가 바퀴벌레만큼 많다'는 말 매우 인상적"

"아직 임상을 준비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임상 시료를 만드는데 수십억원을 쏟아부으니, 주변에서 정신이 나갔냐는 소리도 했어요. 하지만, 단언컨대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하게 떠오르는, 가능성 있는 분야에요."(아이씨엠 김대원 대표)

"저는 신약개발 성공 사례도 경험했고, 반대로 실패한 회사도 다녀봤어요. 가장 관심있는 분야도, 잘 할 수 있는 일도 '될 만한 약'을 알아보는 것이죠. 아이씨엠이 원천기술과 경쟁력을 갖추었다 판단하고 합류하게됐습니다."(아이씨엠 명제혁 사장)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위치한 아이씨엠 본사에서 김대원 대표(왼쪽)와 명제혁 사장을 만났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위치한 아이씨엠 본사에서 김대원 대표(왼쪽)와 명제혁 사장을 만났다. 

해외 유수 대학에서 세포분자생리학을 연구한 후 현재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대원 대표와 미국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등에서 25년간 근무한 후 국내 보령제약에 영입돼 7년간 중앙연구소장을 역임한 명제혁 사장, 인터뷰를 위해 살펴본 두 사람의 이력은 화려했다. 물론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가진 사람들 중 안 그런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을 테지만, 각자 위치에서 차곡차곡 스펙을 쌓아온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가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 위치한 아이씨엠 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 회사는 생화학과 교수인 김대원 대표가 창업한, 연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다.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규제 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는 신약 개발업무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각자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Chap. 1 아이씨엠과 AAV 

아이씨엠은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인데요.

"유전자 치료기술은 생리활성 복구를 위한 치료유전자의 전달을 통해 대상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원리를 보면 '재조합벡터 표적세포에 부착→재조합벡터 세포 내부 침투 →유전물질 핵 내 이동→유전물질로부터 치료단백질 합성→질환의 근본적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죠. AAV는 치료 유전자를 전달하는 전달체의 하나로, 독성을 최소화하고 효능을 극대화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ICM-203'으로, 연골 생성을 촉진하고 활막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대표 제품입니다. 근골격계뿐만 아니라 감각계, 중추신경계 관련 퇴행성질환 치료를 위한 AAV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어요."

 

국내에는 CAR-T때문에 유전자 치료가 잘 알려지기 시작했고, 바이오벤처들이 CAR-T 치료제 뛰어들고 있어요. 반면 AAV 유전자 치료는 생소합니다.   

"전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을 보면 단언컨대 압도적으로 가장 떠오르는 분야에요. 아쉽게도 국내 업체들이 CAR-T에 비해 뛰어들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판단했을 때 AAV 유전자 치료는 기술적인 역량이 갖춰져야 연구개발 진행이 가능한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결국 기술 진입 장벽이 있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AAV 유전자 치료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임상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임상단계에 진입하면,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왔다고 봅니다.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의 경우 임상시료 만드는데 통상적으로 2~3억원 수준이고, 유기합성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어도 보통 10억원이 넘어가지는 않아요. 그에 반해 저희는 임상 시료만드는데 70억원이 들었어요. 시간도 2년이 소요됐고, 벤처기업이 하기에는 쉽지 않죠. 주변에서 정신 나갔냐는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저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확신이 있어 투자하는 거에요.

 

전임상단계에서 '확신의 투자상'이라는 것을 알아봤을 것 같아요.   

아이씨엠 김대원 대표
아이씨엠 김대원 대표

"저분자 화합물은 복용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우리 몸 속 어디를 돌아다니면서 무슨 짓을 할지 사실 모르잖아요. 그래서 임상적인 검증이 매우 중요하죠. 유전자 치료는 특정 유전자가 망가져서 질환이 발병하고, 이를 막기 위해 망가진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유전자를 몸 속에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달 효율이 높으면서 사람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임상 시험을 탄탄하게 잘 마치고 임상단계에 진입하면 메인 스테이지에 진출한 것으로 보고, 글로벌에서 관심있게 지켜봐요. 

무릎을 열고 연골을 들어내서 망가뜨린 후 일정기간 마모가 발생하면 사람이 앓는 퇴행성 관절염이 됩니다. chronic mychenical stress, 웨이트 베어링(Weight-bearing)모델이라고 하는데, 효능을 보인 선례는 없었어요. 저희는 이 같은 웨이트 베어링모델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됐어요. 
  
연골이 망가지는 병이니까 당연히 연골재생이 가능해야 하고 염증질환이니까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도 개선해야죠.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데 동물실험에서 '연골 조직 재생, 활막 염증 억제, 보행기능과 통증 개선' 등의 효과가 입증됐어요. 그것도 설치류가 아닌 큰 강아지모델에서요. 물론 제가 20년 넘게 연구해온 유전자를 이용한 신약개발이라는 것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하고 있죠."

 

현재 임상 단계는요.

 "현재 ICM-203는 임상1/2a 투약을 개시했습니다. 첫 투여는 중기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호주 로열 아델레이드 병원에서 이뤄졌고, 호주에서 진행 중인 이번 임상1/2a상은 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용량이 다른 세 개의 코호트로 나누어 저용량부터 고용량 순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2022년중 모든 코호트에 대한 투약을 마무리하고 2023년에는 임상 모니터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혁신적 유전자치료제 등장이 기대되는 퇴행성질환으로 골관절염, 황반변성, 난청 등이 있어요. 저희 파이프라인도 황반변성, 당뇨망막증, 난청, 중추신경계 등 다양한 퇴행성 질환을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퇴행성 질환을 타깃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연세대 교수로 오기 전 미국 하버드대 메디컬스쿨 박사 후 과정에 있을 때 부터 Nkx3.2 유전자를 공부했어요. 엄마 뱃속에서 아기 연골이나 골격이 어떻게 생기는지 연구하다보니 연골이 뼈보다 먼저 생기고, 사람의 뼈 모양, 크기를 결정하더군요. 그리고 연골이 석회화해 없어지면 뼈로 바뀌어요. 우연하게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골격에는 연골이 태어나서 자라는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고 건강할 때만 있던 유전자가 없어지고 그 공백으로 인해 질병이 발병되는 퇴행성 질환이 많았어요. 그렇다면 없어진 유전자를 다시 넣어주면 병이 낫지 않을까?라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논리로 시작을 한 것이 여기까지 왔어요."  

 

 #Chap.2 사람 김대원 & 사람 명제혁 

이제 두 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아이씨엠은 연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에요. 김대원 대표님, 창업을 하게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시절 '산학연 공동연구법인 설립지원사업'에 선정돼 창업을 하게 됐어요. 당시 정부에서 교수들에게 산업화 연구를 위한 연구비 지원 등을 해줬는데 논문발표, 특허출원 등에 그치고 산업화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러다 기술보유기관인 대학이 지적재산권 소유와 성과배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제가 학교 대표선수로 출전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한창 유전자를 통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겠다라는 가설을 세워 연구에 매진하던 때였어요. 돌이켜보면 저의 사명감과 학교 상황(창업의 기회)이 맞물리면서 아이씨엠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당시 학교로부터 산학연 공동연구법인 설립지원사업 과제에 응모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 창업시기는 조금 더 늦어졌겠죠."       

 

신약 연구+개발은 세트처럼 붙어다니는데, 연구와 개발은 다른 역할과 방향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특히 학교에서 신약개발을 하는 분들은 이를 염두해 두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연구와 개발이 연속될 수 있도록 진행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아요. 저희 회사가 임상 스테이지에 비해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이유가 기초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신약개발 업무까지 다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연구는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걸 찾아내는 것이지만, 유망한 타깃을 발굴해도 개발이 이뤄져야 치료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연구원들에게 시험 프로토콜을 쓸 때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봐도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써야한다고 얘기 합니다. 사람 몸에 (유전자를)주입해서 아무런 해가 없어야 되고, 약효도 잘 발휘해야 하죠. 연구는 독창성이고 개발은 완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창적인 교수의 에고(ego)에 지배를 받으면, 지루하고 단조롭지만 완벽을 기해야 하는 개발부분의 점수가 과락이 나옵니다. 연구와 개발이 밸런스를 맞춰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신약개발 선진국 대열에 더 빨리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연구가 95%, 개발이 5%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아이씨엠 설립당시에는. 숱하게 깨지고 부딪히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다보니 체득한 것이죠."

 "첨언하자면, 귀국한지 10년정도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을 제대로 하는 회사들이 더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기초의학 수준이 조금 더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투자를 했는데, 왜 산업화를 못하냐' 등의 압박이 오히려 기술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업화를 등떠밀고 있는 것 같아요. 기다림의 환경이 조성되면 한국에서도 좋은 신약 아이템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제혁 사장님은 바이엘 본사 연구소에서도 근무하고 예일대학에서 출발한 바이오릴렉스 첫번째 과학자 멤버로 영입됐어요. 25년간 해외활동을 마친 후에는 보령제약에 영입돼 7년간 중앙연구소장 계셨어요. 아이씨엠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씨엠 명제혁 사장

"앞서 김 대표가 말씀하신, AAV 유전자 치료가 국내에서는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가 원천기술때문이라는데 공감합니다. 아이씨엠이 가진 특허와 김 대표의 한 우물을 판 연구결과가 아무래도 다른 기업들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성 연골세포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Nkx3.2 유전자 지속적 작용이 필수적이라는 김대원 대표의 연구결과가 2007년 네이처셀바이올로에 게재됐어요. 아이씨엠은 Nkx3.2 유전자의 관절염, 망막 질환 국내외 의약용도 특허 등 24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민간에서 투자받은 금액이 520억원에 이릅니다.

제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똘똘한 약'의 후보를 알아보고 개발단계마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제 판단으로 아이씨엠이 가진 기술력은 글로벌 수준이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합류하게 된 것이죠."     
    

명 사장님은 보령제약에 근무하시면서 케미칼 의약품을 다루셨는데, 유전자 치료분야로 오셨어요.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했어요. 미국 바이엘 연구소에 있을 때 항암, 대사질환영역의 디스커버리 연구와 병행해, 신규 항암 타깃 및 리드 발굴을 총괄하는 얼라이언스 매니저로 일을 했어요. 바이오렐릭스의 첫 번째 과학자 멤버로 영입돼 생물 총괄로 mRNA를 타깃하는 신약 개발 인프라를 구축했죠. 보령제약에서는 글로벌 항암 혁신신약 과제를 총괄했어요. 면면을 보면 저는 한 가지 기술에 국한된 전문가는 아니에요. 그래서 신약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감각을 가졌죠. 또 아이씨엠이 연구개발 중인 AAV 유전자 치료와 관련,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잖아요." 
 
 "맞아요. 유전자 치료는 현재 이머징 마켓이고 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이 축적된 분은 없다고 봐요. 지금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사람들이 규제기관과 디스커션해가면서 같이 공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도전하기 쉬운 분야일 수 있고, 반대로 살아남기 힘든 곳일 수 있죠. 명 사장은 같이 공부하면서 개척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모시게 됐습니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상임컨설턴트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국내 기업이 겪는 어려운점은 무엇이었나요.

 "회사마다 겪는 어려움은 다 달라요. 스테이지도 다르고 회사가 가진 사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관통하는 문제는 글로벌 수준으로 도달했느냐였어요. 자기 객관화가 아직은 미흡한 것이죠. 

한 노벨상 수상자는 "네가 자는 동안, 네가하는 연구를 하는 경쟁자가 이 세상에는 바퀴벌레만큼 많다"고 했어요. 메시지는 그만큼 전세계에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이죠. 한국도 열심히 신약개발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외도 치열하게 신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더 많아요. 따라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준높은 원천 기술이 있어야 해요. 그래도 컨설팅을 하면서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들을 봤기 때문에 많은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끝으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심플하게 말씀 드리면, 저는 지금까지 기초 과학의 파인딩부터 출발해 약 개발이라는 여정을 잔꾀 부리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제 능력이 닿는대로 한 발, 한 발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해서 퇴행성 질환을 앓고 계시는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아이씨엠이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사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일을 꽤 오래 했어요. 성공과 실패사례를 두루 경험했는데 한국에 와서 한국의 원천 기술로 세계적인 신약을 만드는 것이 지금 저의 꿈입니다. 아이씨엠에서 저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 대 원 대표이사

  • 現 아이씨엠(주) CEO
  • 現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
  • Postdoc, Harvard Medical School
  • PhD, Tufts Medical School
  •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 석사
  • 보건복지부, 첨단재생 및 첨단바이오 의약품 심의위원회 유전자치료 분야 전문위원 (2020-2023)
  • 한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 학술위원장 (2018–2021)/기획위원장 (2021-2023)/국제협력위원 (2016–2023)
  • 대한연골및골관절염학회, 학술위원 (2017–2020)/학술위원장 (2021-2024)/이사 (2017–2024)

 

명 제 혁 사장

  • 상임 컨설턴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 전무 보령제약
  • Associate Director, BioRelix, Inc
  • Senior Research Scientist, Bayer Pharmaceuticals
  • Anderson Postdoctoral Fellow and NIH NRSA Postdoctoral Fellow, Yale University
  • Ph.D., Brandeis University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