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김대성 한풍제약 연구팀장

현재 진행 중인 임상2b상 완료 후, 조건부 허가 계획
'리루졸' 병용투여 시 손가락 근력증가, 통증감소 등 유의미한 결과

케미칼·바이오 의약품이 주도하는 희귀의약품 시장에 한풍제약 근위축성 축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치료제인 한약제제 '메카신'이 지정되며, 최초의 국내 상업화 한약제제 희귀의약품이 탄생할지 주목되고 있다.  

메카신은 지난 3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희귀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에 의거 국내 환자 수 2만 명 이하인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이어야 하며, 규정 내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한다.

히트뉴스는 지난 13일 김대성 한풍제약 연구팀장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메카신' 개발경위부터 추후 계획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대성 한풍제약 연구팀장 
김대성 한풍제약 연구팀장 

 

한의약적인 치료법으로 근위축성 축삭경화증(ALS)를 치료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풍제약 '메카신'을 개발하게 된 경위와 작용기전이 어떤가. 

김대성 팀장은 "근위축성 축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루게릭병으로 불리며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대뇌피질, 뇌간, 척수 운동신경을 점차적으로 파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3~5년의 짧은 기간 안에 점진적인 근력마비를 보이다가 종국에는 호흡근 마비로 사망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 중 가장 파괴적인 형태의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한풍제약이 개발에 참여하기 전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의 김성철 교수는 2011년 보건복지부 한의약 선도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ALS의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현재의 시점에서 한의약으로 치료법을 찾고자 각종 문헌들과 논문들을 검토하여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한약재를 선별했다. 추후 한풍제약의 협력을 요청하여 참여하게 됐고, 진통효능이 기대되는 정제부자의 사용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며 연구에 참여하게 되며 메카신(KCHO-1)을 개발했다.

그는 "메카신은 '경악전서'의 '작약감초부자탕' 처방을 근간으로 부자의 독성성분인 아코니틴을 제거한 '정제부자(아코니발정, 한풍제약 일반의약품)'를 사용했고, 한약재 중 신경과 근육 보호 작용이 입증된 강황, 천마, 원지, 단삼, 목과, 창출을 가미한 복합처방"이라고 밝혔다. 

김성철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메카신(KCHO-1)은 세포실험에서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기억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활성과 뇌세포에서 HO-1(Hemeoxygenase-1)의 발현을 증가시켜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

또한 메카신의 기본처방인 가미작약감초탕 추출물과 메카신은 t-BHP(Tert-butyl hydroperoxide)로 야기된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HT22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활성과 메카신을 농도별로 처리했을 때 BV2 세포(미세아교세포)에서 Heme-oxygenase (HO-1)의 발현을 통한 항염효과로 신경세포 보호효과를 보였다.

메카신의 작용 메카니즘 (출처 : 김성철 교수 국제학술지 투고 논문)
메카신의 작용 메카니즘 (출처 : 김성철 교수 국제학술지 투고 논문)

현재까지 ALS를 치료하기 위해 확실한 효과를 입증한 약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인 김 팀장은 "현재 근위축성 축삭경화증에 사용 중인 약물은 리루졸(Riluzole)과 에다라본(Edaravone)이 있으나,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해서 생존기간을 일부 연장시킬 뿐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근력을 회복시키지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한풍제약이 진행 중인 '메카신'과 '리루졸' 병용 투여 2a상 임상에서 왼쪽 손가락 근력증가 및 통증 척도(VAS)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으며, 리루졸 단독 투여보다 병용투여가 ALS 증상 악화 억제가 좋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한약제제는 케미컬·바이오 의약품에 비해 찾아보기 힘들다. 양약과 다른 한약제제 만의 어려움이 있나.

김대성 팀장은 일반적으로 양약과 한약의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의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 위해 식약처에 (개발단계)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을 해야하며, 희귀의약품에 해당함을 입증자료, (개발단계)희귀의약품 지정 의견서를 제출해야하는 점을 동일하다는 것이다.

다만, 양약과 달리 생약으로 구성된 한약제제는 표준화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9가지 생약으로 구성된 한약제제의 표준화는 양약성분의 표준화에 비해 상당히 어렵다"며 "49년간 한약제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한풍제약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일정한 효능·효과를 낼 수 있도록 표준화된 한약제제를 제조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약제제는 천연물로부터 활성 물질을 추출하는 것으로 추출물에는 다양한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고, 채취 시기, 지역, 환경 등 많은 변수가 있어 표준화를 통하여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약의 경우 기초연구 과정에서 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만, 천연물을 그대로 또는 용매로 추출해 제조하는 한약제제의 경우, 개발의약품의 원료가되는 생약의 조건에 따라 지표물질 함유량에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제조 단계를 거듭 할수록 관리범위 설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표성분 이외에도 천연물에 존재하는 다양한 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성분을 이용하는 양약과 달리 표준화에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하는데, 이 또한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으로 한약제제 신약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ALS에 대해 아직 두드러진 치료제가 없다고 하셨다. ALS 치료제 글로벌 현황과 왜 개발이 어려운 지 의견을 듣고 싶다. 

김대성 팀장은 "현재 사용되는 ALS 치료제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글루타민산 억제제인 '리루졸'로 이 약을 매일 100mg씩 복용 시 2개월 정도의 수명연장효과가 인정되고 있다"며 "다만, 이 약물은 약재성 간염, 호중구감소증, 간질성 폐질환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코아스템의 줄기세포 치료제인 '뉴로나타알(Neuronata-R)'을 '리루텍(성분명 리루졸)'과 병용요법으로 허가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팀장은 "현재까지 ALS의 발병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유전자의 돌연변이, 흥분세포독성(Excitotoxicity)에 의한 세포자멸사(Apoptosis), 바이러스, 환경 독소 작용 등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에 한계가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후 메카신 개발 계획은

김대성 팀장은 "현재 진행중인 2b상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임상 조건부 허가를 통해 3상 임상 진입 전 ALS 치료제 메카신이 출시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 허가제도를 통할 경우, 시판 후 3상 임상 결과를 제출한다는 조건으로 임상 2상 시험 통과 후 시판할 수 있다. 

김 팀장은 "ALS는 발병 후 대부분의 환자들이 3~5년 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진행이 빠른 질환으로 2상 완료와 함께 국내 ALS 환자의 치료를 위해 조속한 허가가 관건일 것"이라며 "메카신을 통해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증대해 ALS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한풍제약은 지난 6일 식약처로부터 메카신의 '알츠하이머병' 적응증 임상2a상 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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