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돌 히트가 만난 '상상력 부스터' ②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2020년 1월12일 밤 문득 사업의 아이디어가 떠 올랐어요"
"영양제 시장, 50년 전과 달라진 것 없어 혁신 여지가 크다"
"헬스팀엔 약사 네 명, 의사 한 명, 영양학 박사 한 명 포진"

 매일 직장에서 맞춤 영양제를 먹을 수 있다면... 

50년도 훨씬 넘은 영양제 산업은 커지고 다양해졌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병이나 PTP 포장에서 꺼내마시거나, 복용해야 한다. 먹다, 안먹다 하다가 끝내 버리고 만다.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제를 모닝커피 한잔처럼 친숙하게 복용할 수는 없을까?

직장인 A씨는 모바일 앱을 통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병원 검진 기록, 건강 검진 기록, 약 처방 기록 등을 한 업체에 제공하는 한편 7~8분 정도 건강문진을 한 뒤 그에게 필요한 영양조합을 추천받았다.

출근하면 그는 제일먼저 회사가 직원 건강관리 차원에서 마련해 놓은 커피머신 모양의 '뉴트리션 엔진'에 다가가 약간의 정보를 입력한 뒤 마그네슘, 멀티미네랄 등 5~8종의 초소형 영양제들을 챙겨 먹는다. 4mm 크기의 영양제들과 복용량 등은 A씨에게 최적화 된 것들이다.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제를 세프처럼 데이터에 맞춰 디자인 할 수 있는 세상은 열릴 것인가.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사진제공=알고케어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사진제공=알고케어

서울대 법대와 로스쿨을 거쳐 4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임팩트 큰 일을 하자"며 2019년 11월 창업한 정지원 알고케어(Algocare) 대표가 바로 이같은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정지원 대표는 "영양제 시장은 5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혁신의 여지가 크다고 봤다"며 "오랫동안 가다듬은 맞춤 영양제 솔루션을 오는 6월 기업에서 최종 테스트를 한다"고 말했다.

내게 필요한 영양제를 제공해주는 맞춤 솔루션의 명칭은 '알고케어 나스(Algocare NaaS)'인데 크게 ① AI 닥터 ② loT 영양관리기기(뉴트리션 엔진) ③ 4mm 초소형 영양제 ④ 헬스케어모바일 앱으로 구성돼 있다. 2020년 중순 프로토타입 제품을 개발해 6000명 사용자 대상 디지털 건강 문진, 알고리즘 검증, 사용자 대면 인터뷰, 참여 관찰, 앱 사용 테스트, 복용 테스트를 거치며 종합 솔루션을 완성시켜왔다.

정 대표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 Consumer Technology) 주최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CES)에솔루션 나스(Nutrition as a Service)를 들고 나가 2021년과 2022년 2연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큰 물고기는 놓친 고기'라는 말이 있듯 일반인들은 성공 케이스를 눈 앞에서 확인한 뒤에야 "나도 그 생각 했었는데..."라며 아쉬워 한다. 임팩트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꽂혀 창업부터 한 뒤 '미래, 유한성, AI, 인간, 건강, 에너지, 운동, 영양'이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사투를 벌인 끝에 세상에 없었던 솔루션을 개발한 정지원 대표를 만났다.

 

아이디어 잉태부터 솔루션 출시까지 사업화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래, 이거다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나요?

"전혀 아니죠. 그런 건 아니었고, 변호사 생활을 할 때 늘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임팩트가 큰 일을 하자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임팩트요?

"변호사는 한 명 한 명 사람을 상대하잖아요. 평생 열심히 일하며 만나도 한 명 한 명 더 많아지는 거죠. 한 번에 여러 명한테 영향을 미치는 임팩트 큰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럼 정치는 어떤가요?

"직업의 관점에서 큰 임팩트를 주고 싶다라고 했을 때 창업하고 정치밖에 없긴 했어요. 둘 중 정치는 제 일이라고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대 법대, 로스쿨, 김앤장 변호사 등 흔히 엘리트 코스라고 말들하죠. 그런데 뒤로하고 창업을 하셨어요. 내재된 야망의 표출일까요?

"하하. 아기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의사가 꿈인 친구도 있고, 물론 의사는 훌륭한 직업이지만, 제가 본 의사들은 진료하는 들이었을텐테 일대일로 환자들을 보는 것에 대해 큰 흥미를 못 느꼈어요. 한 번에 여러 명에게 영향을 주는 일에 더 눈길이 갔어요."

 

통상 사업은 주위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아버지가, 삼촌이 사업하면 나도 사업을 하게 되는 셈이죠. 가족들 중 그런 분이 있나요?

"없습니다. 사업하는 분은 전혀 없어요. 임팩트가 큰 일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을 따름이죠."

 

말이, 생각이 씨앗이 된다고 했는데, 결국 창업 하셨어요. 어렴풋하게라도 창업의 콘셉트를 잡았나요?

"생각을 좀 해보니까, 앞으로 모든 한계가 다 없어지고, 기술 발달로 인해 딱 하나만 남겠다 싶었어요. 영원히 유한한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죠.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는 게 인공지능(AI)이고,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늘려주는 게 헬스케어 잖아요. 이렇게 확보한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의 더 질을 높여주는 게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걱정되고 필요하잖아요, 창업엔.

"변호사로 일하면서 조금 모아놓은 게 있었어요. 그거에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했어요."

 

알고케어 나스 솔루션의 윤곽은 어떻게 잡았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세 개 중 하나로 사업하고 싶다 생각했었죠. 그 중에서 영양제를 주목했어요. 변호사로 일하며 건강 좀 챙기려다보니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게 운동하고 영양제 밖에 없더라고요. 영양제 좀 먹어보자 하니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어떤 정보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규칙적으로 먹기도 힘들고 결국 실패했죠. 누가 나 좀 챙겨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챙겨주는 사람, 챙겨주는 일로 한걸음 더 나아가셨어요.

"그렇죠. 영양제 시장을 들여다 보니까 영양제 시장에 기술 도입이 안 돼 있더라고요. 50년 전 먹었던 걸 지금도 먹고 있잖아요. 다른 산업군에선 쉽지 않은 일이죠. 50년 전에 하던 걸 그대로 하는 건 거의 없거든요. 기회다 싶었죠."

 

전통은 무뎌 보이지만 무형의 성이 견고한데요.

"산업 분야에서 이 시장을 혁신하면 임팩트가 엄청 크겠구나 생각했죠. 혁신해보자 다짐하고는 그냥 창업했어요."

 

매우 용감하십니다.

"그냥 했어요. 아이템은 없었어요. 창업부터 했어요. 창업하고 배수의 진을 친 거죠."

 

바이오벤처 산업계에서 창업은 지옥의 문을 연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한 두 달 반, 진짜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가서도, 잠 자려 누워서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떻게 다르게 하지라는 생각에 몰입했어요. 어떻게 다르면서도 소비자한테 딱 받아들여지게 할까 엄청 고민하다 2020년 1월12일 밤 문득 이 사업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미지로 본 알고케어 나스 솔루션 개념 

알고케어 나스 솔루션은 모바일 앱, 초소형 보틀 영양제, 뉴트리션 엔진(왼쪽부터)으로 구성된다.
알고케어 나스 솔루션은 모바일 앱, 초소형 보틀 영양제, 뉴트리션 엔진(왼쪽부터)으로 구성된다.
사용자 이름을 터치를 하면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제가 선택되도록 유도한다.
사용자 이름을 터치를 하면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제가 선택되도록 유도한다.
선택을 마치고 나면 그날 최적의 영양제들이 나온다. 
선택을 마치고 나면 그날 최적의 영양제들이 나온다. 
초소형 보틀 영양제. 
초소형 보틀 영양제. 

 

유레카!

"그 때 딱 떠올랐어요. 2019년 창업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기존 사람들에게 임팩트 있게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가 이듬해 1월12일 폭발했어요."

 

AI, loT, 영양제를 연결해 소비자 스스로 건강을 디자인한다는 콘셉트를 그리셨군요.

"창업은 4명이 했고, 다같이 어떻게 다르게를 고민했어요. 서울대영양제, 서울대생이 먹는 영양제, 이런 거 만들어야 되나 우스갯소리가 나올지경이었죠. 일요일 밤 그 기특한 생각으로 밤새 한숨 못자고 이튿 날 팀원들을 만나자마자 신나서 설명했죠."

 

팀원들도 깜짝 놀랐죠?

"아이었죠. 전, 신나서 설명을 했는데, 팀원들이 그러더군요. ‘글세, 별론데.’ 순간 실망했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팀원들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함께 계속 고민했던 지점이 있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걸 들고 오니 당황스러웠을 거에요. 저라도 그럴 것 같았어요."

 

정치만 생물은 아닐 것같아요. 아이디어도 첫 모습에서 계속 바뀌지 않았을까요?

"맞아요. 처음 아이디어는 시중 유산균 음료 닥터 캡슐이었어요. 정수기 같은 기기에서 물 한 잔 따르면 그 안에 갭슐같은 영양제 알갱이가 송송송 떠있는 것을 생각했어요. 하루 한 잔으로 끝, 이런 콘셉트였죠."

 

그럴 듯 합니다.

"그런데 구현이 어려웠어요. 음료 만드는 방법, 만드는 곳 이런 것들을 다 알아보고는 했는데 구현이 어려운 거에요. 아니 불가능한 수준이었어요."

 

어떤 문제가 가로 막았나요?

"캡슐이 골고루 떠 있지 않아요. 어떤 것은 가라앉고, 어떤 것은 떠 있고. 용액을 새로 만들어 캡슐 영양제를 띄워보고 했죠. 띄운 상태로 먹어보기도 했는데, 복용감이 좋지 않았어요. 닥터 캡슐같은 경우 유산균이라서 씹어도 맛이 나쁘지 않은데, 비타민들은 맛이 좀 나쁜 것도 있어요. 시행착오를 많이 했죠."

 

자, 이제 팀원들이 OK 했어요.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체화 됐나요?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체화하기 위해 발품 팔고 다녔어요. 뉴트리션 엔진을 만들어줄 곳을 찾고, 초소형 영양제를 만들어 줄 곳을 찾고, 전체 알고리즘을 짜고, 또 사람을 뽑고 열심히 뛰어 다녔죠. 스타트업이다보니 같이 일해보자고 하기가 꽤 힘들었어요."

 

솔루션 핵심의 하나인 초소형 보틀 캡슐 영양제,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이것도 쉽지 않았죠. 여러 종류의 영양제들이 희망하는 양에 맞춰 종이컵에 떨어져야 하려면 4mm 크기의 초소형 캡슐 영양제가 필요했는데, 만들어 줄 곳이 없었어요. 지방이든, 어디든 업체를 수없이 방문해 설득했어요."

 

이제, 상업화 단계입니다. 언제쯤 시장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출시가 조금씩 늦춰졌는데, 6월부터 POC(Proof of Concet)를 합니다. 39개 회사에서 30명, 100명 이런 식으로 몇 달간 써보시도록 하는 겁니다. 상상에 기반해 설문조사하고 인터뷰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아무리 잘 설명해도 고객들은 본인이 상상한대로 이해하세요. 설명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아시기도하고요. 고객분들이 한번 써보셔야 되기는 합니다."

 

알고케어는 2년 연속 CES 혁신상 수상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된거죠?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로 시작했으니까 외국의 사례, 한국의 사례를 심도 깊게 다 조사를 했는데, 저희와 같은 것은 없었어요. 우리 아이디어라면 글로벌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가장 적은 노력으로 글로벌에 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 세계 최대규모 가전전시회인 CES를 알게 됐어요."

 

CES 혁신상 수상이 준 베네핏은 무엇일까요?

"6월부터 POC에 들어가는 회사들 중 상당수가 CES 혁신상 수상을 보고 연락 주셔서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기업의 신뢰도나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외국 업체들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싶다고 연락을 자주합니다."

 

스타트업에게 출구 전략은 중요합니다.

"전, 엑시트 전략이 없습니다. 많이들 물어보시던데, 전혀 없습니다."

 

알고케어 임직원이 26명이고, 헬스팀 인원이 7명이나 됩니다.

"헬스팀은 서울대 출신 약사분들이 네 분, 의사분 한 분, 영양학 박사님 한 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한 분 이렇게 이뤄져 있어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되니까 소프트웨어 팀도 있고, 하드웨어 팀도 있습니다."

 

알고케어 나스 솔루션에서 얼핏 커피 머신이 연상되는데요.

"커피 머신은 개인 맞춤이라 보기 어렵죠. 커피머신은 조 기자님이라는 사람에게 오늘은 약간 산미가 높은 원두, 내일은 또 다른 원두로 바꿔주지 앉죠. 그간 어떤 커피를 얼마나 먹었는지 다 정리해 보여주지도 않고요. 커피머신은 loT 기기가 아니에요. 커피 추출 기능을 제공할 뿐이지 고객의 데이터를 가져 오거나, 그걸 분석하는 건 없단 말이죠. 근데 저희 나스 솔루션은 영양제를 내 데이터에 맞게 매날 주면서 변동사항에 맞춰 반영해 주기도 합니다."

 

직장인 A씨, 깜빡하고 하루 영양제 먹는 것을 걸렀어요. 어떻게 되나요?

"다음 날 그 전 못 드신 거 보충해 드려요.ㅎ. 커피 머신은 맞춤 기능이 없는데 저희는 맞춤 기능이 있으니까요. 데이터를 계속 수집 저장해 고도화해드리는 거죠. 오늘 먹은 마그네슘 양하고, 내일 먹을 마그네슘 양하고 늘 일정한 게 아니죠. 그 사이 얼마나 피곤한지, 전날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등을 사용자(고객)가 보고(체크)하면 최적화 된 영양제로 변경돼 제공됩니다."

 

임직원들에게 복지를 제공해 주고싶은 기업에게 알고케어 나스 솔루션은 꽤 흥미로울 것같습니다.

"경영진은 임직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 모르면서 믿고 해주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헬스장 사용권을 끊어주면 한 달 몇 번을 가는지 알 수 없죠. 저희 같은 경우 참여 직원들이 얼마나 복용했는지 리포트 해드리고, 직원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플에서 분석한 결과를 개인 정보가 보이지 않게 통계화해 계속 보여 드려요."

 

건강 문제로 업무 능력자가 퇴직하면 기업은 손해 잖아요.

"맞습니다. 저희 회사도 건강 때문에 그만둔 직원이 두 명이나 됩니다. 제가 미리 몰랐다는 게 문제죠. 어떤 위험을 사전에 알고 대비를 하거나 관리 되어야 하는데 직원들 건강에 대해 그렇지 못했던 거에요. 기업 입장에서 직원 건강도 자산화 관점으로 관리를 해야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보건복지부도 건강 친화기업 인증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니까요. POC 기업과 만나보니 새 트렌드에 관심이 높고 빨리 한번 써보고 싶어하셨거든요."

 

큰 임팩트라는 관점에서 글로벌 진출도 생각하실 것같습니다.

"글로벌이든 B2C든 6월부터 기업대상으로 시작하는 POC에서 만족스러운 고객들의 반응,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나서 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일 우선인 거죠. 요즘 젊은이들은 충분히 재미있고 아무것도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

 

뜬금없는데 과학이나 이런 거 좋아하셨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이과생이었어요. 학교 발명대회 나가는 것도 좋아해 상도 받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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