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남는 이익으로 R&D 한다는 관성을 벗어난 81년 기업

창업 81주년 일동제약이 '신약개발 중심 R&D 전문회사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도전에 나섰다. 제네릭 의약품과 브랜드 OTC에 의존해 온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약개발의 길'에 오른 뒤 매출액 R&D비를 20%까지 늘렸다. 1000원 매출에 200원을 집행하는 전사적 파이팅이다. '남는 이익'으로 장차 R&D를 도모해 보겠다거나, 바이오벤처 기업에 '간보기식 투자'를 하며 기회를 찾고 있는 전통 제약산업군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려운 도전적 행보다.    

버는 것 없이, 투자받은 법인 통장에서 돈을 빼 쓰는 형편의 바이오벤처 CEO들은 일정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약회사들을 늘 부러워하고 있다. 계산이 서면 자신들의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를 좀더 공세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반면 부러움의 대상인 전통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유무형 자산의 가치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형편이 좀더 나아지면 R&D를 해보겠다는 관성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전형적인 '부자 몸조심'이자 성공방식의 답습이다. 관성의 대오를 스스로 벗어나 새 길로 들어선 일동제약의 결단이 그래서 더 대단하다.

2017년 이래 매년 회사 전체 매출액 대비 10% 이상 연구개발 비용으로 꾸준히 써온 온 일동제약은 작년 매출액 대비 20%에 달하는 1082억 원을 투입했다. 그런가하면 유기적이고 전문적인 R&D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약 물질 발굴 전문 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 △임상 약리 컨설팅 전문 회사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신약 개발 및 상용화 전문 회사 '아이디언스' 등을 그룹 내 계열사로 두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체제도 마련했다. 목표를 향한 강력한 실행이다.

일동은 후보물질을 가능한 많이 발굴해 R&D 파이프라인에 추가하고, 이들에 대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으로 신약 과제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 확보, 기술 이전 등에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암, 당뇨병, 간 질환, 폐 질환, 위장관 질환, 안과 질환, 신경정신 질환 등 분야에 10여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이 중 시장 규모와 성장성, 미충족 수요의 존재 등으로 잠재력이 큰 당뇨병, 지방간염과 같은 대사질환 분야의 경우 글로벌 임상 추진, 국내외 특허 확보 등과 같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IDG16177'은 췌장 베타세포의 GPR40(G단백질결합수용체40)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진 GPR40 작용제(agonist)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IDG16177'은 고혈당 시 선택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투약으로 인한 저혈당 발생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동물실험 결과, 유사 계열의 경쟁 물질에 비해 10~30배 낮은 용량에서도 더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냈으며, 독성과 관련한 안전성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작년 독일연방 의약품·의료기기 관리기관(BfArM)에서 ‘IDG16177’에 대한 임상 계획(IND) 승인을 받아 현재 독일 현지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상용화 및 기술 수출에 유리한 요건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호주 등의 국가에서 해당 물질과 관련한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며,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국에 대한 특허도 출원 중에 있다.

또 다른 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ID110521156’는 임상계획(IND) 승인 신청 등 임상시험 준비에 필요한 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ID110521156'는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의 유사체 역할을 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계열의 약물이다. GLP-1 호르몬은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생성, 분비되며 체내 인슐린의 분비 및 혈당 조절을 비롯해 소화기관 운동,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동제약 IR 자료에서 발췌.
일동제약 IR 자료에서 발췌.

회사 측은 앞서 진행한 연구 등에서 'ID110521156'이 GLP-1 수용체 작용제로써 우수한 약리 활성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ID110521156'은 주사 제형이 주를 이루는 유사 계열의 기존 약물들과는 달리 경구용 치료제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투약 편의성, 시장성 등 상용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비 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ID119031166' 역시 개발 진행 상황이 순조롭다고 한다. 'ID119031166'은 파네소이드 X 수용체(farnesoid X receptor, FXR)와 결합해 해당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FXR 작용제(agonist) 기전의 NASH 치료제이다. FXR은 세포 내의 핵에 존재하는 수용체들 중 하나로, 간의 지질 및 당 대사, 담즙산의 생성 및 배출, 염증 반응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D119031166'은 FXR에 작용하여 간 내부의 지방 축적, 염증 및 섬유화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담즙산의 대사를 조절하여 NASH 증상을 개선한다. ‘ID119031166’과 관련한 생체 외(in vitro) 연구 및 질환동물모델 연구 결과, 약물 효력 및 표적 선택성, 간 섬유화 억제 및 NASH 증상 개선에 대한 효과 등이 유의미하게 확인됐다고 한다.

일동제약은 해당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 확보를 위해 국내 특허 등록은 물론, 해외 다수의 국가에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며, 연내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ID119031166' 상용화 작업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 입증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임상 연구, 데이터 확보 등 상용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한편, 특허 등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를 바탕으로 라이선스 아웃, 기술 수출과 같은 수익 실현도 함께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동제약의 선택과 결단은 꽃길보다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국내 전통제약회사들에게 내일을 여는 열쇠는 이 것 뿐이라는 현실 앞에서 우리 모두 일동제약의 도전이 통쾌한 성공의 증표가 되기를 응원한다. 제약바이오생태계의 일원들이 곳곳에서 크고작은 성취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제약바이오 강국에 도달할 수 있다. 꿈꾸는 기업들이 고독하지 않도록 세르파같은 정책도 동반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화이자 mRNA 백신도 기업 혼자 해낸 일이 아니었다. 미 정부는 꽃만 기다리지 않고, 기업과 함께 화단을 가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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