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제약·바이오 관련학과 전공자 김 씨의 취업 고군분투기

업계가 필요하다던 스펙을 가진 난, 아직도 미생인가요?
신입사원 뽑는다며 업무 경험자 등 + @를 찾는 건 뭔가
숱한 탈락 맛본 김 바이오씨, 마음 가다듬고 인재양성 교육으로...

 바이오헬스 인재 공급과 현장 수요는 미스 매치 

진입장벽이 높은 제약바이오헬스케어산업 맞춤형 정부 주도 인력양성사업이 활발하다. 하지만 육성된 인재와 업계가 요구하는 인재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 히트뉴스는 인력양성 프로그램 이수자들과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을 만나 정부 인재양성 사업과 구인ㆍ구직 간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① 관련 학과 졸업해도 못가는 제약계, 도피처는 정부 사업?
② '정부가 키운 인재'와 '업계가 필요한 인재' 그 사이의 괴리
③ 정부-업계, 산업계 인재 양성 위해 '톡' 까놓고 얘기해 봅시다

김 바이오씨 취업 스펙

 

ㆍ김 바이오씨(졸업예정자, 가명, 28세)

ㆍ4년제 대학 생명공학 전공 4.5점 만점에 평균학점 3.5점 

ㆍ토익 800점대, 인턴 및 연구실 경험 없음. 

대학에 진학하며 김 바이오씨가 생명공학을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핫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취업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도 '제약·바이오 분야'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블루오션이다, 연봉이 높다, 사회적 인식이 좋다, 미래 지향적이다 등 구직자들을 매료할시킬만한 장점들은 차고도 넘친다.

취업설명회에 당당히 초청받아 온 제약회사 취업 선배들처럼 김 씨도 학업과 어학 공부를 성실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졸업예정 학기가 되자 김 씨도 친구들처럼 이곳 저곳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제약회사 QC(품질관리), QA(품질보증), RA(인허가), BD(사업개발), 생산 등 지원할 수 있는 직무 분야는 다양했고 골라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신이 난 김 씨. 모집요강에서 '4년제 학사', '생명계열' 등 지원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직무에 지원서를 넣었다. 그런데, 어떤 전형에서도 서류 합격의 소식이 오지 않았다.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그제서야 보이지 않던 우대조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약사 자격증', '연구실 경험자', '해외 어학연수자', '업무 경험자' 등의 문구를 보고 '학과 공부만 성실히 수행하면 되지 않을까' 했던 지난 4년의 대학 생활이 허망했다.

김 씨는 학과 필수 과목에 미생물학·분자생물학·생화학 등 다양한 연구실험 실습이 차지하는 부분도 상당했기에 추가로 연구실을 경험하자는 생각까지 해본적은 없었다. 어학 성적은 취업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점수만 따면 된다고 생각했다. 신입 사원 모집에 왜 '업무 경험자'를 우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지도 교수님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교수님은 현재 너의 스펙으로는 제약·바이오 중견급 회사로 취업은 힘이 드니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거나 △유사 제약·바이오 분야로 눈을 돌리거나 △전공이 필요 없는 영업 분야를 생각해 보거나 등 몇가지 옵션을 제안했다. 좌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니 어쩌겠나.

몇 개월 만이라도 연구실 경험을 쌓길 원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적었고, 대학원 진학을 전제로 하지 않는 졸업 예정자를 인턴 연구원으로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제약·바이오분야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었기에 간간히 인터넷 공고를 통해 올라오는 1일~2일에 50만원 교육비를 요구하는 사설 분석기기실습·품질이론교육을 꾸준히 수강하며, 이력서를 제출했다.  

사설 교육의 힘이었을까. 바라던 중견급 제약사 QA(품질보증) 팀에 서류 합격소식이 들려왔다. 생소한 팀이었지만, 인터넷에서 직무 정의를 충분히 숙지하고 면접 당일 시험장에 들어갔다.

준비했던 것과 달리 면접관이 물어본 건 업무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해외 경험과 영어실력이었다. 당혹스러웠다.

면접관은 "어차피 밖에서 배운 건 아무 쓸모없다"며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도 영어만 원어민 수준으로 할 줄 알면 나머지는 우리가 가르치면 된다"고 말했다. 현타가 왔다.

업계가 신입사원이 아니라 '신'인사원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서류를 통과하기 위해선 학력, 어학성적, 연구실 경험, 인턴 등 대외활동 경력 등을 다채롭게 준비해야 했으나, 정작 면접에서는 직무에 따라 업계가 요구하는 +@를 증명해야 했다. 

김 씨는 다시 서류 전형이라는 1차 전쟁을 치를 생각에 지쳐있는 와중에 학과 사무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다양한 '정부 인재양성사업' 포스터들에 시선이 꽂혔다. 연구실, 실무 등 경험을 제공하는 '정부 연계 연구실 체험', 'GMP 등 품질 업무 이론 및 실무과정', '의약품/의료기기 규제과학 전문가 양성', '바이오헬스 분야 특성화대학원' 등의 인재양성사업들은 그 동안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우대 사항으로 제시해왔던 부분을 만족시켜줄 것 같았다. 

교육과정 수료 후 한번쯤 들어 봤을법한 유망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러브콜 해줄 것을 기대하며 인재양성사업 참여를 다시 결심해 본다. 구직 전쟁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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