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상각비ㆍ이자비용ㆍ매출채권처분손실 등이 주범
수익성 부실한 종속기업, 적극적인 구조조정 반드시 필요

지오영 본사
지오영 본사

지오영 그룹은 한국 최대 의약품 등의 도매유통 집단이다. 연결대상 종속기업 14곳과 연결제외 종속기업 11곳 등 총 25곳의 기업체들과 기타 다수의 특별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14곳 연결대상 종속기업체에는 지오영을 비롯해 지오영네트웍스, 영남지오영, 경남지오영, 대전지오영. 강원지오영, 남산약품, 호남지오영, 지오영경동, 제주지오영, 남부지오영 등 11곳의 의약품 주축 도매유통업체와 진료재료 유통업체 케어캠프 및 요양기관 용역 대행업체 크레소티 그리고 의료기기 제조업체 듀켐바이오 등이 있다.

연결제외 종속기업체는 변동시장(부동산 임대업체), 팜페이몰(전자상거래업체), 엔에스스마트(시스템업체), 포시케이트(소프트웨어개발업체), 로템유통(의료기기유통업체), 큐어링크(소프트웨어개발업체), 사이프러스(의료기기유통업체), 사이프로스광주, 사이프러스천안, 씨코헬스케어(방사성의약품유통업체), 듀켐바이오연구(방사성동위원소 제조ㆍ판매업체) 등 11곳이 있다.

지오영그룹의 지배기업이 '조선혜지와이홀딩스(조선혜지와이H)'라는 것이 외부에 처음으로 밝혀진 것은 재작년(2020년) 4월1일이었다. 소유자는 △SHC Golden L.P △조선혜 △이희구 3인으로, 지분율은 각각 71.25%, 21.99%, 6.76%로 돼있다. SHC는 'Sun-Hae Cho(조선혜)'의 영문자 이니셜 (initial)이다.

절대 지분율 71.25%를 소유한 'SHC Golden L.P'는 2019년 4월 29일 영국의 '그레이터 런던(통상 '런던'으로 불림)'에서 설립됐다, '조선혜지와이H'의 창립(2019.5.31)을 위해 미리 영국에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의 일종으로 추정되지만 그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진바 없다. 

'SHC Golden L.P'에 대한 다음과 같은 소개 내용이 그렇게 판단ㆍ추정되는 근거다.

SHC Golden L.P is an active company incorporated on 29 April 2019 with the registered office located in London, Greater London. SHC Golden L.P has been running for 3 years. There are currently 0 active directors according to the latest confirmation statement submitted on 29th April 2019

(SHC Golden L.P는 2019년 4월 29일 그레이터 런던에서 등록된(본사를 둔) 활동적인 회사다. SHC Golden L.P는 3년째 운영되고 있다. 2019년 4월 29일에 제출된 최근 확인서에 따르면 현재 현역 이사는 없다).

지오영그룹 지배구조의 복잡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오영그룹의 소유자 조선혜지와이H의 지분 71.25%를 보유하고 있는 SHC Golden L.P.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미국 뉴욕에 있는 글로벌 굴지의 투자기업인 'Blackstone Group Management LLC'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조선혜지와이H의 2021년 연결재무상태표와 연결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배구조 못지않게 매우 복잡다단하여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다.

2021년 매출액은 3조6142억 원으로 2020년 3조7409억 원보다 3.4% 뒷걸음질 쳤지만, 매출총이익은 비교적 양호한 2646억 원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조마진율도 2020년 6.8%에서 7.3%로 0.5%나 개선됐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111억 원 적자를 봤다.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의 통상적인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 항목과 판이하게 다른 비목이 있기 때문이었다.

판관비 속에 '무형자산상각비'가 무려 849억 원이나 잡혀있다. 이는 지오영과 지오영네트웍스 및 케어캠프 그리고 영남지오영 등 쟁쟁한 연결대상 종속기업체 14곳의 인건비(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총액 763억 원보다 11.3%나 더 많은 비용이다. 치열한 의약품 유통시장 경쟁 상황에서 이러한 초대형 판관비 비목이 돌출되어 있는 한, 영업이익이 흑자를 시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무형자산상각비'란 재무상태표의 무형자산이 소정된 기간과 방법(정액법 또는 정률법 등)에 따라 결산 때마다 상각 처리되는 비용을 말한다. 조선혜지와이H는 무형자산을 ▷영업권 ▷고객관계 ▷산업재산권 ▷개발비 ▷소프트웨어 ▷기타 등으로 구분해 평가하고 있다. 

'영업권(Good will)'은 어떤 특정 기업체가 동종의 다른 기업체보다 영업 노하우(know-how)나 브랜드(brand) 인지도 등이 우월해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평가되는 무형의 자산이다. 아무 때나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합병(M&A)이나 영업양수 또는 전세권 취득 등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될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고객관계(Customer relationships)'도 영업권과 같은 맥락이지만 조선혜지와이H는 이를 따로 나누어 무형자산으로 정리했다. '고객관계' 계정은, 충성스러운 주요 단골 고객의 형성이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기업 자산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2019년 조선혜지와이H가 창립될 때 무형자산은 자그마치 8149억 원이 넘게 설정됐다. 영업권 6316억 원, 고객관계 1723억 원, 산업재산권 8억 원, 소프트웨어 54억 원, 기타무형자산 48억 원 등이었다. 

조선혜지와이H는 무형자산의 내용연수(耐用年數)를, 영업권 10년, 고객관계 10년, 산업재산권 5~11년, 개발비 5년, 소프트웨서 5~10년, 기타의 무형자산을 5~15년으로 추정하여 이 기준에 따라 감가상각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8000여 억원의 무형자산이 설정된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약 10년간은, 매년 지난해에 처리된 무형자산상각비 849억 원과 엇비슷한 800억 원 내외의 비용이 판관비로 처리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금년부터 앞으로 약 7~8년 후까지 조선혜지와이H의 영업이익 연속적 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

'영업권'과 '고객관계'라는 무형자산은 아무리 EU 회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발된, 원가주의가 아닌 시장성에 바탕을 둔 공정가치 기준의 과학적 방법론을 총 동원해 평가한다 하더라도, 평가 전문 조직이 어떤 목적을 위해 마음만 먹는다면 회계 지식과 실무에 능통한 전문가(또는 전문가 조직)일수록 역설적으로 그 방법론을 방패삼아 자의적인 가치평가를 내릴 여지가 남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조선혜지와이H'는 결국 지난해 805억 원의 큰 당기순손실을 냈다. 영업 손실액은 111억 원이었는데 적자가 대폭 확대됐다. 이자비용 359억, 매출채권처분손실 69억 원, 유형자산손상차손 110억 원, 차입금상환손실 80억 원 등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들 영업외비용 중 특히 고액인 이자비용과 매출채권처분손실 등의 비용 구조가 2019년, 2020년, 2021년 공히 각각 360억 원, 70억 원대 등으로 고착돼 있어, 앞으로 '당기순손실'도 '영업손실'처럼 상당기간 적자 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조선혜지와이H' 창립 전에 이미 일정기간 큰 폭의 순손실을 각오하고 있지 않았겠나, 추정된다. 

추정의 근거는 △8000억 원 이상의 영업권과 고객관계의 무형자산을 설정함으로써 적어도 10년 동안 매년 800억 원 규모의 '무형자산상각비'라는 판관비가 추가로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했을 것이라는 점 △장ㆍ단기차입금 7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자금 차입을 했을 텐데 그때 이미 이자비용이 360억 원 전후가 될 것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했을 것이라는 점 등이다. 이 거액의 비용을 추가로 쓰면서 흑자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오영 그룹은 한국 의약품 도매유통업계 선진화ㆍ현대화의 표상이다.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달리 뾰족한 단기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종속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움츠리며 철저히 내실을 다지는 것도 더 높이 날기 위한 성장ㆍ발전의 한 과정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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