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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L/O에 대한 두 가지 엇갈린 시선

국내 바이오 벤처업계 발 글로벌 기술이전(L/O)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직접 신약개발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지평이 넓어지듯 기술이전 사례가 축적되니 더 높은 곳이 보이고 도전해야겠다는 도전의식도 드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다수 바이오 벤처는 글로벌 제약사에게 파이프라인의 모든 권리를 넘겨주는 실정이다. 통상 국내 바이오 벤처의 기술이전 선급금(Upfront) 비율은 총 계약 규모 대비 2%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전임상 단계서 주로 기술이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선급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은 지난 3월 KDDF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협상 과정에서 터무니 없는 조건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며 "전임상 단계에서 5%, 임상 1상에서 8%의 선급금을 받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조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을 이끄는 묵 단장의 위치에서 충분히 공격적으로 던질만한 화두다.

이와 달리, 제값을 받지 못한 기술이전 자체를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 벤처 한 관계자는 "사실 벤처 입장에서는 돈이 필요하다. 좋은 조건이 아니더라도 일단 딜을 수용하게 되고, 이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이런 기술이전을 통해 분명 배우는 점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 투자 심사역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하는 벤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빠른 시기에 관심이 있을 때 가격을 낮춰서라도 기술이전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바이오 벤처의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전략이 사실상 IPO(기업공개)뿐인 상황에서 글로벌 기술이전에 대한 실적 압박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형태의 딜 구조가 나오기 위해서는 결국 벤처 내부에서 기술을 숙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L/O 모델이 단기간 프로젝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임상 3상을 통한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한다. 상장 바이오텍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라이선스 아웃을 궁극적인 사업 모델로 바라보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혁신신약 개발을 하는 것이 회사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국바이오협회 유튜브 채널 'Bio TV'에 출연한 고종성 박사(제노스코 대표)는 "탄탄한 임상 3상을 통해 신약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국내 바이오텍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신약개발 1세대로 알려진 고종성 박사는 임상 3상을 진행해 신약을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임상 2상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유혹을 떨쳐내기 힘든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바이오 벤처 관계자를 만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임상 2상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개발을 포함하는 빅딜을 체결해 윈윈(win-win)하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며, 여러 여건을 감안한 해당 업체의 최선 혹은 차선의 선택일 수 있다. 마땅히 이같은 선택도 존중받고, 박수 받을 일이다. 

단순기술 수출이든, 공동개발을 포함하는 기술이전이든, 직접 신약개발이든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K-바이오의 최종 지향점은 임상 3상을 통한 혁신 신약개발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험난한 길이다. 대한민국 표 혁신신약이 세계 곳곳의 약국 진열장에 놓이게 되는 날을 상상하며 거북이처럼 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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