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식약처장 6일 출입기자단 간담

"규제 무조건 뽑아야 할 손톱 밑 가시로 다뤄서 안돼"
"공무직 재직 기간 짧고, 의약사 공무원 채용 어려워"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떠오르는 뉴 아이템지만..."
"코로나대응, 항체치료제 신속심사는 만족할 성과"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6일 출입기자단과 간담을 가졌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6일 출입기자단과 간담을 가졌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합리적 규제 완화'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규제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임기 초기 경험을 예로들어 명확히 했다. 부임 초기 규제를 무조건 뽑아버려야 하는 '손톱 밑의 가시처럼 대하는 주장들'이 있었는데 문제의 본질은 필요한 규제인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인지를 구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 뉴 아이템 분야에서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하면 식약처가 걸림돌"이라고 말한 김 처장은 '규제과학 혁신포럼'을 만들어 산학과 소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과학적 기반으로 합리성과 근거를 갖춘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규제의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김 처장은 6일 출입기자단과 간담을 갖고 1년 반 임기 중 지켜 본 식약처의 내재적 문제점과 성과, 아쉬움에 대해 설명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김 처장은 의료제품 심사, GMP 심사, 의료제품 허가 인력의 높은 공무직 비율을 꼽았다. 현재 식약처의 공무원 대비 공무직 비율은 2배에 달하는데, 특히 의료제품 심사 업무나 GMP 조사 업무 등 핵심업무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적 기여도에 비해 재직 기간은 평균 3년 정도 수준이며, 계약 기간 이후 공무원으로 다시 채용되거나, 기업 혹은 대학 등으로 옮겨간다. 의사 인력은 상황이 더 나쁘다. 현재 의사 공무원은 1명이며, 심사 인력도 대부분 약무직이다. 식약처는 최근 공무직 심사위원 형태로 약 20명의 의사 인력을 채용했으며, 대한의학회에 지속적으로 임상 지식 등의 활용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김 처장은 미국 FDA나 유럽 EMA 등 해외 규제기관과 공무원 및 의사 심사인력 차이에 대한 심각성에 동의하며 "정규 공무원으로는 이제 의사뿐 아니라 약사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소명감만 가지고 공무원을 하라고 하기엔 유인책이 수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심사 업무 등 고난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3년이면 이제 눈을 뜨는 시기인데, 이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무직 비율이 높은 인적 구성을 가진 식약처가 장기적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요한 인프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김 처장은 "공무직 비율을 높일 수 없다면 전문성을 늘리는 방향으로라도 가야한다는 생각에 제품화지원단이라는 조직을 출현시키는 등 나름 노력을 해왔다"며 "다음 정부도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대응과 항체 치료제 신속 심사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항체 치료제 개발과 관련, 김 처장은 "식약처는 항체 치료제를 국내서 먼저 개발하고 심사하는 전반의 과정에서 해당기업과 사전에 밀접하게 소통하며, 완성된 형태의 자료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자료를 가지고 심사를 진행했다"며 "유럽 EMA도 10달이나 소요된 제품을 40일 만에 국내에서 허가하는 성과를 낸 점은 신속하면서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이행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40일 간 심사 과정에서 '해외 규제기관이 이미 허가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한 의약품을 추가 심사 과정을 통해 도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잖게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주권 문제"라고 단호한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건강한 국민이 맞아야 하는 백신을 우리가 확실히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에게 맞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LSD 주사기 개발 현장을 방문해 허가와 출시를 함께 고민한 점, 중소 업체들과 함께 협업 노력을 했던 점, 긴박했던 코로나19 검사 키트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 공무원들의 남다른 각오와 태도도 긍정적 기억으로 떠올렸다.

김 처장은 "코로나 초기 약속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내부 모토를 '국민 안심이 기준'으로 설정해 우리 업무 처리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도록 GMP 심사 전문인력 등의 훈련을 체계화하며 역량을 키우고, 내부 조직을 확충했다"고 말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이 식약처 출입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강립 식약처장이 식약처 출입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처장의 임기 중 식약처 행정은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올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그늘도 생기는 법으로 우선 순위에 밀려난 식약처 업무도 적지 않다. 김 처장은 "식품 안전에 관한 책임을 새로운 각도서 생각해볼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HACCP(한국식품관리안전인증)을 받은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업체에 문제가 생긴다면 식약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며 "전국 모든 음식점과, 제조업체들을 식약처 직원이 리얼타임으로 책임·관리하는 걸 목표로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품 안전에 관한 위생 기술과 인식도 발전한 만큼, 미래에 부합하면서 어떻게 적응할 것이며,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정부-민간 간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의료제품 분야에 대해 "우리는 AI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가이드라인을 세계에서 제일 먼저 발간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며 "모든 나라가 처음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자신 있게 규제를 먼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분야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그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도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뉴 아이템"이라며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한다면 식약처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말하며 전문가 육성을 위한 투자, 동기부여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발등에 불을 끄는 단계였다면 제품화지원단이 앞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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