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주최 제4회 규제과학 혁신포럼

이기원 교수, "산업 발전에 맞는 규제 개념 설정이 필요해"
강성지 대표, 업체와 정부 간 '책임 분배의 제조 환경' 강조
이형기 교수 "유전자 치료제, 건강자원자 연구도 쉽지 않아"
조양희 부사장 "규제 샌드박스 활용, 다양한 실험을 해보자"

 

혁신 의료 제품 및 푸드테크 등 신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규제기관도 규제 설정 기준, 업계에 대한 자율성 부여, 상황에 맞는 유연성 등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제로 리스크에 대한 강박과 규제기관이니 규제만 하면된다는 소극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규제과학센터가 3일 개최된 '제4회 규제과학 혁신포럼'에서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손여원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학회장은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져 규제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이기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이기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새로운 혁신 의료 제품과 푸드테크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과학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소비자가 선택을 고려하게끔 만드는 식품들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규제가 이런 부분을 잘 수용해 개념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기원 교수는 "현재 푸드테크 분야는 유통 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을 이용해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또 혁신성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식품 생산 가공 유통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성과 가치관에 맞는 맞춤형 식품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요즘은 의약품을 개발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할 때의 임상적인 결과를 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얘기로 자기가 먹어 보고 직접 평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은 우리가 규제적으로 바라보는 것들과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존 식품 제조 기업과 다른 푸드테크 기업들이 굉장히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런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체험 등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반영해 평가하는 제도 등 거기에 맞는 헬스케어 정책이 앞으로 필요해질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케어푸드나 메디푸드와 같이 비슷하지만, 다른 분류에 대한 개념 설정을 규제과학 차원에서 설정해 규제의 틀 안에서 같이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강성지 웰트 대표는 양심을 안전성에, 상식을 유효성에 비유하며, 양심과 상식이 있는 세상에 규제과학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완전하지 않더라도 두 번 실패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
강성지 웰트 대표

강성지 대표는 "산업계 입장에서 규제는 산업의 수준을 높여주는 모의고사 같은 느낌"이라며 "산업계가 일부러 못하는 것이 아닌,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식약처가 규제의 어떤 바(Bar)를 세워주면, 그 바를 넘어가기 위해 산업계가 조금 더 준비하고 검증하고 달려들어 그 산업 수준을 높여내는 것이 규제가 갖는 가장 큰 순기능이라고 본다"며 "이 업체들이 해외로 나갈 때 똑같이 그 바를 넘을 수 있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책임 분배의 제조'를 강조하며 "'이 정도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제품을 관리하는 주체라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 책임을 져라'라는 식으로 책임을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즉, 오히려 이런 식으로 관리하게 되면 방관이 아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단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바이오 헬스케어 업계 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IT 업계든 타 업계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방법론들을 벤치마킹 할 것도 제안했다.

강 대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예로 들며, "한 번의 실수는 발생할 수 있지만 두 번의 실수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적발해서 고쳐내는 측면으로 규제의 초점을 바꿔보면 우리가 어떤 문제가 생길지 노심초사해서 모든 문제들을 다 적발해낼 수 없는 와중에도 최선의 해결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형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형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혁신적인 제품의 도입과 안전성 확보는 상충되는 면이 있어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우려에 대한 해결책 및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이형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제로 리스크가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하는 기존의 관념, 즉, 규제기관이니까 규제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불확실성 자체가 규제 행위의 생리적 특성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본적인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고 이후에 개발해서 다양한 형태의 유연함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게 너무 넓은 범위로 유전자 치료제의 범위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있어, 건강 자원자를 대상으로 약동학적 양상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미국 규정에 의하면 특정한 경우, 안전성이 기본적인 것이 파악이 되면 건강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 스터디는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혁신 제품의 개발이 불가능 하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건 맞지만, 기본적인 것들이 자료로 확보된 후에는 그들에게 맡겨둬야 될 것 아니냐"며 "심판이 갑자기 완장을 떼고 그라운드에 내려와 공을 차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유했다.

조양희 한국암웨이 부사장
조양희 한국암웨이 부사장

생활 속 영양 섭취 등 새로운 건강 관리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허들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조양희 한국암웨이 부사장은 "가장 큰 허들은 식약처가 현재 평가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 하지 않는 헬스케어 영역들이 있다는 점"이라며 '지금까지처럼 선을 그어서 어떤 점은 되고, 어떤 점은 안 된다고 구분해 주는 선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결 방식으로 "현재의 규제 틀 안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포지티브하게 정해주고 규정해 주려고 하는 이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방식은 점점 규제기관을 묶이게 만들고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이런 점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좀 더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는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여러 가이드라인을 너무 세부적으로 주고 있다"며 "다양성이 되려면 틀 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게 플레이어들을 놔두면서 그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의 문제점들을 빨리 파악하고 정부는 모니터링 했다가 이 부분을 규제 틀 안에 담아 나가는 방식의 접근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체 자체로도 규제 기관에만 너무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체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함을 길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대처해 나가는 담대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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