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약산업은 누가 뭐래도 신약개발 R&D다

5000만 달러, 5000만 달러. 한미약품이 면역질환치료제와 내성표적 항암신약 기술 수출 계약금으로 각각 5000만 달러를 받았던 2015년.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할 적기라고 했던가. 유한양행은 이해 7월30일 코스닥상장기업 오스코텍과 그 자회사 제노스코가 보유했던 3세대 EGFR Kinase 저해제(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관련 물질과 특허권기술을 '정액기술료 10억원에 추후 임상 1상 승인 후 5억원'을 건네는 조건으로 사들였다. 이정희 대표가 이해 3월 취임한 이후 연구개발(R&D)의 중심 축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옮겨가면서 시도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듯 유한양행은 3년 여 임상 개발(2상a)로 '어느 정도 바늘 모양이 잡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기술을 지난 5일 얀센 바이오텍에 이전했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50억원)에다 개발, 허가 등 단계별 마일스톤 총12억5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원천 기술을 유한양행에 이전했던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도 계약에 따라 유한이 확보한 총 기술수출금액 및 경상기술료(Royalty)의 40%를 받게된다. 이번 계약으로 오스코텍 및 제노스코-유한양행-얀센 바이오텍 등 오픈 이노베이션 주체들은 혁신신약에 대한 같은꿈을 꾸게 됐다.

유한양행의 이번 기술 수출은 2015년 한미약품의 돌풍으로 한껏 달아 올랐다가 최근 다소 잠잠했던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불을 지피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가를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물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2015년 이후 코오롱생명과학, 동아에스티, 한올바이오파마, 제넥신, 한올바이오파마, 동아에스티, SK케미칼, 크리스탈지노믹스, 유한양행, JW중외제약, 앱클론 등이 '기술 수출 성화를 봉송'했지만 성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리는 신약개발 특성 때문에 또다른 관심 촉발자가 참으로 요긴한 시점이었다. 유한양행의 쾌거는 그래서 시의적절하며, 다른 주자를 기다리게 만드는 희망봉이다.

유한의 성과는 전통의 제약회사들이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보여준다. 바이오 벤처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 오픈 이노베이션의 풍성한 생태계를 조성하면 열매들이 바로 자기 바구니 안으로 굴러 들어온다는 교훈을 동화처럼 명확하게 보여 준다. 2015년 이후 유한은 전통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하게 '과실수(果實樹)에 거름을 주는 곳으로 통한다. 실제 바이오니아에 1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굳티셀까지 13곳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한 곳이 바로 기술수출의 시발점인 제노스코였다. 현재 유한양행 R&D 창고 선반에는 외부서 들여온 파이프라인들이 즐비하다.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를 잘 잡을 수 있다'는 면에서 보면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은 명료하고 타당해 보이지만, 실행하기까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무엇보다 조직의 배타성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연구 개발에 연루된 조직의 구성원들은 외부의 낯선 물질이나 기술을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인다. 안 되는 이유라면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아흔아홉가지도 더 나열하고도 남을 것이다. 해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선행 조건은 조직의 열린 마음이며, 이를 선도하는 이는 최고경영자일 수 밖에 없다. 해서 이번 기술수출은 이정희 대표이사의 오픈 마인드와 젊은 리더십도 함께 조명해 주고 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