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약가비교, 편견이 문제...정부가 논란 정리해야"
"국제 약가비교, 편견이 문제...정부가 논란 정리해야"
  • 최은택
  • 승인 2018.11.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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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교수 제안...효용 환산식도 일원화 필요

[이슈초점] 국내외 약가 비교연구 무용한가③

배은영 교수 "실제가격 접근 불가"...회의론 제기
이의경 교수 "사회적·학문적 합의도출 필요"

국내외 약가 비교연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내 약가수준을 파악 정책에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작업이지만 결과물을 각자 입맛에 맞게 활용하면서 논란이나 이해충돌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계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지난 2일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 병행세션으로 열린 ‘의약품 HTA 도전과 과제’ 토론회에서 “의약품 가격도 지불의사와 관련된다. 우리사회 지불의사는 사실 서구보다 높지 않고, 그만큼 우리 국민이 느끼는 신약 가격은 지불하고자 하는 의사보다 높은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가려져 있는 가격수준의 격차를 찾는 게 국제 약가비교 연구라고 볼 수 있는데, 시장에서 지불자와 생산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그 결과물이 순수한 가격의 의미로 활용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의경 성균관대약대 교수가 이날 발표한 [국가별 신약가치 비교] 연구 중간결과도 다국적제약사들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2014년 완화된 조치들 이후 항암신약 등의 국내 등재가격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거꾸로 가입자들은 가격인상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2014년을 기점으로 신약 등재율과 등재기간이 단축됐다는 김성주 노바티스 이사의 같은 날 발표와 이 교수의 연구 중간결과를 매칭하면 결국 약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자와 가입자들이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고, 이는 신약 접근성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을 여지도 있다.

배은영 경상대약대 교수는 이날 플로어 발언을 통해 이런 점에서 무용론적 시각을 여실히 보여줬다. 배은영 교수는 약가비교 연구 회의론을 이야기했는데 “방법론을 달리하고 보정을 여러 단계로 거쳐도 기본 데이터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실제 가격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약가수준 등의 경향성을 파악해 정책적 판단에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연구에서도 숫자 자체만 회자됐지 연구의 제한점이 같이 이야기되지 않았다. 심사평가원도 위탁연구를 했지만 역시 한계를 인정했다”고 했다.

배은영 교수는 또 “RSA 약제에 30% 인하율을 적용해 보정했는데, RSA 약제만 실제가격이 낮은지 의문이고, 표시가격과 실제가격 격차가 50% 이상이라는 호주 발표사례처럼 RSA 환급율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고, 이런 한계와 가정에서 나온 숫자만 유통돼 왜곡과 논란만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의경 교수도 배은영 교수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무용론보다는 활용론에 더 무게를 두고 특히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는 삶의 질 평가 설문(EQ5D)을 국내 효용으로 변경해 주는 환산수식(Tariff) 논란과도 맥락을 같이 했다. 김성주 이사는 이날 경제성평가에서 효용을 산출할 때 쓰는 한국인 Tariff 환산식이 3가지가 있는데, 값이 다 달라서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임상시험을 토대로 한 영국의 Tariff는 0.195인데 국내 환산식을 적용하면 A Tariff 0.653, B Tariff 0.356, C Tariff 0.854 등으로 다르고 격차도 커서 어느 방법론을 쓰느냐에 따라 비용-효과적인 약제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김성주 이사는 설명했다. 여기서 효용은 0~1사이의 값으로 환산되는데, 1에 가까울수록 높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배은영 교수는 “다국적사들은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영국 tariff를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국과 한국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연구결과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 경제성평가에서는 개별 환산점수 보다 건강 상태별 효용값의 차이가 중요하고, 이 경우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영미 사노피 상무는 “실제 국내 tariff를 이용하는 경우 영국에서 나타난 효용값 차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어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

이의경 교수는 “영국의 경우 Tariff를 한 가지만 쓴다. 우리도 질병관리본부가 개발한 걸 많이 쓰기는 해도 3개가 혼용되고 있다. 결국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면 대표 Tariff가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이 참에 정부가 근거중심적 의사결정을 위한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연구비용을 투자해 대표 Tariff를 만들어주길 건의한다”고 했다.

이의경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제 약가비교는 학술적, 정책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또 약가비교에 대한 편견 등 부정적 시각을 개선할 때가 됐다”고 했다. WHO가 적정가격에 대한 분석과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공익적 측면에서 연구와 해석, 활용론에 대해 고민하고, 의미없다는 주장을 넘어 한 단계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경 교수는 특히 “이제는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약가비교의 방법과 한계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구방법론에 대해서는 비교대상 국가 선정부터 해외 약가자료원, 가격유형, 보정방법, 해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약가비교에 대한 사회적·학문적 합의도출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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