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주요 내용

 묵현상 단장이 문제를 직접 던지고 4명의 패널이 토론 
평가위원의 전문성에 의구심 품어...결과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
"연 약 3~4회 과제 진행이 바람직...월별 보고 체계 개선해야"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신규과제 선정 및 과제 수행지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산학연 관계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주최한 2022 국가신약개발사업 R&D 협의회 포럼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국가 R&D 지원 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이 열렸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이 좌장을 맡고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이사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이종서 앱클론 대표이사 △한수봉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제어기술연구단 단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묵현상 단장의 질문을 네 명의 패널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사업단이 연 4회 과제 공모를 진행해야 하는 데 연초에 1회로 사업을 진행하는 부분과 과제 선장이후 매월 보고 체계가 쟁점이 됐다. 이를 포함해 사업단 운영 전반을 다각도 관점에서 살펴보는 토의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이사,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이종서 앱클론 대표이사, 한수봉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제어기술연구단 단장.
(왼쪽부터)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이사,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이종서 앱클론 대표이사, 한수봉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제어기술연구단 단장.

 

선행사업단을 포함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를 진행하면서 잘한 점을 말해달라. 또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승국=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범부처사업단 과제 연구지원금을 받았다. 과제 지원금으로 라이선스 아웃(Licence out)에 성공했고,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몇 가지 틀에서 바라볼 때 후퇴된 부분이 있지만, 과제 선정평가에 있어 기존 선행사업과 큰 차이를 못 느꼈다. 과제를 평가받는 관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평가위원의 객관성, 전문성을 발전시켜 수용자들이 선정 결과를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

패널들은 "업계 관계자들이 (사업단의) 신규과제 선정, 미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평가위원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품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가위원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든 과학자들은 자기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강하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평가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가를 통해 과제 선정이 되지 않았을 때, 사업단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믿고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가위원의 수준이 높고 경험도 많기 때문에 연구과제를 신청한 사람들이 결과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묵현상 단장은 "탈락 과제에 대한 사후상담 제도가 있다는 것을 이메일로 알려준다"며 "이메일로 답장을 받으면 추후 사후상담까지 진행한다"고 전했다.

 

과제 평가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이종서=한국연구재단에서 평가 업무를 경험한 적이 있다. 평가에 불만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신약개발 과제 평가는 연구과제를 신청한 사람들의 전문적인 사이언스와 논문의 차별성을 평가하지 않는다. 사이언스와 연구의 차별성은 일종의 툴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에서 나온 물질이 차별성을 갖는 신약이 될 가능성과 글로벌 신약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수봉=저도 이번 평가에 참여했다. 2~3장이면 충분히 평가해 줄 수 있는 포맷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 과제 신청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마다 특정 개념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평가를 하는 사람도 서로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수용자 입장에서 과제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과제를 접수할 때 공통적인 TPP(Target Product Profile, 목표제품특성)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박영준=사업계획서의 간소화된 평가, 즉 단계를 축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에 있는 과제들은 프로세스를 줄여서 폭을 넓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탈락한 과제의 재수를 유도하고, 향상된 과제가 나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 

박승국=선행사업단은 전문위원이 구체적인 컨설팅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 사업단은 과제 수가 많아서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저희 회사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외부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한다. 사업단의 탈락 과제도 마찬가지다. 사후상담 수준이 아니라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과제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박영준=(과제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풀 안에서 2~3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면 비슷한 과제가 계속 신청될 수 있다. 관점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다. 외국 기업의 좋은 물질을 국내 기업에 매칭해 신약개발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종서=사후상담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과제를 보완해 재지원을 하겠지만, 상담 후 또 떨어지면 탈락 사유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탈락 과제를 살펴보면 내용은 괜찮은 데, 방법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사후상담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질적으로 안 좋은 과제는 사후상담을 해도 추후 과제 선정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재지원의 기회를 한 두번 정도 제공한 후 과제 선정이 안 되면 더 이상 기회를 안 주는 게 어떨까 싶다.

한수봉=꽤 많은 단계까지 올라가 아쉽게 떨어진 과제들은 소규모 금액을 투자해 좋은 과제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괜찮은 방안일 것 같다.

 국가신약개발사업 신규과제 선정평가 과정 

접수 → 사전검토 → 서면평가 → 발표평가 → 심사평가 → 투자심의 → 운영위원회

묵현상 단장은 이날 "예산 시스템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묵 단장은 "1년 동안 예산을 사용하고 이듬해 또 예산을 받는 구조다. 1년에 4번 신규과제 선정을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하면 예산이 줄어드는 일이 생긴다"며 "1년에 한 번 사업공고를 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약 13%의 응답자만 동의했다"고 말했다.

 

예산 시스템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제 선정 공고를 늘리는 데 있어)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수봉=연구자 입장에서는 과제가 많을 수록 좋다. 사업단은 우리나라 신약개발 사업을 특별히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과제선정 횟수를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박영준=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1년에 약 3~4회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과제를 살펴보면 월별로 과제를 선정하고, 1년 단위로 예산을 관리한다. 적어도 1년에 3~4번의 과제를 통해 신약개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지원을 못한다면 신약개발이 더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월별 보고 체계가 옳다고 생각하나.

시스템의 개선점을 말해달라.

박영준=(보고서를) 한 달 단위로 쓰는 것도 의미있지만, 분기 단위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어떤 큰 이벤트가 생기면 추가 리포트를 작성하더라도 분기나 반기 단위로 (사업단에서) 관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종서=예를 들어 마우스의 독성 검사가 언제 끝나는지 혹은 유효성 검사가 끝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보고서에 작성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매월 보고서를 제출하면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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