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 교수 "2017년 108건 등록...10년전보다 2.7배 늘어"
[이슈초점] 국내외 약가 비교연구 무용한가②
국내서도 약가협상 등에 외국약가 참조
한국 보험당국은 경제성평가면제특례제도를 활용하거나 신약 약가협상을 수행할 때 외국 약가를 활용한다. 가령 경평면제에서는 A7국가별 조정가 중 최저가를 찾는다. 여기서 조정가는 A7국가 공장도 출하가격에 국내 유통마진과 부가세를 반영한 가격을 말한다.
약가협상 때는 OECD 회원국과 대만, 싱가포르 약가를 참조하는데 비교대상국가의 공보험 등에서 인정한 가격을 활용하거나 조정가를 산출해 쓴다.
이 처럼 정부와 보험당국이 외국약가를 활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마당에 외국약가와 비교해 국내약가 수준을 추정하는 연구자체가 무용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의경 성균관대약대 교수는 “(적어도) 이런 제도를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약가수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외국약가 비교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한국정부와 보험당국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연구가 활발하고 더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국가별 신약가치 비교] 연구 중간결과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2일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에서 해외 연구동향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선 건수부터 보자. 이 교수팀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의 NCBI가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의학정보사이트 PubMed에서 ‘Drug', 'Price', 'Comparison' 등 3개 단어를 ’And‘로 묶어 검색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날 PPT에 ’국제 약가비교 연구 추세(2008~2017)‘라는 타이틀로 띠운 내용이다.
연구논문수는 2008년 40개. 2009년 47개, 2010년 57개, 2011년 44개, 2012년 43개 등으로 매년 40~60개 수준에서 등록됐는데, 이후에는 2013년 70개, 2014년 73개, 2015년 70개 등으로 조금 늘었고, 2016년 87개, 2017년 108개로 최근 2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2017년 한해만 2.7배 늘어난 것이다.
이 교수는 “약가비교 연구는 사실상 WHO가 주도한다. 사빈 보글러 박사를 중심으로 의약품 적정가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스웨덴은 한국의 심사평가원과 같은 약가 결정기관인 TLV가 약가 비교연구를 수행하도록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캐나다는 PMPRB 7개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태리,스웨덴,스위스) 비교연구를 수행하고, 노르웨이도 2008년과 2011년, 2012년도 외국약가 비교결과를 내놨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2013년 기준 영국, 스웨덴, 덴마크를 제외한 25개 EU 가입국이 외국 약가참조제도를 활용하는 등 외국약가를 참고하는 나라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했다. 국가별로는 헝가리와 폴란드가 각 30개 국가를 참조해 가장 많았고, 핀란드 29개, 그리스·벨기에·슬로바키아·체코·오스트리아 각 27개, 이태리 24개, 스페인 18개, 독일 15개, 아일랜드 14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교수 발표처럼 국제 약가 비교연구와 외국 약가참조제도가 이렇게 활성화돼 있다면 무용론을 이야기하며 언급자체를 자제시키려는 한국정부 등의 태도는 역주행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그룹 일각에서 제기되는 약가비교 연구 무용론은 해외 표시가격과 실제가격 격차가 일반적으로 존재하고, 약가 구성요소가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상당한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교수도 이 점을 감안해 이번 연구에서 약가 구성요소를 보정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렇다면 국제 약가비교가 활성화돼 있는 다른 나라 연구에서는 약가 보정을 어떻게 할까? 국내 연구진이 활용한 방법론과 어떻게 다를까?
이 교수는 TLV보고서와 란셋 온콜로지 등 5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결과 등 6건을 비교한 내용을 이날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들 논문은 가장 중요한 약가수준지표로 그동안 국내 연구진이 활용해온 것과 다르지 않게 도매가, 공장도가, 소매가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아예 언급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 환급이나 할인, 위험분담(RSA)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1개 논문의 경우 유효약가 인하율을 23%로 가정했다.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RSA 약제에 30% 인하율을 일괄적용해 보정했는데, 이 교수는 “유효가격 인하폭이 30%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제약업계 약가업무 전문가 자문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발표내용을 정리하면, 최근 크게 늘고 있는 해외 약가비교 연구와 국내 연구진의 연구는 접근법에서 유사하거나, 오히려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각국의 약가 구성요소를 파악해 유통마진, 부가세, 조제료 등을 보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실질가격에 조금 더 근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이를 “각 국가에서 해당 의약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최대가격에 대한 비교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