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홍성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

"새 정부, 신약개발 R&D 선택과 집중으로 제대로 지원했으면"
"우리나라 신약 R&D 지켜온 신약조합, 정부와 R&D 대화할 것"

홍성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비씨월드제약 대표)
홍성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비씨월드제약 대표)

 # 장면 1  국내 제약업계는 1980년대 중·후반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커다란 고민에 휩싸였다. 제법 특허 아래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법 헛점을 공략해 먹고 살던 제약회사들에게 물질특허제도는 도입은 '오랜 금식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도전이 있으면, 응전도 있는 법.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서 미래는 없다고 판단한 산업계와 정부는 1986년 5월 한국신약개발조합을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 특수목적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신물질 신약 밖에 길은 없었다. 신약개발연구조합은 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미약한 신약 R&D의 등불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34개에 이르는 국산신약은 물론 개량신약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IMF 시절 침울했던 국내 기업들에게 R&D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한미약품에게는 6600만달러의 현금을 안겨준 마이크로에멀전 기술 적용 면역억제제인 네오프란타 기술 수출(한미약품→산도스, 현 노바티스)의 중심에 신약개발연구조합의 지원이 있었다. 

시대가 변하며 대학, 연구기관의 기술을 산업계와 연결시키는 등 활동범위를 넓혀 오고 있다.

 #장면 2  신약개발연구조합이 출범하던 당시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말이 연구원이지 그때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개발부장과 부사장 등 2006년 초까지 성공적인 제약회사 직장인이었던 그는 아파트 등 돈될만한 것들을 죄다 팔아 극동제약을 인수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실패해도 "설마 밥이야 굶겠냐"는 낙천적 자신감 뿐이었다.

그는 이해 6월 극동제약을 비씨월드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바이오(Bio)와 케미칼(Chemical)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되겠다는 각오로 사명을 비씨월드제약으로 변경했으나 그가 품은 극동제약의 자본은 잠식상태였고, 주력 품목은 한방과립제였다. 여기서 그는 치료제 선문기업을 선택하며 내과 외과 정형외고 열액종양과 중심의 60여 품목에 집중했다. 선택과 집중은 그의 기업경영의 핵심어로 자리잡았다. 도전과 모험의 시간은 흘러 비씨월드제약은 연간매출 616억원의 강소기업으로 자라났다.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65)의 이야기인데, 그는 이제 520개 조합원사가 참여하는 한국신약개발조합 15대 이사장에 취임해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혁신형제약기업 협의회장직도 맡고 있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제약기업 본연의 활동에 충실한 강소기업으로 비씨월드제약이 자리매김해 인정받은 덕분이다. 

신약연구개발조합 이사장에 걸맞게 홍 이사장은 새 정부의 R&D 정책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났다. 

"글로벌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벤처들이 케미칼 의약품 개발을 넘어 바이오의약품과 전자약 같은 디지털헬스케어 쪽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질병치료제 개발을 통한 인류 건강증진이라는 점에서도 그 역할이 매우 크다.

단언컨대 제약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와 양질의 일자리를 50년 이상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므로 새 정부가 신약개발 R&D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대로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혁신 신약(First in Class)이 절실하고, 최소한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급 신약은 돼야 근접 가능하다며 '신약개발 산업계의 유기적 일체화'를 강조한다. "냉정하게 보아서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그런만큼 산업과 학교,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여기에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꿰뚫고, 중개연구 역량이 큰 병원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지금 산학연병이 대오를 갖춰 집중할 때다. 신약조합은 이 지점에서 역할을 할 것이다."

양적 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바이오벤처 생태계에 대해 홍 이사장은 긍정하면서도 "신약개발과 이를 통해 50년 100년 R&D를 유지 발전시키는, 길리어드 같은  기업을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바이오벤처가 많아져야 하고, 이런 곳이 육성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제약바이오업계 안에서는 저기 혹시 IPO가 목적아냐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IPO는 신약개발로 가는 징검다리 일 따름이다. 36년간 민간단체로 R&D의 중요성을 주창하고, 실체화를 위해 노력해 온 신약연구개발조합 이사장으로서 정부와 대화하며 건전한 제약바이오생태계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실망이 커지면 제약바이오산업계에 조금도 이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연구조합 업무와 관련한 질의 응답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어떤 곳인가.

"과학기술부 산업기술연구조합 육성 특별법에 따라 1986년 창립해 36년이 된 우리나라 연구개발중심 제약, 바이오, 벤처, 스타트업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신약연구개발 민간컨트롤타워 특별법인이다."

▶올해 추진사업으로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꼽으셨다.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투자 포럼 활성화, 산하 제약산업기술거래 센터를 거점으로 한 국내외 산·학·연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외 산· 학·연·벤처·스타트업 신약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할 것이다. 산하 제약·바이오사업개발연구회 소속 전문가와 자문/평가 그룹 (K-Bio StarNetwork) 소속 전문가를 활용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연계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신약 하나가 개발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상식이다. 원천기술연구, 후보물질 선정,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허가 등의 과정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고 지원할 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이 과정에서 신약개발연구조합의 역할은 무엇인가.

"신약개발은 특정 분야 지원보다 전주기적 지원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민간주도 신약개발 단·중·장기 연구개발 대책을 수립하겠다. 특히 네거티브규제 개혁 추진, 지원 규모 확장, 업계 지원 수요를 반영한 국가사업 기획, 혁신형 연구개발중심 제약․바이오기업 R&D 지원을 현실화하겠다. 관계 부처, 국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업화 수요기반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겠다."

▶신약조합은 오랜동안 과기부, 복지부, 산업부, 식약처, 중소벤처부 등 관계 부처와 기업 사이의 링크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간 성과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신약개발 관련 범부처적인 국가 지원정책 기획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투자 포럼을 통한 국내외 오픈이 노베이션 기술거래 기반 구축, 제약산업 육성지원 특별법 제정, 국가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 기획, 국가 바이오헬스 신약개발의 빅3 신산업정책 정책로드맵 기획 등이 그것이다. 작년말 신정부에 제안한 바이오헬스산업 신약개발 육성 5대 과제 10대 전략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약산업 육성 지원 기금조항 신설 등 관련법의 보완도 추진하겠다."

국내 신약개발의 무게중심은 기술이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도 이 과정에서 인터비즈포럼이나 제약산업기술거래센터(PTBC) 등을 운영하며 산파 역할을 해왔다. 그간 활동 내역과 향후 추진 방향은 어디인가.

"2000년 설립한 제약산업기술거래센터(PTBC)는 국내 유일의 민간주도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써 출범 이래 국내외 814여개 산·학·연·병의 6674여개 테마를 발굴·심의했고, 최근 5년간 기술거래/투자유치 실적은 약 1195억 원으로 집계된다.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임상 진행 중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 임상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단계인 품목허가 승인까지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약개발연구조합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신약개발연구조합을 거점으로 하는 혁신신약, 바이오신약,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연구개발 등 혁신활동에 대한 단·중·장기 마스터 플랜 수립하겠다. R&D투자 부족분 도출 및 대정부 지원 요청할 것이다. 정부-민간 공동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 국제 조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신약 연구개발의 뿌리는 인력양성이다. 신약개발연구조합에서 추진 중인 인력양성 사업을 알고 싶다.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제약바이오헬스 분야별 전문가 인재 양성 기반 구축을 위한 'KDRA 바이오헬스 인재교육센터'를 설립했다. 기존 신약개발연구조합 및 산하 전문커뮤니티에서 연중 개최 중인 실무교육사업을 통합 운영하는 체제다."

▶신약연구개발과 관련한 단체들도 많다.

"신약연구개발 대표단체의 위상 강화를 해 나가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부처별 정책 산하기관 및 신약개발사업단 등 유관 단체, 출연기관과 유대와 공조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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