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면역학회 3인

면역학회 정연석 학술위원장(서울대 약대 교수)
면역학회 정용우 학술부위원장(고려대 약대 교수)
면역학회 이원우 교육홍보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질환의 종류가 아닌 면역 세포 조절이 치료의 중심될 것"

히터뷰

면역학이 기존의 기초학문이라는 틀을 벗어나 면역치료제 개발 및 다양한 의약 산업으로 밟을 넓히고 있다.

대한면역학회는 14일, 15일 양일간의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면역학의 기초 및 중개 연구뿐만 아니라 산업과 차세대 면역학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이에 히트뉴스는 다가오는 엔데믹(풍토화)과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팬데믹을 대비해 면역학의 역할과 현 상황을 면역학회 임원진들(정연석 학술위원장, 정용우 학술부위원장, 이원우 교육홍보위원장)과 함께 토의했다.

(왼쪽부터)정용우 교수, 정연석 교수, 이원우 교수

 

이렇게 꽉 찬 학술대회는 오랜만에 봅니다.
준비과정은 괜찮으셨나요?

정연석 학술위원장(서울대 약대 교수, 이하 정연석 교수): 사실 몇 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제한적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했었습니다.

올해 학술대회를 기획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가 방역 방침이 불투명해 참가인원이나 현장 개최 방식 등 고민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했으며 현장 등록은 선착순으로 400명만 신청받고 온라인으로는 800명가량 신청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현장을 보니 방역 지침상 문제도 없고 참여율도 높아 다행입니다. 사실 면역학회는 전통적으로 이렇게 참여율이 매우 좋습니다.

 

학회에 대해 대중의 관심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정연석 교수: 네 맞습니다. 백신과 더불어 면역학이 기초학문뿐만 아니라 질병을 없앨 수 있는 중요한 학문으로 대두가 됐습니다.

그리고 학문 분야 자체로도 성장하고 있지만 의약품 및 임상 등의 분야에서도 시장이 커지고 있어 관련 학회 교수님들의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당장 학술대회에 참가한 부스만 보더라도 바이오 업체부터 국내 제약사, 글로벌 제약사까지 다양하게 참가했습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백신이 성공적으로 면역을 활용한 사례가 돼 전 국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대한면역학회 춘계학술대회 전경

 

그럼 이번 학회의 포인트가 있을까요?

정연석 교수: 지난해에도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하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요청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의 지식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분들이 그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발표자부터 참가자까지 연구원, 대학원생, 젊은 교수분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다른 요구 사항으로는 학문적인 내용과 더해 응용 연구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정연석 교수: 이제 프로그램을 보면 대학원생들을 위한 RNA 시퀀싱 분석 교육부터 항체나 마이크로바이옴 등 산업에서 면역학이 어떻게 신약 개발에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초과학연구원(IBS)이라는 연구단이 생겨 단장님 두 분을 모시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연구 센터에 대한 소개를 듣는 프로그램 또한 마련했습니다.

(왼쪽하단 시계방향)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 정재호 ABL바이오 전무, 박창욱 이뮤노바이옴 책임자
(왼쪽하단 시계방향)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 정재호 ABL바이오 전무, 박창욱 이뮤노바이옴 책임자

 

15일 프로그램도 같은 방향인가요.

정연석 교수: 내일은 이제 막 교수가 되신 분들이 이끌어 가는 프로그램을 대폭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절반 정도가 차세대 젊은 면역학자분들을 위한 발표 자리입니다. 이분들이 앞으로 면역학 분야를 이끌어 갈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습니다.

 

기업이 학회 세션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은 생소합니다.

정연석 교수: 네. 그런데 이번 세션을 도와주신 창업자분들은 면역학자였던 분들이 많고 면역학자가 아니라면 면역학자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이제 면역학에서 새로운 방향성입니다. 이제 면역학은 질병하고 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면역 분야를 연구하나 하나의 돌파구를 찾으면 언제든지 창업하고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분들이 춘계학술대회를 참여한 대학원생 또는 연구생들에게 어떠한 롤 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원우 교육홍보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이하 이원우 교수): 아무래도 이번 춘계학술대회에 많은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모든 학생들이 학문 분야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연석 교수님 말씀처럼 면역학을 하시다 창업한 분이나 면역학자시면서 기업과 협동을 통해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을 학생들이 보면 학문과 또 다른 길을 고려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가 아니면 국내 업체들이 진보적인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출이 어렵기 때문에 학문과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여러 가지 세션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부스 탐방 중인 관람객
부스 탐방 중인 관람객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 투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연석 교수: 아니요, 아닙니다. 굉장히 뜨겁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출액이 가장 큰 의약품들 상위에 몇 개는 모두 면역학 기반인 치료제입니다.

과거에는 화학 의약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면 이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및 암을 표적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를 이용해 치료하는 면역항암제가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제약 기업들은 제네릭 의약품으로 만족하며 회사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내가 1등인 약을 만들려고 다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임상 1상 이상까지 진입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되게 많고 되게 큰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 한두 개 성공 사례가 나오면 선순환 구조가 돼 정말 폭발적으로 산업이 일어날 것입니다. 

 

정용우 학술부위원장(고려대 약대 교수, 이하 정용우 교수): 부연 설명을 하면 지금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의약품 1년 매출액이 25조입니다. (2020년 기준 휴미라) 

그럼 이제 한국발로 하나만 만들면 됩니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자동차 분야와 달리 오랫동안 노하우가 쌓인 업체가 지배하는 구조가 아닌 정말 좋은 아이디어로 만든 아이템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0에서 25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소규모 업체들도 언제든지 아이템만 있다면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아이템을 발굴하는 인재를 소개해주고 또 인재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것이 저희 면역학회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면역학에서 가능성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요? 

정연석 교수: 이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질환 중에 신경 또는 유전적인 질환 외 아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면역 질환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 및 퇴행성 질환들도 각 질환에서 면역 세포를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따라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암의 경우도 치료가 화학요법만 존재할 땐 치료가 아닌 생존 기간을 확보하는 방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면역항암제, CAR-T 치료제 등의 개발로 치료 영역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원우 교수: 면역학은 일단 보면 기초 학문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파고들면 활용이 무궁무진한 학문입니다.

실제로 기초 연구를 통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됐고 그를 바탕으로 개발하면 파급효과가 매우 큽니다. 

예를 들어 면역학을 바탕으로 시작한 것이 결국에는 단순히 치료 목표가 아닌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종국에 가서는 의료비 절감하는 등 거대한 담론이 이제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정용우 교수: 면역의 한 분야가 성장할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면역학이 접목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암 같은 경우는 사실 면역학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암도 명확하게 면역학의 일부가 돼 버렸고 대사 질환, 즉 당뇨병도 좀 있으면 면역 질환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면역학적으로 정신병을 분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틱 장애의 경우 면역학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발달하는 분야는 면역학을 접목하는 다른 분야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춘계를 경험하니 추계도 기대가 되는데요.

정연석 교수: 가을에 오시면 더 깜짝 놀라실 겁니다. 가을에는 송도에서 진행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셀트리온, 삼성 바이오로직스 등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의 상징적인 장소가 된 송도에서 기초 면역학을 비롯 학술적으로 깊이 있는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세계적인 연자분을 초청할 계획입니다.

 

정용우 교수: 그뿐만 아니라 범위를 점점 넓혀 대중들한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통 학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통의 공간도 마련하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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