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6%대 '후반'서 최근 2년 그 '전반'으로 하락 
매출액총이익(조마진)=X(제약사제공마진)-가격경쟁 보정치 
제약사가 유통사에 제공하는 마진 마무도 몰라, 특급비밀
초대형 A, B사 조마진율 4.8%, 6.1% 왜 다른지 되새겨야

2021년 지오영(개별)과 백제약품 및 복산나이스 등 '빅3'부터 보덕메디팜과 한신약품 및 백광의약품까지,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를 대표하는 30곳 대형 유통사들의 매출액총이익률(粗마진율)이 6.4%로 나타났다. 그룹사들의 경우, 통계수치의 착시오류를 가능한 줄이기 위해, 매출액 큰 순위로 대표업체 한 곳만 선정했다. 예컨대 지오영그룹은 지오영, 동원그룹은 동원약품, 태전그룹은 티제이팜을 선택했다.

이들의 지난 10년간 평균(가중) 조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은 6.7%로 산출됐다. 2020년 6.3%, 2019년 6.7%, 2018년 6.7%, 2017년 6.7%, 2016년 6.9%, 2015년 7.0%, 2014년 6.7%, 2013년 6.6% 그리고 2012년은 6.6%로 밝혀졌다.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 조마진율은 2019년까지 6.7%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는데, 2020년 6.3%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도 6.4%에 그쳤다. 6%대 '후반'에서 '전반'으로 한 단계 하락하는 조짐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가면 5%대 후반으로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30곳 대형 유통사들 중 조마진율이 이미 5.9% 이하인 회사들이 절반인 15곳이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액총이익률은 '매출액총이익÷매출액×100'의 공식으로 산출되며, 한국에서 오로지 우리 의약업계에서만 통용되는 '조(粗)마진율'과 동의어다. 일본식 용어(粗利率)라 할 수 있다.

조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은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등 이익 효율성의 원천이라는 점 △이익 목표를 설정하거나 가격 전략 수립과 상품 구성 및 매입 관리 방침 등을 결정할 때 활용되는 주요 지표라는 점 △취급 상품이 원가 이상의 가치가 얼마만큼 되는지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즉 경쟁사와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라는 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판촉활동 등에 투입할 자금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 △외부에서 회사 자체의 능력이나 가치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2019년 일본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조마진율은 6.3%이었다(藥事ハンドブック 2021, じほう社). 조마진율은 항상 우리 한국이 일본보다 1~2% 더 높아왔는데 조만간 낮아질 판세로 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하나같이 제약사들이 도매유통 마진율을 계속 삭감해 유통마진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들 하고 있다. 제약사가 도매유통사에게 유통마진율 갑질(甲질)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심지어 지난 11일 도매유통업계의 토요일 배송과 1일 3~5회 배송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사에서까지 유통업계의 관계자가 "제약사의 유통 마진은 인하되고, ~~"로 말문을 열고 있는 것을 보면, 도매유통업계는 지금도 '제약사 때문에 조마진이 하락하고 있다는 인식'를 달고 사는 것 같다.

 

제약사 때문에 조마진 하락한다 인식이 타당치 않은 이유

첫째, 지난 10여 년간 제약사들이 유통 마진율을 인하하려 할 때마다 언제나 도매유통업계가 똘똘 뭉쳐 이를 무산시켜 왔으며 유통업계의 공식 단체는 이 내용을 업적으로까지 공지해 왔다. 이처럼 제약사들의 유통마진율 인하 시도가 항상 불발이 돼 왔는데도 제약사들 때문에 조마진율이 떨어졌다는 유통업계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혹시 쥐도 새도 모르게 제약사가 유통마진율을 인하했는데도 도매유통 당사자들이 그걸 업계에 알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유통 당사자들이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 되는데, 그것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제약사들이, 앞에서는 할 예기 못하고 뒤에 숨어서 비판할 만큼 무섭고 어려운 존재는 아니지 않는가.       

둘째, 2012년과 2013년은 조마진율이 6.6%이었는데 2014년에는 6.7%, 2015년은 7.0%로 높아졌다. 도매유통업계의 해석과 분석대로라면, 이때는 제약사들이 유통마진율을 높여줘서 그렇게 됐다는 말일 텐데, 정말 그랬는지 알고 싶다.

또한 2016년의 조마진율은 6.9%로 산출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의 조마진율은 동일하게 6.7%로 나타났다. 그런데 2020년에는 6.3%로 그 이전보다 무려 0.4%에서 0.6%까지 뚝 떨어졌다. 이 현상도 도매유통업계의 해석과 분석대로라면, 유통업계가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해 그렇게 됐을 테고 그렇다면 도매유통업계의 공식 단체는 그때 무엇을 했단 말인가. 제약사의 유통마진율이 추락해 못 살겠다는 곡성(哭聲)과 함께 길거리에 나가 데모라도 할 만한데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셋째, 조마진(매출액총이익)은 영업활동을 행한 후의 결과물인 매출액에서 그 원가를 공제한 수치다. 그렇지만 제약사가 도매유통사에게 제공하는 유통 마진율(또는 금액)은 영업활동을 수행하기 전의 약정 사항이다. 약정 율(率)이나 금액은 영업활동을 통해 시장 경쟁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조마진 금액이나 율이 결정되게 돼 있다.

게다가 의약품 도매유통사와 제약사 간의 약정된 유통마진율은 초특급 극비 사항이다. 약정 당사자 이외 외부에서 유통 마진율이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영업 결과물인 조마진율 낮아진 책임을 무조건 제약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넷째, 매출규모 초대형 유통사인 A사의 경우 2021년 조마진율이 고작 4.8%에 불과했다. 다른 B사와 C사의 경우 각각 6.1%, 7.0%로 A사보다 훨씬 높았다. A사가 B, C사 보다 시장 지배력이 월등한데 제약사들이 그 A사에게 유독 유통마진율을 삭감하고 적게 줘서 조마진율이 4.8%로 낮아졌겠는가.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이 현상의 까닭에 대해 필히 허심탄회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조마진율 하락은 제약사 탓 아니라 내부 경쟁의 산물

오늘날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지난날 의약품 유통비중이 25%대로 허덕이던 업계가 아니다. 살기 위해 주위에 문제 건건이 제약사와 요양기관(약국 및 의료기관)에 샌드위치가 된 '을'이라 자칭하며 읍소 작전을 펼쳐해야 했던 과거의 업계가 아니다.

2020년 의약품 유통비중이 90.8%에 달하는 도매유통업계로 승승장구 발전했다. 명실 공히 의약품 유통의 주관자가 됐다. 지오영그룹은 2020년 매출액이 3조7409억 원(연결)에 달하는 의약업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걸맞게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보다 의연(毅然)해 졌으면 한다. 조마진율 낮아지는 것이 치열한 업계내의 경쟁의 산물이 아니라 제약사 탓이라 보는, 그동안 굳어져버린 '피해의식'에서 과감히 벗어 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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