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원격진료 단초라며 '어비' 했던 화상투약기엔 약사 의지라도 반영되지만

모자란 기술과 모자란 제도는 서로의 모자람을 보충할 수 있을까? 최근 약사 사회 에 다시 등장한 화상투약기와 규제 샌드박스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 환자들에게 의약품 접근성을 터주기위해 고안된 판매기기다.

편의점 안전 상비약에 맞서 약국 일반 의약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강점과 함께 안전한 의약품 사용 훼손, 오남용 우려 등의 논란을 야기했던 화상투약기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 약배달이 허용되고 있는 지금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갖가지 우려에도 의약품 전문가라는 약사가 주체이고, 약사의 의지가 투영될 수 있는 화상투약기는 약국 관장의 의약품을 구매하는 단순한 형태지만, 판매하려는 상품이 의약품인 만큼 안전하고 적절한 사용을 위해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 워낙 많은 커피숍과 고객 취향 변화로 인해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커피자판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쓰리알코리아의 화상투약기
쓰리알코리아의 화상투약기

 

화상투약기가 자판기와 다른 점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입법안 등에 따르면 이 조건은 △약사가 화상으로 상담 △약사가 정한 품목 구매 △상담~구매 과정은 6개월간 영상 저장 △약국개설자만 운영 가능 등이다.

약사가 상담·판매한다는 점에서 편의점 안전 상비약보다 안전한 사용이 가능해지며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증가(안전상비약 : 4개 효능군 13개 품목, 화상투약기 : 11개 효능군 60여개 품목(안))한다.

그렇지만 화상투약기는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개인정보 침해·유출과 △약국개설자의 24시간 근무 현실적으로 불가능 △향후 거대 자본으로 인한 일반의약품 시장 잠식 및 의약품 사용 안전성 훼손 등의 우려로 이 사업은 물론 시범사업도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의약품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모든 의약품은 대면 판매가 적용돼야 한다는 보건의료계 공통 의견 등도 장벽이며 약국 이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모법인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한계다.

2016년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이 발표한 화상투약기 시행 시 개정이 필요한 약사법 조항
2016년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이 발표한 화상투약기 시행 시 개정이 필요한 약사법 조항

"샌드박스라지만, 건강 걸려있는데..."

규제 샌드박스는 2018년 1월 도입됐다. 미래 신사업을 위한 규제 혁파를 목적으로 기존 규제가 정하고 있는 위험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 해보자'는 적극행정의 선봉같은 존재다.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으로 구성된 샌드박스는 바이오헬스 분야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산업 기회 확대와 질병 조기진단, 맞춤형 치료 등 환자 건강권 확보를 취치로 현재 약 33건 과제가 규제 샌드박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환자 건강권이 걸렸다는 점에서 바이오헬스 영역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타 산업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바이오헬스분야 규제샌드박스 연구'보고서는 '현재 바이오헬스 분야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건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과 같은 다른 분야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있음'이라 서술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분야 규제샌드박스 연구'보고서 중 일부 내용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분야 규제샌드박스 연구'보고서 중 일부 내용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연구팀은 규제산업이라는 바이오헬스 산업 특성과, 업계 관행, 생명·건강과 관련된 분야의 실증·입증 한계, 그간 축적돼 온 첨예한 이해관계 사회적 논란 등을 지목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 별도의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 샌드박스 운영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러 우려가 있다', '우려가 발생할 지 실증을 해보자'라는 두 의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쪽은 화상투약기 실증 사업이 향후 시장 출시는 물론 우려(거대 자본, 대형 약국 주도)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샌드박스 진입은 투자 유치 수단으로 향후 직접적 사업 시작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맞부딪힐 뿐 타협의 존은 송곳 하나 꽂을 곳이 없는 지경이다.  

 

우려였던 원격의료 단초...는 이미 시작

화상투약기 제조사 쓰리알코리아와 대척점에 있는 대한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 심의 위원회는 최근 두 차례 조정회의가 진행됐으며 화상 투약기는 심의위원회 본회의 상정이 유보된 상황이다.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

개인정보 보호 조치마련, 구체적인 사업 모델 부재, 관리 약사 당 투약기 갯수, 약사사회 수용 가능성 등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다만 화상 투약기 찬반이 시작되던 당시 나왔던 '향후 원격의료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비대면 진료, 약배달로 한시적이지만 현실이 됐다.

모자란 기기, 모자란 제도, 직역 이해관계와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속에서 화상 투약기는 이해관계자 요구조건 수용으로 조건만 덕지덕지 붙은 의약품 자판기가 돼 가고 있는 모양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