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크고 작은 벤처 간 M&A 시도 등 새 패러다임 필요

국내 바이오 벤처가 올해 IPO(기업공개)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에 도전한 보로노이가 지난달 IPO를 자진 철회한 데 이어 지난해 덴마크 룬드백에 약 518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에 성공한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달 초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의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수단이 IPO인 상황에서 두 기업의 사례는 업계 관계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도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뚜렷한 매출액이 없는 바이오 벤처들은 주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 수는 2020년 17곳에서 지난해 9곳으로 대폭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상장 바이오 벤처의 상장 승인은 앞으로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IPO를 유일한 엑시트 전략으로 바라보는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대안은 없는 걸까? 일각에서는 새로운 엑시트 전략으로 M&A(인수합병)를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GS그룹이 휴젤을, CJ제일제당이 천랩을 인수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벤처를 M&A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상장 바이오텍이 주도해 초기 스타트업을 M&A(인수합병) 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바이오 벤처 대표는 "상장 바이오 벤처(시총 1조원 이상)가 시리즈A 단계에 있는 비상장 바이오 벤처를 M&A 하는 것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미래를 내다봤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초기 바이오 벤처 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시리즈A 펀딩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 벤처 관계자는 "큰 규모의 상장 바이오 벤처가 초기 단계의 바이오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몸집을 키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흡수 합병하는 형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들이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이 융합됐을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건설적인 M&A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대형 바이오텍이 초기 스타트업과 공동연구를 함께 진행한 후, 임상 결과가 좋으면 M&A를 하는 사례가 흔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모든 바이오 벤처가 IPO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IPO가 유일한 엑시트 수단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벤처 창업자가 무조건 IPO를 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상장 바이오 벤처가 비상장 바이오 벤처를 M&A 하는 모델의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바이오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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