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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인듯 약 아닌 전자'약'

최근 약국 판매를 알린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를 놓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전류를 통해 증상을 완화·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명명하는 '전자약'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인증·허가에서 출시·유통까지 의료기기법을 따르는 의료기기가 왜 약이냐는 것인데, 업계는 치료를 목적의 둔 의료기기를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면서도 명칭 개선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두팡

논란의 주인공은 와이브레인(대표 이기원)의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두팡'으로, 이는 이마 삼차신경 부위 경피에 신경자극을 전달해 과활성화된 신경을 안정시키는 의료기기로 이마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두팡은 회사 집계 기준 1000대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달부터 서울, 대구, 광주, 순천 등 일부 약국에서 구매 가능하다.

와이브레인의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두팡' 제품 이미지(출처: 와이브레인)
와이브레인의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두팡' 제품 이미지(출처: 와이브레인)

 

 "먹지 않는데 왜 약?" 

약국판매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약사들은 의료기기에 '왜 약이라는 말이 사용'되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약사법 제2조(정의) 4항을 보면, 이 법에서는 의약품을 기구·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한 약사는 "약이라는 말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현행법상 위법 소지도 있는 만큼 명칭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업계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마케팅 성격 강해"

의료기기 업계는 전자약은 말은 그대로 전자(Electronic)와 약(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마케팅 용어라는 의견이 다수다. 여러 정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자약은 뇌 혹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로 통용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전자약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정의가 없지만 규제기관 역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차세대 의료기기 맞춤형 멘토링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식약처 역시 전기자극을 활용한 의료기기를 전자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자약이라는 마케팅 용어는 왜 필요했나? 

그렇다면 전자약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필요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는 소프트웨어 만으로 구성된 의료기기(SaMD) 등장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의료기기법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해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의 제품을 의료기기로 규정한다.

의료기기가 CT, MRI 등 하드웨어로 규정됐을 당시에는 의료기기를 진단·치료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만으로 구성된 의료기기가 등장했고, 의료기기를 구분하는 영역이 △하드웨어 진단 △하드웨어 치료 △소프트웨어 진단 △소프트웨어 치료 네 영역으로 나눠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들은 AI 등 IT기술을 활용한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혹은 치료를 목적으로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로 명명됐다. 치료만을 목적으로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네이밍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SaMD 개념 등장 이후 의료기기를 구분하는 네 영역(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웰트 강성지 대표 제공)
SaMD 개념 등장 이후 의료기기를 구분하는 네 영역(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웰트 강성지 대표 제공)

 

전자약, 계속 사용해도 괜찮은 말일까?

2020년 8월 식약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하는 DTx(Digital Therapeutics, 디지털 치료제)를 '디지털 치료기기'로 새로 명명하며 이에 대한 정의 및 허가기준을 마련했고, 그 이전에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구성된 제품을 '융복합 의료제품'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같은 면에서 최근 두팡과 같이 일반 소비자가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회사 관계자는 웰니스 특성을 지닌 의료기기라고 표현했다)는 그레이존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용자들의 안전한 사용환경, 업체들의 원활한 제품 R&D를 위해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관리 기준 제시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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