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외국과 약가수준 비교 정답은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외국과 약가수준 비교 정답은 없다"
  • 최은택
  • 승인 2018.11.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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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교수, '국가별 신약가치 비교' 중간결과 발표

[이슈초점] 국내외 약가 비교연구 무용한가①

국내외 약가수준 비교연구 업그레이드 버전인 '국가별 신약가치 비교' 연구 중간결과를 5년만에 들고 나와 첫 선을 뵈고 있는 이의경 성균관대약대 교수

5년만에 나온 '버전업' 연구성과
정부 불참, 행사는 반쪽짜리 열려

"분석결과보다 연구배경이나 목적, 방법론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발표였다. 연구자가 얼마나 신중하게 이번 연구에 접근하고 있고, 조심스러워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국가별 신약가치 비교] 연구 중간결과가 발표된 지난 2일 '2018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 학술대회' 병행세선.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는 패널토론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도 송 기자의 말에 공감했다. 실제 발표자인 이의경 성균관대약대 교수는 40개가 넘는 PPT 시트 중 3분의 2 가량을 여기에 할애했다.

국내외 약가비교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 그룹 일각의 비판어린 시선이 작용한 결과로 보였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이미 이런 연구가 '무용하다'고 올해 초 선언했다. 그런 점에서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던 보건복지부 담당 사무관이 불참한 건 오해를 살만했다.

주최 측은 해당 사무관이 최근 최대 현안 중 하나인 '7.7약가우대제도'를 놓고 미국 측과 막판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이날 행사불참도 일정이 갑작스럽게 생겼다는 데 대해서는 충분히 양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정토론자 뿐 아니라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약제관련 부서 직원들조차 '실종'된 건 다른 토론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기자와 만난 한 제약사 직원은 그날 열린 다른 행사에서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약제관련 부서 직원들을 봤다고 귀띔했다. 여느 때 같으면 모니터링 차원에서라도 행사장에 나타났을 텐데 이상하게 이날은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교수가 발표한 이날 중간결과는 5년만에 나온 2013년 연구의 '버전업'이었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 강화 차원에서 정부는 여러 예외 또는 완화된 조치들을 2014년을 기점으로 도입했다. ICR 임계값 탄력 적용, 위험분담제도, 경제성평가 면제특례, 약가협상생략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는 이 '2014년'을 중심에 두고 전후 등재된 약제들의 등재가격 수준을 34개 국가평균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약가수준 비교를 위해 보정과정을 거쳤고 추정값이 있기 때문에 여러 한계점에 대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결과값만 인용돼 '유통'되는 걸 경계했다. 이는 2013년 1차 연구에서 국내 신약 가격 수준이 'OECD 평균의 45% 수준'이라는 단순 수치만 회자되면서 논란을 키웠던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교수가 직접 언급한 해석의 한계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한 연구결과로 실거래가를 조사한 건 아니다. 각국의 약제비 관리제도 차이에 따른 약가 구성요소의 보정, 위험분담계약을 반영하기 위한 보정(30% 인하값) 등과 관련한 제한점도 존재한다.

가령 문헌과 약가자료원에서 충분한 약가구조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경우 보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유통마진이 범위로 주어진 경우 중앙값을 사용해 이로 인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위험분담계약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인하된 약가수준 파악은 곤란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각국에서 해당 의약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최대가격에 대한 비교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전반적으로 2008~2013년에 도입된 의약품에 비해 2014년 이후 등재된 의약품의 추정 약가수준이 평균 10% 가량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이번 약가수준 비교는 조사대상 국가들의 평균약가 대비 국내 약가수준을 본 것이며, 기준국가 사용량을 가중치로 쓴 'Laspeyres index'를 활용했다. 분석대상 약제는 34개 국가와 비교 가능한 254개 품목이 선정됐고, 일반환율과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해 환산했다.

분석결과가 제시된 약제는 항암제(48품목), 희귀필수약제(48품목), 바이오의약품(53품목)이었다. 항암제의 경우 외국약가 평균대비 2008~2013년 최저 48.3%~최고 59.4% 수준에서 최저 58.7%에서 최고 71.3%로 평균 10% 이상 높아졌다. 희귀필수약제와 바이오의약품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하지 말라고 애정어린 충고를 한 후배연구자도 있었다"며, 이 교수 스스로 겪었을 고민과 중압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제 약가비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각 국가의 약가수준을 비교하는 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이고, 그 누구도 정답은 모른다. 추정치를 보는 것이다. 다만, WHO나 각국의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약가연구를 하는 이유처럼 상대적인 변화양상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약가 비교연구는 해외에서도 똑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약가수준이) 논란이 되고, (이런 논란이) 더 커진다면 (모르쇠로만 일관할게 게 아니라 다른 나라처럼) 국가가 나서서 논란을 잠재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보험당국을 향해 완곡한 표현으로 쓴소리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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