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제약사 상품매출원가율 82%, 상품매출비중 44%
체질화된 도입상품 관습 혁파 못하면 성장ㆍ발전 난망 

어닝시즌이 되면 제약회사들의 매출 성장성과 영업이익 증감 여부 등이 의약업계의 우선적 관심사가 되는데, 이는 제약사들의 마케팅활동 성과에 대한 기본적 얼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제약사들의 매출액은 ▷제품(자사 제조품) 판매액 ▷상품(타사 제조품) 판매액 ▷라이센싱(Licensing, 상업적 재산권의 계약기간 동안 양도) 수익 ▷임대(부동산) 수익 ▷용역(임가공 또는 QC 용역 등의 수탁) 수익 등이 가산되고 ▷매출할인 ▷판매장려금 지급액 ▷반품액 등이 감산돼 산출된다.

다시 말해 '제약사 매출액=제품 판매액+상품 판매액+라이센싱 수익+임대 수익+용역 수익-매출할인-판매장려금 지급액-반품액'이란 공식이 적용된다. 하지만 매출액 표기는 '중요성의 원칙'에 따라 제품 판매액과 상품 판매액이 주가 된다.

아래 [표 1]을 보면, 2021년 대형ㆍ초대형 15곳 전통 제약사들의 매출액 구성에 상품매출액이 무려 4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1.6%에서 2019년 41.9%, 2020년 43.1%로 점증됐다.  

그 대신 '제품등(제품+상품 제외한 기타 매출액 구성요소, 이하 같음)'의 매출액 비중은 2021년 56.0%로 최근 4년간 가장 낮았다. 2018년 58.4%, 2019년 58.1%, 2020년은 56.9% 등 갈수록 점감해 왔다. 예사롭지 않다.

왜 이같은 현상이 문제가 될까? 제약사가 자신이 직접 제품(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품 및 기타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고 전략적 제휴라는 측면에서 타사가 만든 제품을 상품으로 사다가 판매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과제가 아니라는 제약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제약사마다 영업 '패러다임'의 선택은 자유이겠지만, 과연 문제가 없을까. 

제품등매출액과 상품매출액 각각의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100)을 따로 분해해 따져보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아주 명백해진다.

위 [표 1]을 보면, 2018년에서 2021년까지 제품등매출원가율은 4년 간 연평균 49.4%로 낮았던 반면, 상품매출원가율은 평균 82.8%로 매우 높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매출액총이익률은 그만큼 더 높아지게 돼있고 그래야 수익성의 중심지표인 영업이익률이 높아지게 돼있는 것이, 회계학적인 논리다. 언제나 △'매출원가+매출액총이익=매출액', △'매출원가율+매출액총이익률=1 또는 100%'의 등식이 성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매출원가율이 82.8%라는 뜻은 도입 상품을 팔아서 남긴 상품매출액총이익률이 17.2%라는 의미다. 제품등의 매출원가율은 49.4%이었다. 따라서 제품등의 매출액총이익률은 50.6%가 된다. 매출액총이익과 그 이익률은 다다익선인데 말이다. 

상품매출액총이익률 17.2%와 제품등 매출총이익률 50.6%를 비교해 보면, '17.2%〈 50.6%' 아닌가. 제품등 매출총이익률이 상품매출액총이익률보다 2.9배나 더 높다. 이런데도 대형 제약사들의 상품매출비중 44.0%가 문제가 안 될까?

이러한 숨겨진 분석이 가능하게 해준 제약사는 GS녹십자, 광동제약, 한미약품, 제일약품,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한독 등 7곳이다. 이들 제약사는 금감원DART에 공시된 결산자료 주석란에 상품매출액의 원가를 있는 그대로 밝혀줬다. 이중 특히 한미약품과 동국제약은 (포괄)손익계산서 첫머리에 그 내용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당히 표기했다. 하지만 분석대상 15곳 대표 대형 전통 제약사들 중, 나머지 8곳은 어찌된 일인지 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의도된 일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혹자는 "15곳 중, 7곳 자료로 상품매출의 수익성이 나쁘다 좋다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7곳 자료로도 상품매출의 문제성을 밝히기에는 충분하다고 봤다.  

제약사들의 도입 상품 대부분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의약품들이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들을 특별히 선호하고 있는 국내 처방 시장 환경에서 도입 상품은 큰 수고 들이지 않고도 매출액 체면유지 또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오리지널 약품은 제 발로 의료기관을 찾아 들어가다시피 하는 상품 아닌가.

상품매출비중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증(2018년 41.6%→2019년 41.9%→2020년 43.1%→2021년 44.0%)하고 있다는 점은, 도입 상품에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길들여진 영업 풍토의 실 사례로 보인다.

상품매출은 위에서 분석된 것처럼 기업체 존립 여부를 좌우하는 수익성이 아주 악화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 매출액은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쭉정이에 가깝다. 이 영업 체질을 가능한 하루 빨리 혁파하지 않고서 기업체의 성장ㆍ발전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미국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신약 개발 투자를 늘리며 회사의 역량을 여기에 쏟아 붓고 있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글쎄, 도입 상품매출비중의 점증 상태를 그대로 두고서?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