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성 박사는 말했다
"'BBB 통과' 레이저티닙,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도전, 제약주권에 기여"

빈준길 대표도 말했다
"아두카누맙이 관심 일으켜 다음 성공 부를듯"
"기존 약물 단점을 전자약이 보완하기 위해선..."

"탄탄한 임상 3상을 통해 신약개발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국내 바이오텍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글로벌 신약개발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의 초기 개발을 주도했으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개발한 제노스코 대표 고종성 박사는 25일 한국바이오협회 유튜브 채널 'Bio TV'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신약개발 1세대 연구자로 알려진 고종성 박사는 1조4000억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레이저티닙 개발에 이어 현재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빈준길 대표는 차세대 뇌질환 솔루션 스타트업인 뉴로핏을 이끌고 있다. 현재 뉴로핏은 치매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뇌영상 AI 분석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고종성 박사와 빈준길 대표의 대담은 '신약개발에 대한 세대 간의 대화'라는 주제로 레이저티닙 개발 스토리, 알츠하이머 치료제, 신약개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번 대담은 빈준길 대표의 질문을 고종성 박사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고종성 대표는 레이저티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레이저티닙 개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폐암이 한국인에게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우리 곁에 있는 가족들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폐암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가 폐암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한테 적기에 치료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제약 주권에 큰 몫을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암학회가 자주 열리는데, 당시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 발표를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변형시켜 디자인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폐암은 아시아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입니다. 관련 임상 경험이 풍부한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교수의 논문을 다 읽었고 이들에게 폐암 치료제 개발에 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당시 조병철 교수와 안명주 교수로부터 현재 약의 대부분이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혈액뇌장벽을 통과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후 BBB를 통과하는 것, 경쟁사보다 독성이 적을 것, 엄청난 효과 등의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저희 연구자들이 초기 선도 물질을 발견하면서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BBB를 통과하는 실험을 했는데 후보물질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일에 자극 받아 결국 레이저티닙을 개발했습니다.

신약개발 초기에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의적인 물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물질이 상업화가 되려면 전임상, 임상, 생산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이라는 환상적인 파트너를 만나 임상 2상까지 하게 됐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또 인연이 닿아 안명주 교수, 조병철 교수와 함께 임상을 했다는 스토리입니다.

어떤 일에는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인연이 지속될 때 (레이저티닙 개발에) 같이 참여한 분들이 더 협력하는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레이저티닙이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적으로 잘 되길 바라는 목표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가 있나요?

십수년 전에 제가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에 몸담았을 때, 회사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저는 도전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를 공부하면서 2020년에만 알츠하이머 환자가 85만 명 정도 있다는 사실과 85세가 되면 절반 이상이 치매 환자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의 제약 주권에 큰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BBB에 통과하는 약을 만들었으니 정확한 인지 실험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라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저는 가끔 농담삼아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제미글로(2004년), 레이저티닙(2014년)은 10년마다 약이 나왔는데, 2024년에 신약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때문에 알츠하이머 신약 분야가 뜨겁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한동안 뜨거웠다가 현재는 많이 식었어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 여러가지 기대감이 있는데,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면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오젠이 향후 (임상시험) 디자인을 잘 해 모자란 부분을 채우면 될 것 같습니다.

작은 시작이 불씨가 돼 큰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디자인을 잘해 효과적인 환자군으로 임상을 하면 성공의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꾸준히 도전하는 상상을 하고 싶습니다.

빈준길 대표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빈준길 대표는 "지난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2개 학회를 참가했는데, 연구자들의 열정이 뜨거웠다"며 "아두카누맙이 현재 비판을 받고 있지만, 관련 연구자들이 (아두카누맙 출시에 대해) 흥분했다"고 주장했다. 빈 대표는 "결국 관심이 늘어나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되면 큰 성공이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머크와 노보큐어가 전기장을 이용한 폐암 치료 임상을 시작작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전자약 같은 차세대 치료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향후 뇌 같은 경우에는 AI(인공지능)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옛날에 뇌암 치료제가 전기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뇌 분야 치료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것 같습니다.

빈준길 대표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빈준길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의 약물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특히 뇌 질환에 집중하고 있는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뇌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경과를 개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 대표는 "기존 약물의 단점을 전자약이 보완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들이 최대한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약물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신약개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연구든 올바른 투자가 진행돼야 합니다. 올바른 투자를 하는 커뮤니티 컬처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우리 나름대로 글로벌 컬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의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것은 장기적인 신약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승부를 걸 수 있는 모달리티(Modality, 혁신 치료법)가 필요합니다. 지나친 도전은 오만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가성비가 있는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어떤 약을 개발해야 국제 경쟁력이 있는 지에 대한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세계 강자가 되려면 임상 시험을 진행해 국산 신약이 나와야 합니다. 대한민국 브랜드가 있는 글로벌 신약 탄생에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신약개발이 항상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그냥 끌고 가면 향후 매몰비용(Sunk cost)이 큽니다. 엄선된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인생이 y=ax+b라고 생각합니다. 절편인 b를 믿고 기울기(a)에 관심이 없는 삶은 재미가 없어요. 국내 바이오텍의 절편은 낫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기울기가 엄청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그 기울기를 좀 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최근 AI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영상분석 기술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밀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AI(인공지능)가 신약개발을 주도할 수 있게끔 수많은 데이터를 우리한테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미국 모두 AI 붐이 일고 있는데 데이터의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약개발 같은 경우 데이터를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선도 물질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도 물질은 독특한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제노스코의 기술수출 스토리에 대해 들려주세요. 기술수출을 잘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희는 오스코텍과 협력해 아주 좋은 물질을 만들었고, 유한양행을 적기에 만나 연세대, 삼성병원에서 알맞은 시기에 임상을 진행해서 좋은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유한양행 BD(Business development, 사업개발) 담당자도 제몫을 해줬습니다.

제노스코, 오스코텍, 유한양행이 유기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교환해 서로 좋은 딜을 형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의 시작은 파트너입니다. 우수한 파트너를 만나 임상 3상을 진행해 약을 만드는 일이 의미가 있습니다. 중간에 라이선스 아웃만 하는 것은 단기간 프로젝트에 불과합니다. 

최근 플랫폼 기술로 성공을 거둔 국내 바이오텍 케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비엘바이오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사노피(Sanofi)에 라이선스 아웃을 한 점이 고무적입니다.

 

기술반환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기술반환 사례의 원인은 무엇인지 궁금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기술수출은 시작점이기 때문에 반환의 이유로 임상에서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는 물질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기술수출 파트너인 기업이 넘겨받은 파이프라인이 아닌 다른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적인 측면에서 기술이 반환되는 것입니다. 기술수출을 한 두 기업의 사이가 틀어져 기술이 반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상 2상 성공률이 30~40%이고, 임상 3상 성공률이 60%입니다. 기업 관계자나 과학자들 모두 이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가 필요합니다. 신약개발을 할 때 백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이오텍은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백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신약개발을 할 때 백업을 미리 만들어 놓은 후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미글로를 개발할 때 원래 133번이 있었는 데, 백업인 444가 제미글로 신약으로 탄생했습니다. 레이저티닙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저티닙 1486이 있었는데, 1480 백업이 신약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런 (백업) 준비를 하면 기술이 반환될 때 대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와 기업인이 신약개발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성공과 도전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밸런스를 이뤄야 됩니다. 일반적인 약이 되는 것과 혁신신약(First-in-class)이 되는 것, 이런 것들이 밸런스를 이뤄야 됩니다. 경쟁력은 소위 말하는 딥 사이언스(Deep science)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임상이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임상 전문가들과 사업 전문가들, 또다른 전문가들을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상 하나 망치면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능력이 있는 임상 전문가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