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박효정 샤페론 최고전략책임자

"CSO, 연구개발∙임상개발팀과 긴밀하게 협력 소통해야"
"CSO, 협업 중요시하는 마음 필요... 이 위에 오너십 필요"

"샤페론이 국내 바이오텍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샤페론은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를 커머셜로 전환하는 사업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다양한 마케팅 업무를 하며 커머셜에 눈을 뜬 박효정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바이오 벤처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지난해 샤페론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샤페론은 혁신적인 염증 개시 이론을 통해 염증복합체 억제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차세대 나노바디 항체 기술을 활용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샤페론은 누세핀(NuSepin, COVID-19 치료제), 누겔(NuGel,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세린(NuCerin,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등의 탄탄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다.

히트뉴스는 샤페론에서 사이언스와 커머셜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박효정 CSO를 만나 사업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박효정 샤페론 CSO
박효정 샤페론 CSO

 

한국화이자, 한국먼디파마, 한국BMS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으셨다. 샤페론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글로벌 제약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지사에서 2년 정도 컨설팅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맥킨지에서 신약 탐색단계(Drug discovery), 신약 후보물질의 적응증 설정, 특히 임상 디자인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바이오 벤처에서 약물을 개발하는 첫 단계부터 임상 디자인, 기술이전 등의 업무를 하고 싶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펀더멘털이 탄탄한 조직을 세팅하고, 회사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 생활 초창기에 바이오의약품인 휴미라가 출시됐고, 이후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등장했습니다. 환자와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해 경험하면서 당시 바이오의약품과 면역항암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이때부터 바이오 기업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어요.

한국먼디파마에서 일했던 이명세 샤페론 공동대표가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했고, 샤페론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맡고 싶어 합류하게 됐습니다.

 

생명과학 석사 졸업 후 연구원의 길이 아닌 제약회사 마케팅, 컨설팅 업체에서 커리어를 쌓으셨다. 마케팅 직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원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학자가 되는 것이 저의 성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연구원보다 결과가 바로 나오고 팀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환자를 위한 일에 종사하고 싶었기 때문에 제약사에 입사했고,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커리어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CSO(최고전략책임자)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벤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회사에서 개발하는 치료제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샤페론은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관련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봐야 하고, 저희의 포텐셜을 분석해 정확한 타깃팅을 해야 합니다.

임상시험(Clinical trial) 설계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제품이 나중에 시장에 나왔을 때, 경쟁사 대비 우리만의 포지셔닝을 구축해야 합니다. 초반에 임상시험을 정교하게 세팅해야 향후 허가를 받는 부분에 있어 유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CSO는 임상개발팀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회사가 가진 가치를 인정받고, 파이프라인을 제값 받고 (제약사에) 넘기는 딜(deal) 역시 중요합니다. 최근 수많은 기업들은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변화)과 이노베이션(Innovation, 혁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텍도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컬처가 요구되는데, 이 부분에서 CSO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CSO는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CSO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회사의 밸류를 높이는 일에 기여해야 합니다.

 

CSO 관점에서 샤페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샤페론 파이프라인 로드맵(2022년 2월 28일 기준). 사진=샤페론 프레스킷
샤페론 파이프라인 로드맵(2022년 2월 28일 기준). 사진=샤페론 프레스킷

현재 샤페론의 리딩 파이프라인 중 하나가 임상 2상 결과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나머지 하나가 한국에서 좋은 중간 결과를 얻어 곧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CSO로서 '어떻게 하면 파이프라인을 제값 받고 딜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이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에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파이프라인의 밸류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런 밸류를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고, (파이프라인의) 적응증 개수를 늘릴 계획입니다.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본) 투자에 있습니다.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도 잘 받아야 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샤페론은 누세핀, 누겔, 누세린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CSO가 파이프라인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BD(사업개발)팀과 어떻게 협업하나요?

각각의 파이프라인 개발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시장조사와 경쟁제품을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파이프라인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BD(Business development, 사업개발)팀과 충분한 논의를 합니다.

예를 들어 누세핀은 타깃 환자가 매년 500만 명이 이상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시장규모가 2조원이 넘기 때문에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이같은 파이프라인의 시장조사 혹은 포지셔닝을 할 때 BD팀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CSO의 보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보람을 느꼈던 순간으로 말씀해 주세요.

지난해 샤페론 CSO로 입사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기술성 평가를 'A, A'로 통과한 일입니다. 지난해 11월 샤페론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제가 기술성 평가 준비를 주로 맡으면서 자료 준비, 시장 조사에 집중하면서 유관 부서와 협업을 자주 했습니다. 전략기획 일을 하면서 회사의 시스템과 내부 문화가 어우러지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임상개발팀,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커머셜(Commercial, 상업화)에 대해 자세히 모릅니다. 협업을 자주하다 보니 샤페론에서 연구원들이 임상, 허가와 관련된 내용을 저에게 먼저 질문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할 때 CSO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샤페론은 지난해 기평을 통과했고, 올해 1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IPO(기업공개)를 준비할 때 CSO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사업 개요'와 관련된 내용을 전략기획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고 자료를 취합하고, R&D팀에서 받는 자료를 알기 쉬운 용어로 순화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IR(Investor relations)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돌아볼 때 바이오 벤처 CSO의 중요한 자세는 무엇이던가요?

가장 중요한 자세는 협업입니다. CSO가 밸류 체인을 관통하는 전략을 세우려면 수많은 회사의 전문가들과 올바른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SO는 협업을 중요시 생각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해야 합니다.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오너십(Ownership)도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바이오 벤처 CSO는 '협업 기반의 오너십'을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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