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멧니즈 찾아 신약개발에 도움받으려면

신약 개발자들, '잠자리 눈'으로 관찰, 모니터링 필요
이에 맞춰 임상개발 개발 전략과 프로그램 개발해야 

의학적 미충족 요구란 무엇인가? 

우리가 신약 개발에서 매우 흔히 사용하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그리고 치료가 발전함에 따라 이리 저리 변하게 된다. FDA가 정의하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란 "심각한 질병의 상태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가용하지 않은 상태"이며 이는 ① 치료제가 아예 없거나 ② 아주 제한된 숫자의 약제가 있거나 또는 개발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경우 ③ 현존 치료제가 있지만 사용하기에 부작용이 심하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 ④ 현재 그 질환의 상태를 규정할 수 있으나 충분히 질환의 분류 또는 정의가 확실하지 않아 별도의 치료제가 없는 경우 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승인된 약의 안전성을 개선한다거나, 승인된 약보다 값싼 약을 개발하는 것 또는 개별 약제를 묶어 병용 치료를 개발하는 것은 미충족 요구가 아님을 확실히 하고 있다. 여기서 가용한 약이라 함은 미국에서 규정하는 적응증에 승인되었거나 임상에서 표준요법으로 사용 중인 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FDA의 승인과정에서 대리변수를 바탕으로 가속승인을 받은 상태에서 시판 후 임상시험에서 확증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경우 "가용하지 않은 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가 고정된 개념의 상태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이며 신약개발의 속도와 더불어 미충족 요구도 같은 속도로 변하며 신약 개발에서 이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의학적 미충족 요구를 극적으로 바꾼 역사적 약– 글리벡  

내가 처음 종양학에서 접한 것은 전공의 1년차이던 1983년으로 이 때는 대부분의 암환자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진단 후 6개월 정도의 시간에 거쳐 사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므로 4기로 판정받은 환자 보호자들이 "얼마나 사실까요?" 하고 물어볼 때 "글쎄요, 아마 6개월에서 9개월 정도가 아닐까요?"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 그 다음 질문은 치료를 받으면 얼마나 더 살까요? 였고 대답도 확신을 주기 어려운 "아마도 추가로 3개월 정도" 라는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암종 별로 생존 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것은 매우 야심찬 목표이기는 하지만 암의 종류에 따라 극적으로 진보된 치료들이 많다. 아마 그 중 대표적으로 질병의 자연 경과와 역사를 바꾼 약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치료제인 글리벡일 것이다. 과거 CML의 중앙 생존 기간은 3년 반 정도로 하이드록수리아 또는 부설판이라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하였다. 인터페론의 개발로 그 수명이 6~7년까지 늘어나기는 했으나 골수 이식을 하는 것이 환자를 장기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1960년도에 발견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예후를 판정하기는 했으나 이 염색체를 둘러싼 유전자 변이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단서가 될지는 1990년 대 말이 되기까지는 알지 못하였다. 1985년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형성된 부분에 bcr-abl 이라고 하는 융합 유전자가 생겨 CML 이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졌고 1996년 Druker 등이 BCR-ABL tyrosine kinase 활동을 억제하여 CML 세포를 죽이는 imatinib (글리벡)을 개발하여 2000년 드디어 CML 치료제로 승인을 받게 된다. 이 물질의 개발은 암의 치료를 위해 항암제로 암세포와 정상세포에 무차별 공격을 하던 시대에서 선택적 표적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글리벡의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학적 미충족 요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글리벡이 나오기 전 CML 환자들은 수명이 길지 못해 의학적 미충족 요구는 매우 높았으나 글리벡의 발명으로 진단 후 10년 동안 98%의 환자들이 생존하는 쾌거를 이룸으로써 처음 진단을 받은 CML 환자들에서 의학적 미충족 요구는 매우 낮아졌다. 반면,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소수의 환자에 대한 치료제의 개발이 새로운 미충족 요구로 대두되었다. 의학적 미충족 요구는 한가지가 채워지면 다른 요구가 발생하는 수순을 밟게 되는데 신약의 승인이 활발히 일어나면 미충족 요구도 빠르게 변한다. 

 

허셉틴과 후속 치료제들
유방암에서 다른 암종으로 미충족 요구 확장

 미국 UCLA의 데니스 슬레이먼 박사는 HER2 생물학의 대부이며 HER2 유전자 과발현이 일부 유방암 환자에서 매우 나쁜 예후 인자임을 발견했고 이는 유전자 증폭에 의한 것임을 발견하였다. 이를 근거로 제넨테크의 마이클 셰퍼드와 악셀 울리히는 슬레이먼 박사와 함께 HER 단백질을 차단하기 위해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치료제인 허셉틴(Herceptin)이라는 약물을 개발하였다. 허셉틴은 HER2 유전자 과발현 또는 증폭이 되어 예후가 매우 나빴던 유방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치료제가 되어 진행성 또는 조기 유방암에 사용함으로써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거나 또는 완치될 수 있도록 하였다. 허셉틴 이전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요구는 매우 높았으며 허셉틴 이후 새로 생긴 미충족 요구는 허셉틴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 또는 처음부터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로 형성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미충족 요구에 의해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를 개선하기 위한 타이커브, 퍼제타, 카드실자, 넬링스, 엔허투, 투키사 등의 많은 HER2 치료제가 나오게 되었다.

때로는 한 질환에서 규명된 병인론이 다른 질환의 미충족 요구를 찾아내기도 한다. HER2 생물학과 이로 인한 유방암 치료의 발전은 HER2 양성 위암에도 중요한 미충족 요구가 있음을 지적하여 위암에도 허셉틴 임상개발을 진행하여 성공을 이루게 되었고 2차 치료제로 엔허투의 승인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현재 HER 유전자의 증폭 및 변이로 인한 희귀암 질환군이 미충족 요구가 높은 집단으로 인지되어 HER2 양성인 침샘암, 담도암, 폐암, 방광암, 대장암에서 치료제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항암제 개발의 가속화가 가져온 변화

2021년 FDA가 승인한 항암제의 적응증은 66개로 이중 신물질 16개, 적응증의 확대가 50개다. 1년이 52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주 1~2개의 항암제가 승인받고 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매 주 어떤 암종에서 표준치료가 추가 또는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의학적 미충족 요구가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표 1. 미국 FDA  약물평가부 종양학 부문 연례 보고
표 1. 미국 FDA  약물평가부 종양학 부문 연례 보고

2014년 옵디보와 키트루다가 승인을 받으면서 면역관문 억제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다. 이 두 약제가 경쟁적으로 임상개발을 미친듯이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진행하면서 현재 각 20개~30개에 달하는 적응증을 갖게 되었다. 2022년 3월 현재 미국 FDA에 의해 승인된 면역관문 억제제는 7개로 이 약제들이 승인받은 질환은 진행성 암 1차, 2차, 보조 항암요법을 따로 세어 보면 무려 34가지 종류의 적응증을 가지며 이중 MSI-H, TMB-H와 같은 특별한 질환의 상태는 모든 질환에서 이러한 유전적 결함이 있는 경우를 다 포함하므로 실제 임상적인 상태는 훨씬 많은 수를 포함한다.

항암제는 그 특성 상 초기에는 불응성, 즉 아무 치료에도 듣지 않는 말기 환자 치료제로 개발이 시작되고 성공하면 보다 조기 암에 사용하는 목적, 즉 1차약의 개발 및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 후 보조 항암요법으로 개발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암환자에서 생존을 늘리는 데 기여하게 된다. 암환자 전체로 보면 생존율 개선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암 환자 개인에게는 죽고 사는 확률의 변화다. 면역관문 억제제들의 개발 과정은 다른 항암제 개발과 같이 불응성 또는 1차 치료에 실패한 암종들을 대상으로 개발을 시작하였는데 매우 빠른 속도로 1차 치료제 및 조기암의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키트루다는 2014년 첫 인허가 후 2년 만에 비소세포 폐암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며 2018년 임핀지가 3기 비소세포폐암에서 항암제와 방사선 동시요법 시행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요법으로 승인받음으로써 불과 4년 사이에 치료제 용도의 개발에 엄청난 진전을 가져왔다. 이렇게 눈이 핑핑 돌 정도의 신약 개발 속도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에도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지만 신약 개발자들에게는 엄청나게 커다란 문제이다. 왜냐하면 거의 매일 매일 어제와 다른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표 2. 의학적 미충족 요구와 면역관문 항암제 임상개발
표 2. 의학적 미충족 요구와 면역관문 항암제 임상개발

 

요약 및 결론 

지난 20년간 미국 FDA가 승인한 항암제는 약 180개며 이중 65개의 새로운 물질들이 지난 4년간 승인 받은 것을 볼 때 신약 개발의 속도는 지속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표준 치료와 의학적 미충족 요구는 같은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신약 개발자들은 새로운 약과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들에 대한 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임상 개발 전략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만 유용하고 경쟁력 있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