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중과실 처분했지만 '증선위'는 특출했다
증선위의 자기반성적 개선과제, 조기에 실천돼야 

셀트리온 청주공장
셀트리온 청주공장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1일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작년 11월부터 14차례의 감리위원회(증선위 소속 기관) 회의를 포함해 총 19차례나 되는 임시회의를 거치며 심의했지만 고의 분식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8년 4월부터 시작된 금융감독원의 감리ㆍ조사기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4년 만이다.

재고자산 과대 계상(재고자산 평가손실 미반영)을 비롯해 △매출(영업 판권 매매 대금 매출인식 오류 포함) 및 매출채권 과대 계상 △연구개발비 과대 계상(개발비 과대 자산화) 등에 대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중과실 처분을 내리면서도, 일부러 한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개선 과제도 함께 의결했다.              

○ 셀트리온 그룹에게 회계정책 및 내부회계 관리제도의 개선을 요구
 - 셀트리온 그룹이 투자자와 외부감사인에게 중요한 회계 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ㆍ이행하고, 이를 증선위에 보고해야 한다.

○ 금융감독원에게 긴 감리기간과 피조치자 방어권 보장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
 - 감리기간의 지나친 장기화를 방지하고, 금감원 조사단계에서도 피조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권고한다.

○ 회계업계에게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에 전문성 있는 인력을 위주로 감사팀을  구성하여 감사를 수행할 것을 요구
 - 아울러, 금번 제재로 인해 회계 법인들이 신산업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외부감사에 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 증선위는 향후 신산업의 회계처리 불확실성 해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임
 - 금융위, 금감원, 회계기준원, 회계법인, 학계 등 회계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회계기준적용지원반(회계기준원 內)을 운영토록 하겠다.
 - 회계기준적용지원반은 ① 외부감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ㆍ감사인간의 쟁점 ② 회계기준해석과 관련한 논란 해소를 위한 해석지침을 검토하여 증선위에 보고ㆍ확정하고, 그 내용을 신속하게 공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

이러한 증선위 조치에 대해, 금융위원회(증선위 상위기관)는 지난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및 셀트리온제약사에게 각각 60억 원, 60억4천만 원, 9억9210만 원 등 총 130억321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마터면 한국 바이오제약을 눈뜨게 한, 유일무이한 신사업(新事業) 개척자이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을 휘잡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셀트리온이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증선위의 이번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이례적이다. △처분을 내리는데 4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는 점 △처분 업무와 관련된 기관들의 개선 과제는 물론 증선위 자신에 대한 개선과제도 스스로 공개적으로 조치했다는 점이다.

위에 적시된 증선위의 4가지 개선과제를 뜯어보면 의미심장하며 여러 시사점들이 발견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개발 자금을 비롯해 △지극히 낮은 성공 확률 △노하우(knowhow)의 축적이 빈약한 바이오ㆍ신약개발 기술과 전문 인재난 그리고 △그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모호한 회계기준 등과 같은 국내 바이오ㆍ제약 산업의 고충 등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개선시키되, 매를 때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회개시키는 전향적 관점이, 증선위의 개선 과제에 녹아들어가 있음이 엿보인다.

○ 금융감독원에게 긴 감리기간과 피조치자 방어권 보장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
 - 감리기간의 지나친 장기화를 방지하고, 금감원 조사단계에서도 피조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권고한다.

금융감독원의 처사가 오죽했으면 증선위가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감리기간이 얼마나 길고, 조사단계에서 조사당하는 자의 방어권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무시됐으면 이러한 권고를 했을까.

○ 회계업계에게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에 전문성 있는 인력을 위주로 감사팀을 구성하여 감사를 수행할 것을 요구
 - 아울러, 금번 제재로 인해 회계 법인들이 신산업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외부감사에 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증선위는, 이번 조치(셀트리온 그룹의 외부감사를 행한 회계법인에 대한 강력한 징계)로 인해,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행할 때 행여 바이오ㆍ제약산업 등 신산업(新産業)에 대해 과도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감사하지 않을까 우려와 예견을 하고, 그렇게 되면 신산업의 성장ㆍ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므로, 이를 경계하기 위해 이 개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선위는 용의주도했다.

○ 증선위는 향후 신산업의 회계처리 불확실성 해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임
 - 금융위, 금감원, 회계기준원, 회계법인, 학계 등 회계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회계기준적용지원반(회계기준원 內)을 운영토록 하겠다.
 - 회계기준적용지원반은 ① 외부감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ㆍ감사인간의 쟁점 ② 회계기준해석과 관련한 논란 해소를 위한 해석지침을 검토하여 증선위에 보고ㆍ확정하고, 그 내용을 신속하게 공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

증선위의 이번 조치의 하이라이트(highlight)는 '향후 신산업의 회계처리 불확실성 해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임'이라는 대목으로 보인다. 

증선위가 스스로에게 행한 다짐과 각오의 조치는, 셀트리온 그룹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의 근본적인 원인이 증선위 자신들의 소극적인 대처에 있고 이로 인해 신산업에 대한 회계처리의 잣대인 기존 회계처리기준이 미비했던 점을 자인하는 시사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 탓이로소이다' 자기반성과 자기책임의 의미가 짙게 깔려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여태까지 정부 행정기관들이 고압적인 징벌적 조치만 취해 왔지 그 징벌과 관련해 이러한 부류의 자기반성적 개선 조치를 행한 것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 옴을 느낀다.

외부 감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과 감사인 간의 쟁점, 기업회계기준 해석과 관련된 논란의 해소를 위한 해석지침이 검토되어 증선위에 보고ㆍ확정되고, 그 내용이 신속하게 공표됨으로써 제약ㆍ바이오 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한국 제약ㆍ바이오산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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