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기존 의무에 세부규정 추가됐을 뿐, 제도운영에 문제없어"
업계, "법률 시행 앞서, 구성요소 표준안 마련 등 구체화 선행되야"

 기획  의약품 콜드체인 규정 개정, 업계-정부의 엇갈린 주장

국내 의약품의 콜드체인 관리 기준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17일부터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 이 개정 시행됐다. 다만 의약품 제조·유통업체들의 해당 기준 충족을 위한 설비 및 SOP 마련에 어려움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규제기관은 6개월 간의 규정 시행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정부'는 해당 제도의 필요성과 비용효과성을 주장하고, '산업계'는 업계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너무 급한 정책 추진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히트뉴스는 국내 생물학적 제제 등을 취급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 콜드체인 규정 개정에 드러난 제약산업계 실태
2. 콜드체인 규정 만들긴 했지만...산업계 실태 고려 안돼
3. 의약품 콜드체인 해법, 전문가에게 묻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콜드체인 관련 규정 개정 시 정부 개입의 필요성과 비용편익증가 등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일부 제조·유통업체들은 업계의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규정 개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생물학적 제제 등의 콜드체인 규정인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 관리 규칙'이 개정돼 시행됐지만, 업계의 요청에 따라 6개월간 계도 기간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2020년 12월 규제영향 분석서를 통해 해당 규정의 정부개입 필요성과 비용편익증가 등을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는 "기존에도 생물학적제제 등의 판매자는 백신 등을 수송할 때 수송용기 기준, 수송방법 및 보관온도 구분이 필요한 의약품의 수송 중 적정온도 유지 의무가 있었다"며 "그 방식을 보다 치밀하게 운영하게 한 이번 개정안은 충분히 운영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었다. 

세부 규정을 통해 콜드체인 유지 확인 방법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행정처분 기준을 통해 규제 실효성을 부여했을 뿐 과중하거나 불합리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생물학적 제제등의 보관 수송 관련 준수사항 강화' 시 예상되는 비용편익을 분석해 발표했다. (자료 : '생물학적 제제등의 제조·판매 관리 규칙' 규제영향분석서, 2020년 12월 발행)
식약처는 '생물학적 제제등의 보관 수송 관련 준수사항 강화' 시 예상되는 비용편익을 분석해 발표했다. (자료 : '생물학적 제제등의 제조·판매 관리 규칙' 규제영향분석서, 2020년 12월 발행)

해당 규정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10년간 업체들의 비용편익을 분석했을 때 해당 시장에서 약 5억 6000만원의 직접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업체들이 수송용기와 온도기록장치 등의 구매와 검·교정 비용으로 약 4억 7000만원을 사용한다면, 추후 보관 및 수송설비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약 10억 3000만원의 직접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의 입장과 달리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규정 추진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 등을 취급하는 한 제조업체 품질책임자는 "콜드체인 취급이 필요한 의약품의 포장단계는 용매 및 온도계 부착 등 과정이 부가적으로 필요해 아직 전공정 자동화가 불가능하다"며 "일반 의약품에 비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비용편익분석에서 처럼 인건비가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당한 인건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는 "생물학적 제제는 취급에 많은 주의를 요해, 인건비 측면뿐만 아니라 인력 수급 자체도 힘들다"며 "포장뿐만 아니라, 운송 담당자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외 수송용기와 수송차량에 대한 검증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아, 회사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검증할 수 있는 규모의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보유해 생물학적 제제 운송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식약처는 생물학적 제제 등의 콜드체인 관리 기준을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하지만, 국내 업계의 실태를 고려하지 못한 채 너무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유통사들이 이번 개정사항을 만족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콜드체인 데이터 취급 시스템 일원화'와 '수송용기나 운송차량의 검증 기준 불명확' 등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생물학적 제제 등은 제조·유통사·의료기관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업체들마다 다른 콜드체인 데이터 취급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 체계 통일화, 수송용기 등 콜드체인 구성요소들의 표준안 마련과 같은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황에서 계도기간 내 규정 요소를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식약처는 국내 업계 실태를 파악해 현실적인 지원 체계 및 시행일정 조율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