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 병어찌개

[2] EBM·EBP 바로 알기

EBM(=evidence based medicine)이라는 용어를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을겁니다. 약국에서는 EBP(=evidence based pharmacotherapy)라고 하기도 하지요. 우리 말로 옮기면 근거중심의학, 근거중심약학 입니다.

이 개념은 의학·약학 관련 정보가 양적으로 과다하여 임상전문가의 판단에만 의지할 수 없고, 전문가 개인의 지식습득이 부진하다는 한계에 봉착하여 발생한 일종의 운동에 가깝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아무거나 보고 근거라고 하지 말고, 최신·최선의.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의사결정을 하라”는 일종의 자정 및 계몽적인 성격도 있지요.
 
한국 약사사회도 이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연수교육이나 약사커뮤니티, 대학에서 교육 모두 이전에 비하여 훨씬 많은, 질 좋은 문헌들을 참조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단, 일선 약국·약사가 EBM/EBP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약국약사는 EBM/EBP에 필요한 문헌검색, 문헌평가, 통계적 유의성 판단능력을 훈련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약국에서 EBM·EBP

결론부터 말하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최선입니다. 3차 문헌인 전공교과서가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약물학, 약물치료학, THERAPEUTIC CHOICE 정도가 대표적이지요.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가이드라인 또한 훌륭한 EVIDENCE입니다.

대한약사회지나 의약정보 같은 정기간행물도 이 범주에 포함되는 내용이 있으나, 섹션별로 근거수준의 편차가 존재하기에 전체적인 신뢰도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대체로 병리기전과 약물요법, 복약지도 정도가 신뢰할 수 있는 국내·해외의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작성되어있고, 건기식이나 한방 등의 대체/보완요법관련 내용은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건기식에서 EBM·EBP

“임상결과가 있다”, “연구결과가 있다” 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제약, 건기식 관련 업체, 혹은 유명 약사가 약국약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말입니다. 문제는 그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약사들은 논문을 분류할 줄도, 실험설계와 종설에 대한 평가도, 통계를 해석할 줄도 모른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에 도취됩니다. 그리고 정확한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한 EBM·EBP를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혹은 EBM/EBP에 대한 오해가 동반되지 않는다 하여도 객관적·과학적으로 불충분한 정보가 부적절하게 각인되는 것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인 동시에 “근거중심” 에서 멀어지는 행위입니다. 강의자 또한 무지 혹은 이익에 매몰되어 약사들의 오해, 몰이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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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평가는 어떻게?

건강기능식품 관련연구는 대체로 단일연구의 규모가 작고, 실험설계가 정밀하지 못합니다. 그래도되니까요. 또한,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소규모 표본의 우연한 위양성·위음성에 의존한 오염된 데이터를 갖고 홍보하거나,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 결론을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약사 개개인은 이를 정확하게 판별해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JADAD, COCHRANE척도로 연구문헌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고, COCHRANE이 검색을 제공하기에 정보접근성이 가장 뛰어납니다. 원하는 정보가 없다면, 그건 아직 흑도 백도 아닌 상태인 것이지요.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언제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약사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미 EBM·EBP의 수혜를 받고, 체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항상 업데이트 되는 의약품 관련정보, 복약지도정보, 질병 가이드라인 등을 쉽게 찾아서 익힐 수 있지요.
단, 기본적으로 건기식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부분의 정보가 제품판매에 유리한 부분을 교묘히 부풀리고 객관적, 과학적이라고 주장하지요. 물론 특정 기능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춘 제품군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제품이 만병통치약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취급하는 제품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하는 것. 객관적·과학적 근거와 검증이 필요한 가설·주장을 구분하는 것. 그것이 약사가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신뢰라도 유지할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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