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vs 존슨앤존슨' EPO 분쟁, 암젠이 승리
암젠, 이뮤넥스 M&A로 회사 사이즈 키우다

① 애브비-앨러간
② BMS-Medarex
③ 바이오엔텍
④ 암젠-이뮤넥스

바이오 벤처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글로벌 빅파마 암젠(Amgen). 암젠은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엔브렐(Enbrel)과 뉴포젠(Neupogen)을 보유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R&D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애보트(Abbott) 연구소 연구개발 부사장 출신인 조지 레스먼(George Rathmann)은 1980년 암젠을 창업했다.

직원 7명으로 시작한 암젠은 창업 초기 연구개발에 집중했고, 1980년부터 1983년까지 연구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3년 암젠은 설립 3년 만에 나스닥(NASDAQ)에 상장했고, EPO(Erythropoietin, 적혈구생성인자)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나스닥 상장 이후 암젠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사업의 영역을 넓혔다. 암젠은 1985년 일본 쿄와기린(Kyowa Kirin)과 EPO 빈혈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합작투자)를 설립했다.

같은 해 암젠은 EPO 신약 후보물질을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에 넘기면서 손을 잡는다. 당시 암젠은 EPO 신약 후보물질의 미국 내 신장 투석 환자에 대한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판매권을 존슨앤존슨에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했다.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암젠이 결론 내린 최선의 의사결정이었다.

1989년 암젠은 에포젠 출시로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암젠이 자체 개발한 빈혈 치료제 에포젠(Epoge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고, 에포젠은 빈혈 치료제 시장 분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암젠은 설립 9년 만에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대한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1995년 암젠은 존슨앤존슨과 법적 공방을 벌이기 시작한다. 암젠은 1985년 존슨앤존슨과 체결했던 라이선스 계약(License agreement)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손해배상과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중재(Arbitration)'를 신청했다. 오랜 법적다툼 끝에 2002년 10월 암젠은 존슨앤존슨으로부터 약 1800억 원의 배상금을 받았지만, 1985년 라이선스 계약은 그대로 유지됐다. 긴 법적 공방 기간의 매출을 감안하면 암젠의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존슨앤존슨의 마케팅 공세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사건이었다.

2001년 12월 암젠은 경쟁 업체 이뮤넥스(Immunex)를 16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해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같은 파이프라인을 연구하는 경쟁자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 암젠의 행보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제동을 건다. 미국 FTC는 기업 합병으로 인해 특정 파이프라인 시장이 독점되는 것을 우려했다. 2002년 7월 FTC는 최종 동의 명령(Consent order)을 내리며 암젠과 이뮤넥스의 인수를 승인했다. 암젠은 이뮤넥스의 히트상품인 엔브렐(Enbrel)을 품었고, 이후 글로벌 빅파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암젠 타임라인 정리. 출처=IPMS 발표 자료
암젠 타임라인 정리. 출처=IPMS 발표 자료

 

암젠, 존슨앤존슨에 칼을 겨누다

1995년 암젠 측은 "존슨앤존슨이 미국 투석 시장에서 프로크리트(Procrit)를 홍보하고 판매한 사실에 기초해 1985년 체결했던 라이선스 계약에 중대한 위반을 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85년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내 신장 투석 환자에 대한 시장' 판매권은 암젠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암젠은 계약 내용을 위반한 존슨앤존슨에 손해배상과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중재 절차(Arbitration proceedings)를 개시한다. 암젠은 계약 종결과 12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2002년 10월 미국 연방법원(Federal Court)은 암젠의 손을 들어준다. 법원은 존슨앤존슨이 암젠에게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 원)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지만, 1985년 계약의 효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암젠은 존슨앤존슨과의 법적 다툼에서 승리했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2002년 존슨앤존슨의 예상 매출액은 30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로 배상금은 매출액의 5%에 불과했다. 이 사건에 대해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한 애널리스트는 "암젠의 도덕적 승리가 분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배상금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젠이 존슨앤존슨의 강력한 마케팅 공세를 방어했기 때문에 당시 중재가 충분한 의의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뮤넥스를 품에 안은 암젠, 빅파마의 길을 걷다

2001년 12월 암젠은 이뮤넥스를 160억 달러(약 19조7600억 원) 규모의 금액으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FTC는 양사의 결합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반독점법 이슈)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다. 합병 기업이 FTC와 협의를 통해 독점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안을 도출했고, 2002년 7월 FTC는 일부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해 일부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 허용을 골자로 한 최종 동의 명령(Consent order)에 승인했다.

FTC Consent Order 주요 내용

"FTC는 암젠과 이뮤넥스가 호중구(백혈구) 재생 요인, 종양 괴사 인자(TNF) 억제제, 인터루킨(IL-1) 억제제 시장에서 클레이튼 반독점법(Clayton Act)과 FTC 법령을 위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안된 동의 명령(Consent Order)에 따라 회사는 호중구 재생 인자인 류카인(Leukine)과 관련된 모든 이뮤넥스의 자산을 쉐링(Schering)에 판매해야 한다. 또한 이 명령은 회사가 세로노(Serono)의 TNF 억제제와 관련된 특정 지적재산권, 리제네론(Regeneron)의 IL-1 억제제와 관련된 특정 지적재산권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출처=IPMS 발표 자료집 

 

반독점법 이슈에도 불구하고 암젠이 이뮤넥스와 빅딜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 암젠은 빈혈 치료제 에포젠과 뉴포젠 두 개의 베스트셀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뮤넥스는 빈혈치료제 시장의 오랜 라이벌이었다. 무엇보다 암젠은 이뮤넥스의 히트상품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을 확보해 중장기 발전을 추진할 계획이 있었다.

암젠은 합병 이후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고 전 세계적인 빅파마로 성장했다. 오늘날 암젠은 '환자를 위한다(To serve patients)'는 미션을 추구하고 있다. 암젠은 다양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발전해 왔다.

★이 원고는 IPMS 제약바이오분과 소속 류민오 특허법인 세움 변리사, 위수진 약사의 도움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IPMS 제약바이오 분과

IPMS 제약바이오분과 스터디는 학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회원들이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하는 자발적 모임이다. 2017년 봄학기를 1학기로 시작해 2021년까지 10학기를 진행했다. 바이오텍 서적을 교재로 라이선싱, 파이낸싱, 규제 등 산업계 전반적 이슈 스터디로 출발해 면역 항암제 주요 기술과 라이선싱 계약, 해외 바이오텍의 M&A 사례 등을 주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 스터디에는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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