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자 약물과 달리 질병의 원인인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새로운 치료 돌파구 마련 위해 '토론의 장' 마련
특정 질환의 원인인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표적단백질 분해기술'이 향후 항암제 신약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 교수인 황종연 박사는 4일 국립암센터가 개최한 암과학포럼에서 "신약 개발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인식되고 있는 '표적단백질 분해기술'은 저분자 약물과 달리 질병의 원인인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TPD라고 불리는 표적단백질 분해기술은 저분자 약물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기존 표적 치료제가 가진 한계도 해결할 수 있다"며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80%를 약물로 제거할 수 없는 점, 고농도 약물 사용 시 발생하는 부작용 등을 TPD는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PD 기술로는 단백질 분해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PROTAC을 포함해 리소좀(Lysosomal)을 타겟하는 LYTAC, 자동(Autophagy)으로 타깃을 정하는 AUTAC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PROTAC(Proteolysis Targeting Chimeras)이다.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PROTAC은 표적단백질과 E3 연결 효소를 각각 리간드와 결합하고 이 두 결합체를 링커(Linker)라는 기술로 다시 결합해 표적단백질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황 박사는 PROTAC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저용량으로 우수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PROTAC의 경우 기전상 운영되는 링커가 한 표적단백질을 분해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되기 때문에 저용량으로 우수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예를 들어 하루에 한 번 먹는 약에 PROTAC 기술을 도입하면 일주일에 한 번 먹어도 비슷한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ROTAC이 넘어야 할 한계 또한 지적했다. 황 박사는 "현재 PROTAC 기술에서 활용되고 있는 E3 연결 효소가 몇 가지에 불과해 더 많은 연결 효소를 찾아야 한다"며 "임상 중인 PROTAC이 항암제에 집중돼 있는 상황을 탈피하고 다양한 질환에 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 새로운 치료 돌파구 마련 위해 '토론의 장' 마련
이번 포럼은 국내 암 발생과 사망률을 낮추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으며 국립암센터가 '항암신약개발 A-Z'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토론의 장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립암센터 김영우 연구소장은 "이번 포럼은 국민과 국내 암 관련 모든 전문가들을 위한 장"이라며 "세 번째 주제인 '표적단백질 분해기술'은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로 이미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오늘 이 자리는 새로운 항암 전략인 선택적 단백질 분해기술과 관련 학계 기업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모아 항암 신약 연구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오늘 포럼을 통해서 혁신적인 항암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고 나아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