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투자 정보 제공하도록 기업 스스로 나서야

IR(Investment Relations)과 PR(Public Relations)은 분명 다르다. 각각 기관 투자가와 개인 투자가로 타깃층이 나뉜다. 정보 취득 과정도 차이가 난다. 기관 투자가들이 로드쇼 등과 같은 회사 IR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반면 개인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혹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IR deck을 업데이트해서 웹사이트에 업로드하거나 분기마다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하는 회사는 극소수다. 그만큼 개인 투자가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원천은 제한적이란 얘기다. 특히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한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에 있어 이 같은 상황은 더욱 극명해진다.

회사가 보도자료를 내더라도 모든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지 않는다. 언론사 입장에선 구미에 맞는 정보만을 다룬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보도자료 원천 자료를 접할 창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암젠(AMGEN)만 해도 개인이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회사가 외부로 표출하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투자가는 회사 웹사이트 및 PR 매체(GlobeNewswire, Business Wire, Cision 등)와 동일한 시점에서 정보 공유하게 된다. 그만큼 '무차별적'이다.

위 이미지는 암젠(Amgen)의 이메일 알람 등록 페이지이다. https://investors.amgen.com/resources/email-alerts
위 이미지는 암젠(Amgen)의 이메일 알람 등록 페이지이다. https://investors.amgen.com/resources/email-alerts

반면에 국내에선 개인들이 이 같은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제약바이오업체 중에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정도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대부분 회사 보도자료가 언론에 먼저 전달되고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진다. 웹사이트 게재 역시 언론보도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정보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중간 매개체'가 존재하는 셈이다. 만약 바이오 회사가 언론과는 별도로 이러한 형태의 '이메일 알림' 서비스를 구축한다면 상황은 다르지 않을까? 적어도 동일한 출발점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이에 걸맞은 투자 행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이메일 알림 등록 페이지. https://www.bridgebiorx.com/en/m55.php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이메일 알림 등록 페이지. https://www.bridgebiorx.com/en/m55.php

2019년 4월부터 바이오 저널리즘을 지향하며 '가신길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회사의 보도자료를 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처럼 '이메일 알림' 기능이 있다면, 여러 언론 매체와 시차 없이 관련 정보를 취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정보 취득은 언제나 '후행적'일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각종 정보는 무차별하게 접근 가능하다. 그들이 제공하는 이메일 알림 서비스에만 등록하면 된다. 회사와  네트워크, 친분 등은 필요가 없다. 통상 미국 회사들은 한국 시간 기준 오후 9시부터 보도 자료를 발표하고(미국 동부 기준 오전 7시), 유럽 회사들은 한국 시간 기준 오후 3시부터 발표한다(중앙 유럽 표준시 기준 오전 7시). 필자는 이러한 서비스 덕분에 개별 회사의 동향과 함께 글로벌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국내 바이오 투자가도 국내 회사와 관련된 글로벌 피어(PEER) 그룹에 대한 이메일 알림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좀 더 입체적인 투자 행위가 가능할 거란 생각이다.

이메일 알림 서비스를 비롯한 웹사이트 중심의 소통 방식은 다양한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회사들은 개인 투자가들과 소통 확대를 명분 삼아 구태의연한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모 업체는 전화 응대를 잘 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 인력을 확충했다고 한다. 신청자에 한해 회사 방문을 허용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한 회사도 있다. 회사 웹사이트를 통한 소통은 거의 없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특정 바이오 관련 매체와 '커뮤니케이션'만을 중시한다. 글로벌 바이오텍을 지향한다면, 연구/개발 영역뿐만 아니라 '소통 방식'도 세련되어야만 한다.

얼마 전, 한국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특히 '정보 관리'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바이오 회사의 공시 내용 중, 유독 '풍문, 보도에 대한 해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투자자와 정보 공유 방식의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한 포괄조항 공시 가이드라인 https://kind.krx.co.kr/disclosureinfo/searchmaterials.do?method=searchMaterialsMain#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한 포괄조항 공시 가이드라인 https://kind.krx.co.kr/disclosureinfo/searchmaterials.do?method=searchMaterialsMain#

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어야만, 떠도는 소문에 따라 시장이 갈팡질팡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더불어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먼저 취득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는 인식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풍토가 유효하다면, 시장과 산업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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