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는 전통제약 혁신위해 높은 기준점을 찍어야 한다

지금은 '성장의 아이콘'으로 불리지만, 한 때 소기업의 CEO로 존재감이 흐릿했던 그 사람,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국내 전통제약회사와 신생 바이오기업 230곳을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15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 기업인의 성공적 서사도 흥미롭지만, 그가 위기와 기회가 혼재된 환경으로 둘러쳐진 전통제약산업계에 얼마나 높은 기준점을 찍어 유지하며 그 효과(anchoring effect)를 확산시킬지에도 눈길이 간다.

IBM이라는 번듯한 직장에 잘 다니고 있던 그가, 아버지(휴온스 전신 광명약품 창업주 고 윤명용 회장)의 부름을 받아 출근한 회사의 사정은 아주 좋지 못했다. 연간 매출 40억 원 규모의 회사는 제조공장을 건설하며 발생한 자금경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회사를 살리겠다며 나선 30대 젊은 이의 간절한 눈 빛과 설명이 통했는지, 기술신용보증기금 대출 담당 대리는 대출 확정 도장을 찍으며 '기운을 내라'고 격려했다. "순간 울컥했다"는 그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고 한다.

1997년 아버지가 작고하며, 졸지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왕관의 무게'를 견뎠다. 다이어트 열풍이 만들어낸 틈새시장을 엿보고, 의료기기 및 필러시장을 타진하며 성장동력을 하나씩 마련했다. 2010년 매출 952억원, 2015년 2151억원, 2019년 3650억원, 2021년 4369억원 등 매출 10위권 진입을 넘보고 있다. 휴온스글로벌 관점에서 휴메딕스 작년 매출 1110억원까지 합산하면 매출은 약 55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초기 국면 다른 기업들이 이미 늦었다고 관심을 두지 않을 때도 기어이 기회를 찾아내  진단키트를 수출했다. 휴온스는 근래 가장 도전적이며 역동적인 기업이다.

전통제약산업계는 성장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는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15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으로 호출했다. 윤 신임 이사장에게 맡겨진 역할은 높은 기준점을 찍고, 간수하는 것이다.
전통제약산업계는 성장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는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15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으로 호출했다. 윤 신임 이사장에게 맡겨진 역할은 높은 기준점을 찍고, 간수하는 것이다.

남다른 관찰력과 면밀한 밑작업으로 사회적 변곡점을 파고들어 기회를 만드는 실력이 출중한 그는 의사결정이 끝나면 불 같은 추진력으로 전사적 역량을 투입,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해왔다. 모든 기업들이 핫 트렌드로 떠오른 프로바이오틱스에 가담할 때 휩쓸리지 않고 시장을 세밀하게 쪼개 특화했다. 트렌드를 따르되 매몰되지 않고, 차별화를 구현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성 갱년기 '엘루비 메노락토'가 그렇다. 여성 갱년기로 차별화하고 전사적 에너지로 밀어붙여 단일 브랜드 매출 371억원을 올렸다.  휴온스 매출 7.4% 성장을 이끈 효자가 됐다. 그룹 1조원 매출을 위해 준비중인 점안제,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장 건설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뛰어난 학습능력과 남다른 통찰력이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는 윤성태 제약바이오협회 신임 이사장은 2022년 자신에게 맡겨진 전통제약회사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정확히 꿰뚫고 있을 것이다. 개별 기업의 현재와 미래과제는 산업계로 확장시켜 놓아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진출과 경영'은 미룰 수 없는 산업계의 방향성이지만, 현재 우리 산업은 혁신신약 창출 생태계 및 역량이 미흡하고, 백신주권 등 제약 자국화 과제가 상존하며, 국산 의약품의 국제 경쟁력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글로벌 진출 역량과 전략 강화가 필요하며, 국가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청사진과 전략 수립, 각 부처 정책 및 재정, 규제를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같은 일들은 협회 이사장이 직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사장이 해야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우리 산업계가 가야할 바른 방향성을 설정하고 도달해야 할 높은 기준점을 찍어 이를 간수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제네릭 비즈니스 모델이 빚어낸 현실의 문제나 회원사 민원성 사안에 갇히지 않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영토에서 경쟁 가능한 날을 꿈꾸는 역할이다. 각기 다른 이해를 안고 있는 회원사들에게 내일의 비전으로 설득해 내는 리더십이다. 전문 인력들이 포진한 제약바이오협회가 '이사장이 제시한 기준점'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전체 산업의 관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는 일이다. 휴온스그룹이 윤성태 대표이사 부회장의 높은 기준점으로 일류제약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처럼, 전통제약산업계의 기준점도 '글로벌 경영과 이를 통한 제약강국 실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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