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 세미나 '디지털전환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
걸음 뗀 의사, 초조한 스타트업, 지켜보는 정부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는 십 수년 논의가 있었고 투자시도가 일었고 좌절했어요. 이대로는 양치기 소년이 됩니다. 진짜가 나타나도 움직이지 않게 돼요"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단체의 긴 고민에 스타트업은 불안에 빠졌다.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정책세미나 '디지털전환 시대, 비대면 진료의 미래'에 참석한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는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기회 사이에서 확실한 정부·관계단체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이광재, 강병원, 이영(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10일 공동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디지털전환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비대면진료의 현황과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왼쪽 상단부터)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윤건호 위원장, 연세대학교 한상원 교수,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장 김성근 교수,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 법무법인 광장 고환경 변호사, 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
(왼쪽 상단부터)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윤건호 위원장, 연세대학교 한상원 교수,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장 김성근 교수,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 법무법인 광장 고환경 변호사, 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

 

"이 시간에도 자본과 인력 투자는 계속됨"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의료정보 플랫폼 스타트업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는 의사이자 사업가로서 느끼고 있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의 비대면 진료 중요성을 생각해 달라고 밝혔다.

이은솔 대표는 "(비대면 진료 산업에)투자를 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언제 끝날지, 사업 아이템을 완성했는데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에는 이 산업은 어떻게 되는지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예방에관한법률에 의해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 제도화 되고 있지 않아 자금·인력 투자에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비대면 진료는 국가 정책적 의사결정과도 연관돼 있다"며 "정책 결정이 늦어질 경우 국내 산업은 물론 해외 진출 기회도 잃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체의 이 같은 호소에도 의학, 의료, 정부 관련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패널토의에 참석한 연세대학교 한상원 교수는 비대면 진료 사업 가능성에서 언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 선진화가 맞는 말인지 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의료 선진국? 의료 쇼핑 천국일 뿐"
연세대학교 한상원 교수

한상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화 보다는 단지 의료 소비의 천국일 뿐이며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의료비 상승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형병원 세 개를 둘러보고 내려갈 수 있는 시대"라며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의료 인프라를 비대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제부터 의아하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른 의료 선진화는 의료전달체계의 작동으로 결정되는데, 우리나라는 이것이 붕괴된 상태라는 의미였다.

또한 그는 "잘 짜여진 의료체계와 우리나라 식 '타협된 의료전달체계'를 고르라면 대부분 후자일 것"이라며 "그 결과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급병원 쏠림으로 나타났고 30분 대기, 3분 진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면에서 한 교수는 비대면 진료가 과연 붕괴되고 있는 의료 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 할지, 재건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뿐"이라며 "일차 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진료 산업 시작으로 관련된 범부처 및 수혜자 집단의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의사 단체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발제 및 패널토의에 참여한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연구회장(이하 김성근 교수)은 의사들도 비대면 진료를 의식하고있으며 안전한 도입을 위한 걸음을 뗏다고 밝혔다.

 

"구한 말 '상투를 자르려거든 목을 쳐라' 식은 아냐"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연구회장

김성근 교수는 비대면 진료의 보조적 활용이나 디지털전환 도입 등 일선 의사들도 이에 대한 고민은 하고있지만 최근 이 같은 사업 흐름이 지나치게 산업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거버넌스 구성 △비대면 진료 도입 근거 △점진적 확장 등 가능한 방법과 사업내용을 구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대응 TF를 꾸려 수차례 세미나를 진행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비대면 진료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가 하니까, 편리하니까 보다는 의학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해야 하는 일인지 고민을 해야한다"며 "각 나라 의료제도는 문화와 역사, 경제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다른나라가 하니까 우리도 하자 식은 경계해야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이 의료 안전성보다 우선시 돼서는 안되며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교수는 원격 심전도 검사 등 안전성이 확보된 원격 모니터링이나 환자 검사 후 결과를 듣기 위해 타지에서 1박 2일을 보내야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부터 비대면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디지털 촉진법, 지금이 적기"
법무법인 광장 고환경 변호사

고환경 변호사는 비대면 진료 관련 판례를 예시로 들며 비대면 진료 도입에는 여전히 법적인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는 "의료법상 의사는 저하가 우려되거나 저하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판례에서는 오진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것이 의료법상 의료인 의무인데 이를 전화통화로 대신하는 것은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데이터 기본법 △데이터 전환 촉진법 △중소기업 스마트 촉진법 처럼 의료분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할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질 향상과, 대면/비대면 진료를 엄격히 구분한다는 전제 하에 의료의 디지털 전환 지원법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들의 비대면 및 디지털 수용성이 제고되고 있고 의사단체도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시작됨, 산업 측면은 글쎄..."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관

이날 패널토의에 참석한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관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도화는 지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 진행되는 제도화는 엄격히 국민건강증진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산업 측면 고민은 차후 문제라고 못 박았다.

고 정책관은 "현재 감염병예방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는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복지부 관점에서 비대면 진료는 의료 취약계층 등 사각지대 해소라는 보건의료정책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구체적인 비대면 진료 논의는 2020년 9월 의사단체와 합의한 의정합의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이를 통해 법적 근겨 마련 및 제도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인지 고객상담인지...지금 형태 환자도 원치 않아"
한국 제1형 당뇨병 환우회 김미영 대표

환자단체 대변을 위해 토론에 참석한 김미영 대표는 환우회 회원 및 환자들의 비대면 진료 경험담을 소개하며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영 대표는 "비대면 진료(전화 진료) 도입 초기만 해도 환우들의 만족도는 높았다"며 "의료기관에 가지 않아도 처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대면 진료 만족도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의료진도, 환자도 만족할 수 없는 진료 수준 탓이라는 것이 김 대표 설명이었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진료를 받았나. 아니면 고객센터에 문의한 것인가?' 였다"며 "비대면 진료가 한계가 있는 서비스로 지속되면 결국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서비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비대면 진료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이헬스웨이 등 최근 확대되고 있는 개인 데이터 활용이 개인 데이터의 의료진 전달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주요 영역으로 대두되는 만성질환은 진료실 밖 환자 관리가 중요한 영역으로 이때 생성되는 데이터가 의료진에 전달되면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의료가 데이터 중심, 환자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비대면 진료 체계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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