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제약사들에 재정영향 분석 자료 요청
입장 상이한 제약, 셈법 제각각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 계열별 병용 급여확대 논의가 한단계 나아갔으나 곧 임상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가진 제약사들에 재정영향 분석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해까지 약제기준부에서 병용 급여기준 및 재정영향을 추계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후 심평원 약가산정부 검토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급여기준 확대에 따른 사전약가 인하 업무절차를 보면, 약제기준부에서 실무를 검토한 후 복지부에 검토요청을 하고, 재정추계가 15억원 이상으로 검토될 경우 약가산정부에서 다시 검토하게 된다.

 

우여곡절 많은 병용요법 급여, 전문가 회의 결과는?

SGLT-2억제제 계열별 병용급여 이슈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계열별 병용요법 급여기준 개선안 고시'를 계획하고 있었다. 심평원은 유관학회 의견수렴까지 마치고 복지부에 최종 검토결과를 보고했다. 

9월 시행 수순을 앞두고 있었으나 복지부가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를 중단했다. 임상적 유용성 확인을 위한 임상 조건부 전면 급여화를 제안한 관련 학회의 의견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2020년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가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학회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으며, 병용급여 인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심평원 주도로 이뤄진 당뇨병 전문가회의에서 DPP-4억제제와 SGLT-2 억제제가 포함된 3제요법을 계열별로 급여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저혈당 우려로 설포닐우레아 계열 약제를 쓸 수 없는 환자로 제한을 뒀다. 

또한 SGLT-2 억제제와 심혈관 부작용 이슈가 있었던 TZD계열 약제는 임상시험에 근거해 약제별 판단하기로 했다.  

 

셈법 제각각 제약사, 결론 안갯 속

현재 국내 시판 중인 SGLT-2 억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아스텔라스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MSD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 등 4종이다. 

DPP-4 억제제는 LG화학 제미글로(제미글립틴), MSD 자누비아(시타글립틴), 베링거인겔하임 트라젠타(이나글립틴), 노바티스 가브스(빌다글립틴) 등 9개 성분 의약품이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작년 SGLT-2 억제제 시장규모와 DPP-4 억제제 시장 규모는 각각 1400억원,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별 병용급여에는 적지 않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급여기준을 확대할 경우 재정 소요액이 15억원이 넘는 회사들은 약가를 인하해야 하는데, 회사마다 셈법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네릭 등 후발약이 출시된 회사도 있고, 내년 특허만료로 제네릭 출시에 따른 약가가 인하되는 약제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약제를 가진 제약사 한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입장이 상이할 것이다. PMS 만료를 앞둔 회사는 환자모집을 위해 병용급여가 조속히 해결돼야 하고, 특허가 만료되는 회사는 굳이 사전약가를 해야할지를 계산해보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 상황보다 진전이 있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이 얽혀있는 만큼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쉽게 나아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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