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약업체를 육성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해외 선진 유통 플랫폼으로 아반토·아마존 사례 있어

 국내 신약 연구진, '연구용시약' 수급 시름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R&D 투자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항체 및 펩타이드 등 검정법 개발에 필요한 연구용시약 수입은 원활하지 않아 신약연구 개발 속도가 산업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히트뉴스가 국내 신약 개발 R&D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 "언제 오려나..." 국내 도착에만 '1주~1달' 예측불가 연구용시약 수입
2. "복잡한 시약 유통 문제...최선의 대안은 재고 확보에 달려있어"

연구용시약 수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국내 바이오 벤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연구원 관계자는 시약 수급의 어려움을 제기하면서 고착화된 국내 유통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외에서 연구용 시약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통관 절차를 밟아 시약을 뒤늦게 받지만, 중간 유통업체가 시약 배송에 관여하고 있는 점도 느린 배송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시약 유통의 문제점, 구조적 문제에서 답을 찾아야 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국내에 중간 도매상이 많기 때문에 마진을 챙기는 과정에서 시약 배송이 좀 더 느려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중간 도매상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해외에서 시약을 수입해 오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시약 유통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국내 시약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시약 생산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약 시장의 규모가 작아 성장성이 낮아 국내 시약업체를 육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연구용 자재 유통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연구소에서 국산 시약보다 수입 시약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품질의 차이에 있다"며 "연구원들이 수입 시약에 비해 고품질이 아닌 국산 시약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선진국의 시약 유통 체계는 어떨까?

연구용시약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효율적 시약 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기반의 시약 산업이 구축돼 있는 미국은 수급 균형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부분의 대학은 학교 안에 시약 보관 창고가 있다. 연구원이 창고 안에 들어가서 시약을 가져온다"며 "희귀 시약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지만, 많이 쓰이는 시약은 학교 내 창고에 대부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일부 대학만 자체 창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효율적 유통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미국 기업으로 아반토(Avantor)를 꼽을 수 있다. 아반토는 생명과학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제품들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아반토는 2017년 VWR을 인수했다.

회사는 개발 과정부터 생산 규모 확대 및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22만5000개 이상의 장소를 포함한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실험실과 관련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학 연구소에서 시약을 자주 사용해 본 한 연구원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은 아마존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시약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국내도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정부의 역할은 없을까.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구용시약 문제를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용시약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고 확보'를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시약) 재고가 없으면 연구에 필요한 시약을 받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최대한 많은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아이디어는 SNS를 통해 얻었으며, SNS에서 의견을 밝혔던 분들을 포함해 또다른 관계자들을 추가 취재해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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