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로버트 랭거 교수-이병건 박사 대담

로버트 랭거 교수는 말했다
"미국 성공기업, 한번씩은 다 실패를 경험... 모더나는 성공작"
"한국 한 벤처기업 자문역 맡았는데, 훌륭한 기술을 보유해"
"기초연구, R&D 투자, 공학 과학분야에서 융합연구도 필요"

"스타트업 설립은 아이가 자라는 것과 유사하다. 한두 명으로 작게 시작하지만, 결국 과학적 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

1500건 이상 논문을 집필했으며, 220번 이상 수상한 로버트 랭거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2일 한국바이오협회 유튜브 채널 'Bio TV'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로버트 랭거 교수는 MIT의 12명 석좌교수 중 한 명이다. 석좌교수는 교수에게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랭거 교수의 논문은 무려 36만번 이상 인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건 박사(전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는 에스씨엠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장, 종근당 부회장,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재생의학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직책을 맡았으며, 현재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사외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황주리 교류협력 팀장
황주리 교류협력 팀장

 이날 대담 기획은 

로버트 랭거 교수와 이병건 박사의 대담은 주로 '랭거 교수의 삶과 철학'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영어로 진행된 이번 대담은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팀장이 모더레이터로 참석해 기획, 연출을 담당했다. 

 

먼저 로버트 랭거 박사의 인생에 대해 듣고 싶다. 화학공학 전공자에서 바이오 분야 사업가로 거듭나기까지 말이다.

나는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코넬대, MI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교육 분야, 즉 미래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중요 이슈 중 하나는 나노입자를 통해 약물을 생체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체계의 개발이었다.

처음에 많은 분들은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9번 특허출원했지만 거부를 당했다. 블록버스터를 배출한 제약사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약물전달체계 연구에 집중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국제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동료와 창업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분자를 전달할 수 있는 조현병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을 계속 시도했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고, 결국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이 되었다. 처음 한번에 바로 된 것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은 '큰 꿈(Big dream)'을 얘기한다. 박사님의 큰 꿈은 무엇이었나.

과학으로 인류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과학적 발견과 발명을 해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자로 여러가지 개발을 하고 연구를 할텐데, 이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실질적 효용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내게는 큰 꿈이었다. 학생들과 많은 일을 하고, 랩 연구원들과도 함께 일하고 있다. 나중 교수가 되면 또 창업을 하고, 이런 과정을 밟는 학생들도 많고 연구원도 많다. 포닥(postdoc, 박사후 연구원) 과정에 있는 학생들 가운데 한국에 가서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를 '가정적'이라는 했는데, 가족 이야기도 듣고 싶다.

나는 굉장히 운 좋은 사람이다. 훌륭한 아내가 있기 때문인데, 아내는 MIT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36년 동안 함께 생활을 하며 세명의 자녀를 뒀다. 

딸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 아들(27세)은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세 자녀를 두게 돼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40개 정도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룻 밤에 된 건 아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구실에서 기본 연구를 많이 했고, 훌륭한 학생들이 전 세계적으로 우리 학교에 오고, 한국에서도 많이 왔다. 기본적인 연구를 하고, 랩에서는 나노기술, 약물전달체계 관련된 연구, 유전자치료제, mRNA 등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논문 제출 이후 포닥 과정에서 4~5년 정도 연구하다 보면 거기에서 성과가 나온다.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발명을 하게 되고, 이것들을 사이언스, 네이처 저널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접촉하게 되고, 그쪽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스타트업 기업을 40개 정도 설립했다. 특허도 주로 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연구 성과가 인류의 좋은 성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로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 MIT에서 이런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MIT는 기초 연구를 하니까. 또 포닥 과정 학생들에게는 꿈이 있다. 회사 설립이 그 꿈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연구실에서 했던 연구 성과들이 제품화 돼 실물로 보는 것을 기뻐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 사례를 알고 싶다.

가장 유명한 건 모더나겠죠. 모더나를 11년 전 설립했다. 모더나는 25개의 다른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백신, 질병치료제, 희귀질환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CEO가 정말 훌룽한 분이다. 여러가지 마케팅, mRNA 코로나 백신을 통해 회사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다른 학생들도 많은 기여를 했다. 폴리머시퀀싱(Polymer sequencing) 부분에서 많은 기여를 했는데요, 새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mRNA 백신을 개발하게 됐다.

모멘타(Momenta Pharmaceuticals)는 FDA에서 승인받은 2개의 제품을 갖고 있다. sRNA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도 있다. 엘케미스트, 퓨어텍이라는 기업도 있다. 퓨어텍은 저랑 다른 동료들이 함께 설립한 기업이다. 포닥 과정의 동료들과 참여해 회사를 설립했다. 

 

모더나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자. 

모더나 설립 초기 어떻게 참여했고,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젊은 과학자가 내게 와서 몇몇 과학적 발견을 했다. 한 과학자가 mRNA 관련 발견을 했다고 찾아왔다. 그와 함께 mRNA 치료제 기업을 설립하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mRNA를 잘 캡슐화 해 약물전달체계를 개발하면 좋은 백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노분자들을 통해 대형 분자들을 전달할 수 있고, 이미 1970년대에도 국제 저널에 이런 가능성을 담은 논문을 저널에 게재했다. 당시 많은 분들은 회의적이었다. 나는 과학 자문관을 맏기도 했고, 이사회에서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은 뛰어난 CEO를 찾는 것이다.

스테판 방셀은 훌륭한 성과를 계속 보여줬다. 과학을 상업화하는데 훌륭한 역량을 보여줬다. FDA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큰 기여를 했다. 2300명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소규모 기업에서 지금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제약사로 성장했다.

 

모더나 성공 요인은 뭔가. 

첫 번째는 뛰어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리더십이다. 무엇보다 기술 자체가 굉장히 혁신적이다. 그런 것들이 모더나의 성공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훌륭한 과학, 혁신적 기술 그리고 리더십이다.

플랫폼 기술이라는 것도 있는데, 플랫폼 기술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플랫폼 기술을 통해 mRNA를 백신이라든지 또다른 백신, 혹은 희귀질환 치료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플랫폼화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 가지 질환의 치료제 혹은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다 작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같은 과학, 같은 약물전달체계, 같은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하면 이런 플랫폼 기술을 통해 굉장히 많은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더나의 다음 파이프라인은 뭘까? 기대된다.

모더나는 설립 초기 여러 가지 호흡기 질환, 독감, 기타 호흡기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조만간 백신이 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암치료 백신도 나올 것이다. 누군가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고, mRNA 기술을 통해 효소를 개발할 수도 있다. 여러가지 질환의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 모더나는 많은 치료제,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다.

 

모멘타 기업도 언급을 했는데, 모멘타는 2001년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규제 전략이 모멘타의 설립 사례를 통해 배우게 된 교훈이라고 말했는데, 좀더 알고 싶다.

새로운 분자 치료제, 분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든 대규모 임상에 진입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다. 모멘타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을 했을 때, 이미 승인이 됐다.

당시 이것들의 염기서열 분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퀀싱을 해서 다른 기업들이 만든 것들을 정확하게 염기서열 분석을 했다. 다른 곳에는 염기서열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못했고, 우리가 시퀀싱을 했다. 결국 FDA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국과 생태계가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의 젊은 과학자, 교수들에게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격려 혹은 조언 부탁한다.

과학 분야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하거나 발명을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모더나 같은 기업을 설립하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저널에 과학 논문을 내고 그 다음에 특허를 내고, 많은 특허를 내서 출원을 해서 개발한 기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기업을 설립해야 한다.

근데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경영을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 즉 훌륭한 CEO가 필요하다.

바이오 테크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도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바이오 기업을 수익성 있게 경영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도 필요하다. 모더나의 경우, 수십억 달러를 투자 받았는데, 그런 투자자들로부터 굉장히 성공적인 투자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 식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어야 되고,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바이오 산업이 단기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자, 연구원, 전문경영인, 투자자들 간의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언을 한다면.

넥셀, 진메디신, 프로바이오 등 몇몇 한국 기업들의 자문을 맡았다. 굉장히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희귀질환, 암 등을 치료하는 바이오 벤처가 꽤 있다.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미 여러가지 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도약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중하다. 그래서 대학에 더 많은 연구 장학금을 주고, 기본 과학공학연구를 많이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창업을 한 곳은 뉴욕, LA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보스턴, 팰로알토 지역이 스타트업 창업 활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MIT와 스탠포드가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기관, 연구기관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구, R&D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학, 과학 분야에서 계속해서 융합연구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미국 기업의 사례를 보면, 한번 이상 다 실패했다.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태도 문화가 있다면, 이것이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기반) 기업 설립을 통해 사업화 할 때 어떤 요인을 고려해야 하나? 플랫폼 기술, 논문, 특허 이렇게 3가지를 정리했는데 이외에 어떤 것이 중요한가.

여러가지 과학적 성과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으며, 투자를 받고 전략적 기획을 통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투자를 잘 유치하는 것이 전문 경영인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설립되고 있다. 한국에 벤처캐피탈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미국에서 투자를 더 많이 받으려면 한국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해야할까.

스타트업 기업에서 성공을 더 많이 하게 되면, 더 많은 투자가 따라오겠죠. 한국은 이미 잘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모더나는 성공한 기업이다.

모더나의 성공 덕분에 매주 새로운 mRNA 기업이 설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에는 실패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성공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이미 첨단 기술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 투자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기술 mRNA, sRNA, 세포치료제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나.

미래 방향은 많은 갈래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암 치료제, 심장 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질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방향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mRNA를 통해 보다 빨리 약물 개발과 상업화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정말 수년에 걸쳐 인증을 받았는데 비해 모더나는 수개월 내 mRNA 기술을 사용해 62일 만에 실질적 구조를 발견하고, 단기간 내 코로나 바이러스에 주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바이오벤처인들에 한마디.

최근 한국에서 바이오 벤처 자문을 맡고 있었는데, 훌륭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건승을 기원한다. 혁신적인 선도 기업이 되길 응원하겠다. 과학이 전세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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