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 24억달러 투자해 항체신약 옵디보와 여보이 품어

① 애브비-앨러간
② BMS-Medarex

비엠에스(BMS)는 2009년 7월 23일(현지시각 기준) 메다렉스(Medarex)를 24억달러(한화 약 2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BMS는 당시 종가 기준 90.5%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6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했다. 앞서 살펴본 애브비와 앨러간과 달리 BMS와 Medarex는 오랫동안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오랜 파트너십을 구축하다가 최종적으로 M&A까지 이르렀다.

BMS는 약 24억달러를 투자해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를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 목록에 올릴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PD-(L)1과 CTLA-4를 잇는 새로운 타깃의 면역항암제 LAG-3(Lymphocyte-activation gene 3) 신약 후보물질 '렐라트리맙(relatlimab)'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후보물질의 경우 작년 3월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하는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됐다.

BMS 입장에서는 24억달러를 투자해 옵디보, 여보이, LAG-3 저해제 신약 후보물질까지 얻을 수 있는 성공적 거래였지만, Medarex 입장에서는 보유한 품목의 가치에 비해 다소 헐값이 넘긴 거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거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성사될 수 있었을까?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BMS와 Mederax의 공동연구에서 두 회사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면역학자들이 주축이 돼 1987년 창업한 Medarex는 1997년 유전자 조작 형질전환 동물모델(genetically engieered animal) 제작 기술을 보유한 젠팜(GenPharm)을 인수했다. 이 거래를 통해 Medarex는 인간화 항체 플랫폼(human antibody platform) '휴맵(HuMab)'을 보유하게 된다. 휴맵을 기반으로 Medarex는 △심포니 △옵디보(PD-1) △여보이(CTLA-4) △렐락트리맙(LAG-3)을 발굴했다. 

1998년 BMS는 Medarex의 휴맵 플랫폼을 라이선스 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항체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다. 당시 바이오벤처 1세대로 불리던 제넨텍(Genetech)은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등을 내 놓으며 항체의약품 시대를 열었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올라 타려한 BMS가 Medarex와 손 잡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공동 연구를 통해 관계를 맺어 오던 BMS와 Medarex는 2009년 7월 전격 M&A를 결정한다. 물론 BMS가 Medarex를 인수할 당시 해당 약물들은 모두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하기 이전이었고, 지금처럼 면역항암제가 각광받던 시기도 아니었다.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 했지만, 이미 면역억제제 '오렌시아'를 개발한 BMS의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판단하는 남다른 안목도 M&A가 성사되는 데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안목으로 성사된 거래

현 시점에서는 성공적 거래로 평가받지만, 2009년만 하더라도 면역항암제에 대한 의견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분했다. 특히 제약회사와 임상의사 사이에서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와 비교해 명확하게 종양 크기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면역항암제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더욱이 정해진 시간 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표준치료제 대비 좋은 효과를 입증해 내지 못 한다면 면역항암제 개발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01년 Medarex가 여보이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했을 당시, 객관적반응률(ORR)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 했다. 같은 계열로 개발을 하던 화이자의 tremelimumab도 해당 임상 프로젝트를 중단하며, 면역항암제 개발에 대한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다.

여보이 임상 3상이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 하자, Medarex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BMS는 Medarex 인수 결정을 내리며, 약 2조원을 들여 80~90조원을 매출을 올릴 제품을 확보한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창출한 것이지만, BMS는 면역항암제가 자리잡기 전부터 면역학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옵디보와 여보이의 가치를 미리 알아본 것이다. 또한 10여년 동안 Medarex와 공동연구를 통해 옵디보와 여보이의 임상 데이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누구보다 해당 물질의 임상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Nills Lonberg와 Alan Korman의 네트워크로 성사된 M&A

BMS와 Medarex M&A 중심에는 닐스 론버그(Nills Lonberg)와 앨란 코만(Alan Korman)이 있다. 훗날 두 인물은 M&A 이후, BMS에서 은퇴를 한다. 화학자(chemistry)로 연구를 하던 닐스는 젠팜에서 human antibody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다가, Medarex에 젠팜이 인수되면서 자연스럽게 Medarex로 자리를 옮겼다. 하버드 대학교 동기인 앨란은 넥스타(NexStar)에서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 기반으로 CTLA-4 억제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앨란이 CTLA-4 저해제 개발에 어려움을 털어놓자, 닐스는 small molecule 대신 항체로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이렇게 넥스타와 Medarex의 네트워크가 생긴다.

이 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에는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등장한다. CTLA-4에 대한 첫 특허를 낸 곳은 UC 버클리(Berkeley) 대학교다. 이후 UC 버클리는 해당 특허를 넥스타에 넘기고,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넥스타를 인수하며 해당 특허를 얻게 된다. 그러나 면역종양학(immuno-oncology)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길리어드는 이 특허를 다른 곳에 넘기고, 최종적으로 닐스가 이 특허를 Medarex에 들여와 해당 기전으로 항체를 만든 것이다. 

Medarex를 인수한 BMS는 임상에 속도를 내며 2011년 여보이를, 2014년 옵디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는다. 그러나 PD-1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옵디보의 강력한 경쟁약물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MSD의 키트루다였다. 2010년 옵디보의 임상 1상 결과를 유심히 지켜본 MSD는 바이오마커(biomarker) 전략을 토대로 옵디보 보다 한 템포 앞서 임상을 진행하며, 시장에서도 옵디보를 누르고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 원고는 IPMS 제약바이오분과 소속 김봉철 세네릭스 대표의 도움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IPMS 제약바이오 분과 

IPMS 제약바이오분과 스터디는 학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회원들이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하는 자발적 모임이다. 2017년 봄학기를 1학기로 시작해 2021년까지 10학기를 진행했다. 바이오텍 서적을 교재로 라이선싱, 파이낸싱, 규제 등 산업계 전반적 이슈 스터디로 출발해 면역 항암제 주요 기술과 라이선싱 계약, 해외 바이오텍의 M&A 사례 등을 주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 스터디에는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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