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
실무 능력 뛰어난 회계사 출신 브렌튼 손더스
두 회사가 처한 상태에 맞는 최대공약수 끌어내

① 애브비-앨러간 

애브비(Abbive)와 앨러간(Allergan)이 인수합병(M&A) 거래(deal)를 위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은 2019년 3월 13일이었다. 두 회사가 공식 합병 결정을 발표한 것이 2019년 6월 25일로, 거래 논의가 시작된 지 3개월 만이었다.

애브비는 2019년 6월 25일(현지시간) 630억달러(약 73조원)에 앨러간을 전격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24일 앨러간 주식 종가 기준에 45%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같은 해 80조원 규모로 BMS와 세엘진 간 인수 합병에 이어, 다케다가 샤이어를 70조원에 사들인 대규모 거래와 견줄 만한 M&A로 두 회사의 합병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대규모 M&A 거래가 3개월 만에 이뤄지게 된 요인으로 다년간 인수합병을 쌓은 앨러간의 경험과 회계사 출신 M&A 전문가 '브렌튼 손더스(Brenton Saunders)'라는 인물이 꼽힌다. 브렌튼은 회계사로 일하며 다양한 M&A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실제로 미국 회계법인 PwC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쉐링(Schering-Plough)에 회계사로서, 인수 자문을 하면서, 이 회사로 이직을 감행한다. 당시 브렌튼은 연봉을 깎으며, M&A 실무를 익히기 위해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렌튼이 자리를 옮긴 회사 대부분이 큰 회사에 인수되며, 그의 M&A 실무 능력을 높이 평가받게 된다. 미국 머크(MSD)에 인수된 쉐링 프라우(Schering-Plough)와 바슈롬 등이 대표적인 브렌튼의 M&A 포트폴리오로 꼽히며, 브렌튼은 해당 기업이 인수가 된 이후에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았다. 애브비에 앨러간이 인수될 당시도 앨러간 CEO 자리를 유지한다. 

브렌튼 손더스(Brenton Saunders)가 이처럼 M&A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데는 조력자 '프레드 한산(Fred hassan)'이 있었다. 브렌튼이 멘토라고 말하는 프레드는 브렌튼을 쉐링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낮은 연봉으로 브렌튼을 영입했지만, M&A 실무 경험에 있어 멘토를 자청하며 M&A 실무 전반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바슈롬을 자리를 옮긴 프레드는 다시 브렌튼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바슈롬은 약 10조원 규모로 밸리언트(Valeant)에 인수된다. 

 

'보톡스'로 덩치 커진 앨러간의 숙제

바슈롬의 피인수로 인해 밸리언트로 자리를 옮긴 브렌튼은 또 다시 M&A 필요성에 직면한다. 당시 앨러간은 데이비드 포트(David Pyott)가 약 17년 동안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여기에 캐나다에서 규모있게 큰 제약사인 밸리언트는 앨러간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두 회사 간의 M&A 거래에 청신호가 켜진 듯했으나, 당시 밸리언트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M&A 논의는 무산됐다.

그러나 보톡스 이외에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던 앨러간은 또 다시 M&A에 나선다. 앨러간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액타비스(Actavis)에 2015년 8월 인수됐다. 액타비스는 엘러간을 주당 219달러(약 25만원), 총 660억달러(약 77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거래는 성사됐다.

제네릭 제조업체인 액타비스는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인수합병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액타비스 M&A 거래의 중심에도 브렌튼이 있었으며, 앨러간은 다양한 거래의 실무진으로 참여하며, 향후 애브비와 초대형 M&A가 빠른 속도로 성사될 수 있도록 일조한다.  

그리고 2016년 앨러간은 화이자와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었다. 다른 회사에서 물질 혹은 파이프라인을 적극 도입하는 것에 비해 화이자는 M&A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자가 앨러간 인수에 적극 나섰던 데는 '절세' 이슈가 있었다. 미국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화이자(Pfizer)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앨러간과 합병을 해,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이 외에도 아일랜드에 본사를 둬, 자회사 형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금 유입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화이자는 성장곡선을 그릴 만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 못 한 상황이었다. 화이자는 보톡스로 안정적 매출을 가진 앨러간을 인수함으로써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화이자의 절세를 목표로 한 M&A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높은 비중의 매출이 발생하는데, 세금은 다른 나라(아일랜드)에 내야 한다는 이슈였다.
 
여론과 함께 미국 정부도 움직였다. 미국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는데, 미국에서 매출이 80% 이상 발생하면 미국 기업과 같이 과세를 한다는 것이 규제 내용이다. 이 규제로 인해 화이자가 앨러간과 합병을 해서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긴다 해도, 절세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화이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합병을 할 동력이 사라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화이자와 앨러간의 M&A는 무산됐지만, 앨러간은 화이자와 협상 과정을 통해 대규모 M&A를 성사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휴미라 의존성 낮춰야 했던 애브비

블록버스터 약물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를 보유한 애브비의 숙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휴미라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었다. 당시 휴미라의 매출은 애브비 매출의 약 60%를 차지했다. 미국 특허 만료가 2023년이니, 애브비는 특허만료에 대비한 신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고심한 애브비는 앨러간에 눈길을 옮겼다. 주비덤을 비롯해 보톡스로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안과질환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앨러간은 애브비가 찾던 M&A 기업이었다. 두 기업 모두 겹치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거의 없어, 향후 M&A 이후에도 매각할 제품이 거의 없었다.

앨러간 역시 독점적 위치를 점했던 보톡스 시장에서 대웅과 메디톡스 등 경쟁회사들의 도전에 직면했다. 앨러간이 보톡스 시장에서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으며,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보톡스에만 의존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M&A에 대한 필요성이 일치했던 두 회사는 약 3개월만에 전격 인수합병 결정을 내리게 된다. 두 회사의 CEO가 공개 석상에서 M&A를 논의한 시점에서부터 말이다. 일반적인 투자 결정도 3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애브비와 앨러간 규모의 합병이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실제로 투자를 위한 실사(due dilligence)를 하는 데만 2개월 이상 걸린다.

특히 제조시설과 제품을 갖춘 앨러간의 경우 재고와 회계실사, 인력구조에 대한 자료까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M&A를 겪은 앨러간은 해당 자료가 준비돼 있었을 것이다. 또한 두 회사 모두 투자자로부터 신성장동력을 찾으라는 압박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2019년 6월 25일 합병 이후, 두 회사는 일부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야 했다. 물론 두 회사의 경우 크게 겹치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앨러간이 보유한 3개의 제품만 매각하면 됐다. 임상을 진행 중이던 브라지쿠맙(brazikumab)을 아스트라제네카에 반환했으며, 이미 애브비가 보유한 췌장효소 보충제 젠펩(zenpep)과 비오캅스(Viokace)를 매각했다.  

화이자 M&A 논의를 통해 이미 경험을 쌓은 앨러간은 애브비와 협상 과정에서 계약 조건을 빠르게 제시고, 반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당한 규모를 가진 두 회사가 M&A를 하면서 정리해야 할 품목이 단 3개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거래가 빠르게 성사될 수 있는데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이 외에도 화이자가 앨러간 인수를 고려할 당시 앨러간의 주가는 성장 곡선에 있었다. 반면 애브비가 인수 논의를 시작할 당시는 앨러간 주가가 정체기에 접어들어 가치산정(valuation) 논의도 보다 빠르게 진척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원고는 IPMS 제약바이오분과 소속 강지수 비엔에치인베스트먼트 상무와 조아련 SK주식회사 팀장의 도움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IPMS 제약바이오 분과 

IPMS 제약바이오분과 스터디는 학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회원들이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하는 자발적 모임이다. 2017년 봄학기를 1학기로 시작해 2021년까지 10학기를 진행했다. 바이오텍 서적을 교재로 라이선싱, 파이낸싱, 규제 등 산업계 전반적 이슈 스터디로 출발해 면역 항암제 주요 기술과 라이선싱 계약, 해외 바이오텍의 M&A 사례 등을 주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 스터디에는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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