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수다 |
지니너스 구완성 상무 & 키움증권 허혜민 팀장편(feat. MBTI)

바이오벤처 스타트업은 애널리스트를 탐낸다. 투자유치, 주식거래소 상장, 금융투자식 사고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업계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은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가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에서 지니너스 CFO로 자리를 옮긴 구완성 상무(현)의 이적 소식이 1호 사례로 알려진 것은 불과 1년 전 일이다.

당시 상장을 준비 중이던 유전체 분석 스타트업 지니너스는 구완성 상무 영입 이후 상장에 성공하며 바이오 스타트업은 C레벨에 애널리스트를 고려하기 시작했고 애널리스트에게는 새로운 선택지를 열었다. 그리고 구 상무의 이직 이후 바이오섹터 애널리스트 1등의 자리는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에게 돌아가게 된다. 

1986년생 동갑내기, 제약사 출신 등의 공통분모를 가진 두 사람이지만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구완성 상무와 허혜민 연구원.

2015년즈음 애널리스트로 데뷔해 치열하게 일하며 울고 웃었던, 하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그들을 히트뉴스가 초대했다.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가 끝없이 이어졌다. 서로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던지며 계속된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처한 현실, 지금 가진 고민, 자아성찰 등이 담겨있었다.  

오늘의 등장인물, 지니너스 구완성 CFO와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with. 히트뉴스 이현주 팀장, 김홍진 기자)(인터뷰 당시(2021.12) 둘은 36세였다.
오늘의 등장인물, 지니너스 구완성 CFO와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with. 히트뉴스 이현주 팀장, 김홍진 기자)(인터뷰 당시(2021.12) 둘은 36세였다.

 

#1. 제약사 직원에서 애널리스트로

 난 사실 최종 목표가 애널리스트였어.
 (허를 가르키며)그래, 넌 센터장이 될 인물이야.

 (크게 반박하지 않음)그렇지만 애널리스트 수명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네. 턴오버가 굉장히 빨라서 3~5년 정도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 같아.

 나는 너랑은 반대야. 금융권을 디딤돌로 생각했어. 금융권에 있으면서도 다시 산업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이따금 했었거든. 

 정말? 몰랐어. 어떤 면에서 그런 생각을 했어?

 제약사에서 연구기획을 담당하면서 금융을 모르니 기획이 안된다는 느낌이 있었거든. 치료제 면에서는 분석이 가능했지만 정확한 시장 분석이 따라주지 않은거지. 개발하려는 품목의 시장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우리 파이프라인 가치는 얼마인지 등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

 회사 내에 시장 분석하는 부서가 있지않아?

 연구직군에서 재무회계 직군으로 이동하는게 쉽지 않았어. 그래서 금융권에서 의약품을 금융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제약사, 바이오벤처 등의 M&A 관련 부서로 진출이 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면 CFO는 제안을 받은거야?

 응.

 이직 썰 좀 풀어봐.

 

#2. 이직. 고민.

 음...과정, 고민이라고 할 것이 딱히 없는데. 그냥 이직 제의가 왔고 크게 고민 안 했어. 발걸음 떼기 전에 고민하는 스타일도 있지만, 나는 가능성이 20~30%만 보여도 직진하는 스타일이야. ESTJ지(웃음).

 너가 좋은 길을 뚫은 것이라 생각 해. 지금 회사 상장도 잘 됐으니, 비상장사 쪽에서 애널리스트를 많이 찾는 것 같아. 애널리스트가 상장을 잘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든 거 같아서 괜히 뿌듯하더라.

 아, 맞어! 실제로 이직 상담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아. 모르는 분들까지도. 구체적인 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장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디테일한 질문들을 많이 하더라.

 스타트업 진출 1세대라 그런거지.

 바이오섹터 한정 1세대야.

 요즘보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이직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 직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실패해도 지금(나이에) 실패하겠다’라고 하니 막을 수가 없었어. 직장생활을 우리처럼(30~40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우리 부모님 세대의 조언은 ‘안정적인 직장’이었는데 지금 세대는 공격적이고 도전적이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거지. 당연하겠지만 너도 이직 제의가 많이 들어오잖아.

 맞아. 애널리스트를 목표로 삼아왔지만 최근 산업에 진출해서 회사를 같이 키우는 것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 그런데 정말 내가 준비가 됐나라는 부분에서 항상 고민이 돼.

직원에서 관리자가 된 두 깐부.
직원에서 관리자가 된 두 깐부.

 

#3. 직원에서 관리자로

 이직을 하면서 직원에서 임원(CFO)이 된거잖아. 나이에 비해 빠른 승진인데, 달라진 점이 뭐야?
 우선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는 한달 중 월급날이 언제오나 싶었는데, 오히려 주는 입장이 되니 월급날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수가 없더라. 농담(만은 아닌 듯)이고, 단순하게 말하면 경영과 조직관리에 대한 책임이 생긴거?

 부담스럽겠다.

 내 발언들이 회사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부담되지. 애널리스트 시절에는 잘못된 내용이 보고서에 담길까봐 걱정했는데, 보고서는 어떻게든 수정할 수 있잖아. 그런데 회사 방향성을 정하는 결정은 주워담을 수가 없어. 어떤 면에서는 애널리스트 이상의 부담을 갖는거 같아.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때? 이직 당시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2020년 4월)였잖아.

 맞아, 새로운 곳에서 시작이기도 하고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했어.

 아.....왜....말잇못(말을 잇지 못함).

 임원은 처음이라 그래. 나름 노력한거라고.

ESTJ의 진취적인 행보에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안타까운 눈빛도 나타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의 노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타까운 눈빛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화제를 전환해야만 했다.

허혜민 연구원과 할리데이비슨 세븐티투(최근 트라이엄프 본네빌T120로 플렉스했다.)
허혜민 연구원과 할리데이비슨 세븐티투(최근 트라이엄프 본네빌T120로 플렉스했다.)

 

#4. 허의 이야기(With. 첫번째 부자연스러운 화제 전환)
혀혜민 연구원
혀혜민 연구원

 넌 정신이 맑은 애널리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애널리스트를 왜 하는지에 대한 정신적인 지향점이 있는 사람같아.

 맞아. 난 지금 일이 좋아.

애널리스트의 초심은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자의 기회를 발굴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최근에는 투자 기회는 발굴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하게 돼.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이야기를 잘못 쓰면 (주식 등을)갖고 있는 사람들이 싫어해. 해외에서는 숏(Short)은 숏이라고 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일부 국내 주주들은 보고서 때문에 주식이 ‘빠졌다’라고 해석하지.

 맞어. 애널리스트에게는 멘탈 트레이너가 필요해. 너는 그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해?

 잊어버려야지.

 (확신에 찬 어조로) 넌 아마 'F'(MBIT)같다.
유명세를 타지 않은 애널리스트가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최근 일을 그만뒀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건강하게 살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해가 갔어.

 (손을 보여줌, 아토피 증상으로 울긋불긋)나도 스트레스로 이렇게 된거야. 스테로이드 크림을 바르고 자. 얼마 전까지는 주먹을 쥐기도 힘들었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손 끝이 아파 장갑을 끼고 키보드를 친 적도 있어.

 (고민들을)잊어버린다고 해도 잊지 못하는 거구나.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조직관리까지 하다 보니 쉽지 않더라.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막연하게 쉬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야. 워커홀릭이지.

 (격한 공감) 조직관리는 항상 어려운거 같아. 최근에 조금 서러운 경험을 했거든. 들어 봐.

 

#5. 구의 이야기(With. 젊어도 CFO는 CFO)
구완성 CFO
구완성 CFO

 외근 후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였어. 사무실에 들어서니 공용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직원들이 자기 자리로 갑자기 흩어지는거야. 

 너 보고? 그럴 수 있지. CFO 한마디가 무거울 수 있어.

 맞아, 지나치면서 그냥 ‘여기가 왜 이렇게 더럽지?’ 하면 금방 깨끗 해진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닌데…

 점수를 매기는 자리가 돼서 그런 거 아닐까?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젊은 나이에 그런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 나쁜 일 만은 아닌 것 같아.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어려워. 애널리스트였을 당시에는 물론 스트레스였지만, 애널리스트는 명확하잖아. 등수에 따라 성과보상을 지급하면 되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다양한 성과를 내. 내 기준에서 대단하지 않은 일로 판단하는 성과도 각 개인으로 보면 그렇지 않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조직관리의 가장 어려운 부분인거 같아.

 팀장이 되고 보니 형평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중간관리자가 된거야. 외로운 위치가 된거지. 

 많이 배우고 있어. 누군가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더라고(ENTJ).

이 자리 4명 중 1명은 CFO, 2명은 팀장이었다. 각자 직책이 외로운 자리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현장에서 유일한 일반 직원이었던 1인 만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6. 돌아올 수 있는 기회,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 다시 애널리스트를 하라고 한다면 어떨거 같아?

 연애로 치자면 애널리스트는 전여친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미화되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기억나지 않아. 지금 애널리스트가 나한테 그래. 성취감을 느꼈던 기억들만 남았어.

 다시 할 수 있다는 의미야?

 아니. 떠나보내줘야지.

 확실히 애널리스트 업계를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은 아직 없어.

 확실히 애널리스트는 힘든 직업이지.

 VC로 간 이들도 안 오고, 산업으로 진출한 이들도 안와.

 (다시 허의 손을 바라보며)손은 정말 안타깝군.

 위도 망가졌어.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 똑바로 누워서 잠들지 못하고 기대서 잠들어. 최근 업무량이 다소 과다한 것 같기는 해.

 몸에 시그널이 나타날 정도이니 그 부담이 어마어마하겠지. 짐작이 가.

 올해 들어 심해진 것 같아. 30대 중반이 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현장은 30대 후반 4명이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불편함과 우울함이 현장을 메운다. 

대화 주제를 바꿔야할 것 같다.

참석자들은 모두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였다.
참석자들은 모두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였다.

 

 

#7. 서로에게 한마디(With. 두번째 부자연스러운 화제전환)

 허혜민이 구완성에게 

오글거리지만, 이 얘기 꼭 하고 싶었다.

"잘 하고 있고, 고맙다."

비슷한 시기에 애널리스트를 시작하면서 너는 우리 세대 애널리스트 리더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다른 영역에 진출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거니까.
다른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보여준거지. 자랑스럽다. 친구.

 구완성이 허혜민에게 

"멋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소위 업계에서 TOP3 라고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이 자리를 옮기고 사람들은 다음 1등을 궁금해했는데 너가 그 자리를 차지하더라.  

애널리스트를 그만둔 이후 최근 아주 오랜만에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봤어. 내가 기억하는 너는 파릇파릇한 이미지였는데, 올해 리포트를 보니 왜 1등인지 이유를 알겠더라. 예전 리포트가 본인 공부의 요약 정리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인사이트가 생겼어.

애널리스트는 4개 유형 정도로 분류된다고 하잖아. 첫째가 통찰력을 갖춘 유형, 이런 사람들 찾기가 어렵지. 두번째는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유형이고, 세번째는 묵직하게 다작하는 유형이야. 네번째는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찾기 어려워. 월급형이라 부르고 얇고 길게 가지.

너는 세번째 유형에 가까운 애널리스트였다. 꼼꼼함과 묵직함이 무기였는데 한 단계를 뛰어 넘어 자신의 통찰력으로 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트렌드 세터가 된거 같아. 멋있어.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