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bD 본질은 생산·공정 관리를 통한 품질 확보
QbD, 공정관리에 고객의 소리(VOC) 반영돼야
'소용비용' 중심 아닌, 고객 중심 시각 필요

신년기획 | 제약산업계에 등장한 유령 'QbD'

누가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의 실체를 보았는가. 제약산업계에서 임의제조와 같은 GMP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QbD는 유령같은 존재다. 들어는 보았는데, 이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도입되고 있는 지, 업체들이 우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트뉴스가 QbD의 단편들을 모아 그 실루엣을 살펴본다.

① 식약처가 이어온 국내 QbD의 발자취
② QbD 앞에 선, 국내 제약사의 현실
③ QbD, 왜 고객은 고려하지 않습니까?

 

QTPP(개발 의약품의 품질 특성 요약, Quality Target Product Profile), CQA(중요품질특성, Critical Quality Attribute) 등을 도출해 공정설계를 위한 DoE(시험계획법, Design of Experiment)를 수립하면 QbD의 본질적 목적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을까?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김국희 신뢰성보증팀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제약사들은 QbD를 중간 단계 단계마다 도입하려 하고 있고, 도돌이표를 그리며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중간 공정을 변화시켜 생산성을 증가시키려는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국희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뢰성보증팀장 
김국희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뢰성보증팀장 

작년 2월 '바이오의약품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 모델 개발 안내서'가 제정됐다. 이 안내서는 식약처 연구용역 과제로 2020년 4월부터 11월까지 바이오의약품협회에서 진행됐다. 김국희 책임연구원은 이 용역 과제의 편집 위원회 총괄 편집자를 맡아 과제를 진행했으며, 이 안내서를 기반으로 'QbD의 개발 고려사항 및 절차' 등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 바 있다.

김국희 책임연구원은 "QbD를 도입함에 있어서 공정개발 등 품질향상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VOC(고객의 소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VOC란 고객이 전하는 불만, 요구사항 등을 포함해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로 이해할 수 있다. 

QbD는 면밀히 보면 공정개발 측면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김국희 책임 연구원에 따르면, QbD는 20세기 말 6시그마 경영방법에서부터 시작해 고객만족경영, 최근 디자인경영으로 이어온 품질경영 트렌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6시그마 경영방법에서 시그마(σ)는 생산된 제품들의 품질을 통계적으로 나타낸 그래프에서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6시그마는 제품 100만 개당 3.4개 이하의 결함을 목표로 하는 것을 추구하는 경영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6시그마 경영방법에서 강조하는 엄격한 품질관리 기반이 21세기 고객중심으로 시각이 이동하게 됐고, 제조 이전단계부터 고객 중심적인 방법으로 서비스, 제품, 조직과 관련된 사항을 최적화해 생산성, 품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지금의 디자인 경영으로 확장됐다.

김국희 연구원은 "국내 제약사들은 QTPP, CQA 등 요소들만 바라보며, QbD를 도입하고 있다"며 "이 요소들이 VOC가 고려돼 고객 중심의 가치 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신약과 생물의약품 등은 공정관리 부분을 강화해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할 수 있다"면서 "그 외 의약품들 중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공정관리를 개발하거나, 불필요한 첨가제만 추가하면서까지 QbD를 했다고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시했다.
 
기존 환자가 왜 자사 제품보다 경쟁 상품을 더 이용하는 지를 파악해 새로운 제형 혹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개발하는 것도 QbD라는 것이다. 이 부분들이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허가문서에 논리적으로 녹아 들어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해외 규제기관에서는 VOC가 QbD 시스템 내에 어떤 가치사슬로 반영되어 제품을 만들었는 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보고자 한다"며 "무조건 고도의 설비를 이용해 공정관리를 해야 한다"는 등의 규제적 사항은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QbD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요 비용'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QbD를 도입하지 않던 회사들에게 당연히 새로운 시스템 도입은 많은 비용이 든다"며 "제약사는 고객 중심에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자사에도 이익이 되는 지 저울질 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판단은 규제기관이 내릴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제네릭 허가 절차인 ANDA에서도 QbD 허가 자료를 인정해주고 있으나 신약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비관세 장벽을 뚫고 제네릭에까지 QbD를 도입하는 것보다 신약과 생물의약품부터 연구개발 전 VOC를 듣는 것부터 성실하게 실행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품질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QbD는 허가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산업에서 확립된 최신의 품질경영기법을 도입해 혁신을 이뤄 수익을 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의 조직과 의사소통 방식을 QbD 활동을 실현할 수 있도록 뜯어고쳐야 회사 내 모든 활동이 QbD를 위한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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